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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육성법 시행령 제정에 즈음하여 - 성낙술
2004년 07월 09일 () 14:00:00 webmaster@mjmedi.com
   
 
약용작물이 죽어가는데…
“생산기반 붕괴, 무얼 인증한다는 말인가”
품질인증과 한의약육성, 냉철한 판단 기대


성 낙 술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 인삼약초과장)


한의학을 민족의학이라 한다. 한의학을 세계화한다고도 한다. 소위 민족의학이라고 하는 한의학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려는 한의계를 주축으로 하는 일련의 움직임이 때로는 눈물겹게도 보이고 때로는 역겨워 보이기도 하는 것은 왜일까?

한때는 밥그릇 싸움으로도 보였고, 작금에는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한 이상에 치우치고 있지는 않나 하는 마음을 떨칠 수 없다.
한의학의 근본은 어디서 출발하는지, 이 분야 공부를 하지 않은 필자로서는 막연히 음양오행, 사상철학, 해부학, 침구학, 본초학, 방제학 등이 한의학의 요체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중 본초학 부분 즉, 한약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의사도, 약사도 시비를 걸지 않는데 유독 한약재만 뜨거운 감자가 되는걸 보면 가장 중요한 분야인 모양이다.
수년전 한의계를 중심으로 ‘우리 한약재 되살리기 운동본부’가 결성되고 최근에는 ‘한의약육성법’이 제정되어 그 시행령과 시행규칙들이 마련 중에 있다고 한다.

운동본부도, 법령도 한약재를 살리기 위한 움직임이며 몸부림이라 치자. 허나 작금의 현실을 냉정히 보지 못하고 세심하게 분석치 못한 말뿐인 움직임은 아닌지, 또 다른 마찰, 또 다른 이권 분야를 제공하는 건 아닌지 우려를 금할 길 없다.
한의학계, 업계, 정부 등의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한약재 즉, 약용작물은 이땅에서 더 이상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약재 수급조절제도도 취지만 그럴 듯 할뿐 식품용도 수입, 불법유통의 바람막이 역할로 전락되고 존치의 이유를 잃은 지 오래다.
뭐니뭐니 해도 한약재의 생산주체는 농민이다.
말만 중요하지 아무 대책도 없이 방치하다보니 이제 강원도 지역의 당귀 밭, 이천, 구례의 늙은 산수유나무나 남았을까? 그 엄청나던 의성의 작약 밭도, 영양지역의 일천궁도, 청양의 구기자도 시름시름 앓다가 이제는 없어져 간다.

이런 판국에 무슨 의약품으로서의 품질관리를 하고, 품질인증을 하겠다는 건가? 필자도 약용작물 연구를 임무로 하는 정부조직의 책임자로서 약용작물의 생산기반이 붕괴직전까지 오게된 책임으로 자괴감마저 갖는다.

한의약 육성법을 근거로 시행을 준비중인 한약진흥재단에서는 한약재의 품종개발, 재배·생산기술 개발까지 한다고 한다.
이 분야 연구개발은 기존의 정부조직 즉, 농촌진흥청의 임무이다. 품질관리 문제, 품질인증 문제를 놓고 해당 정부 부처간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관련법과 규정을 관장하는 주무 부처는 한약재 생산의 현주소가 어딘지, 지금껏 무엇을 했는지, 지금 가고자 하는 방향이 정녕 의약품 원료로서의 한약재를 살리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 궁극적으로는 한의학을 성공적으로 육성할 수 있을지를 냉철히 판단하기 바란다.

말만 요란하고 애매한 기능만 만들어 다툼하고, 군림하고 자칫 현재보다 못한 지경으로 몰고가지 않나 하는 불안을 떨칠 수 없는 바,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관심을 가진다면 실체가 보이는 급한 불부터 꺼야한다. 국산인지 수입품인지도 구별 못하는 판국에, 국내생산은 기반이 붕괴될 위기인데 무엇을 대상으로 관리하고 인증한다는 말인가?

한의학에서 꼭 필요한 최소품목만이라도 최소량만이라도 생산기반만이라도 유지시킬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 생산비도 보상이 안되는 농사를 누가 짓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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