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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인계 최고수 장비(莊妃)
[474호] 2022년 11월 01일 (화) 동포타운신문 dongpotown@daum.net

자고로 영웅은 미인을 좋아하며 미인을 좋아하지 않으면 영웅이 아니다.’ 그래서 영웅은 미인의 관문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생겨났다.

영웅이 미인을 좋아하고 미인의 관문을 넘지 못하는 사나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기 때문에 미인계라는 하나의 계책이 인류사에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고 미인계는 삼십육계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두 나라가 싸운다. 적국이 강하고 아국은 약하다. 정면으로 부딪히면 승패의 결과는 뻔하다. 싸우지 않고 나라를 보존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런데 토지를 헌상하면 국토가 줄어들고 나중에 전국시대 육국이 진나라에게 복속된 것처럼 될 것이고, 금은보화를 헌상하면 송나라가 요나라와 금나라에 책잡힌 것처럼 될 것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미인계이다.

전국시대 월나라 구천은 죽도록 사랑하는 연인 서시를 오나라 왕 부차에게 헌상함으로써 나라의 멸망을 피했다. 미인계는 이렇듯 역사를 바꿔놓을 만큼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

중국에는 역사를 바꿔놓은 미인계가 많고도 많은데 그 중에서 최고수를 꼽으라면 필자는 청 태종 애첩 장비(莊妃)를 선택하고 싶다.

명나라 말기 만주족의 인구는 중국 전체 1%밖에 되지 않았다. 1%라는 아주 보잘 것 없는 인구를 갖고 99% 인구를 멸망시키고 청나라를 세웠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당시 만주족은 기마민족이고 몽고족처럼 용맹하고 기동력이 뛰어나 전투 투지가 강하고 군율이 잘 잡혀 있은 것을 승리의 요인으로 꼽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주요 요인 외에 중요한 요인들도 있었다. 그 중에는 미인계라는 무시 못 할 요인도 있었는데 우리는 그 비화에 대해 까막눈이다.

1641년 청나라는 산해관과 금주에서 명나라와 대전을 벌렸다. 이 두 곳은 전투의 요충지였다. 뺐느냐, 뺐기지 않느냐가 두 나라 생존에 달린 문제였다. 결과는 청의 승리였다.

전투의 승패에는 늘 내부 적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명나라가 산해관 전투에서 밀리게 되자 숭정제(崇禎帝)는 최고 원수인 홍승주(洪乘疇)를 파견한다. 홍승주는 보병 13, 기병 4만의 병력을 거느리고 금주를 지원한다. 그는 이 많은 병력을 갖고도 청나라에 패배한다. 문제는 어디 있을까? 바로 내부 배신자 때문이었다. 홍승주에겐 하승덕(夏承德)이라는 부하 장수가 있었다. 그는 청나라 장군 이영방(李永芳)과 오랜 친구 사이었다. 이영방이 청 태종에게 묘책을 제안한다. 하승덕에게 고관봉록을 약속하자고. 결과 하승덕은 관직과 재물을 탐내 주군인 홍승주를 배신한다. 하승덕이 청나라와 결탁하여 전투를 패배로 만들었고 홍승주는 포로가 된다.

홍승주는 문무를 겸비한 아주 드문 인재였다. 그의 외모는 삼국시대 최염을 연상케 했고, 유생 중 최고 학식을 갖춘 엘리트였다. 게다가 병술에 뛰어나 원수(元帥)가 되었다. 그야말로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유명한 원수였다.

그런 홍승주가 생포되었으니 명나라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청 태종은 그를 죽이지 않고 이용하려 들었다. 하지만 그는 지체가 하늘을 찌를 신분이니 청 태종의 고관직과 산더미 같은 재물 보장 회유를 들을 리가 없었다. 만주족 가운데 최고 미인들을 붙여주어도 그는 왼 눈길도 주지 않는다. 청 태종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보았으나 홍승주는 나를 빨리 죽여주시오.’라는 한 마디 말만 남길 뿐이었다.

왜 청 태종은 홍승주를 그토록 얻고 싶었나? 홍승주를 앞세워 중원을 평정하기 위함이었다. 청 태종의 장대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청 태종이 전쟁에 승리하고 장비의 처소에 들었다. 장비는 젊은 여인이 오랫동안 남편의 손길이 닿지 않아 고독에 시달려 왔는데 드디어 남편이 처소에 오게 되어 운우지정을 한껏 누릴 준비를 가득 마치고 고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청 태종은 울상을 지으며 장비의 곁에조차 다가가지 않는다.

장비는 초조해나 한 마디 조심스럽게 던진다.

혹시 소첩이 무슨 잘못이라도···”

아니오, 그런 거 아니오.”

청 태종은 손사래 친다.

그럼 대체 무슨 일이예오. 전쟁에 이겼으면 환락을 즐기는 것이 마땅···”

그제야 청 태종은 입을 연다. 홍승주를 얻으려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보았으나 실패했다고.

미인계는요?”

물론 써보았지. 우리나라에서 최고 미인을 열 명 선발해서 옥에 보냈는데 다 퇴자를 맞았다오.”

홍 씨 그 사람 혹시 미인을 좋아하지 않는대요?”

아니오. 그의 부하들의 증언에 의하면 여색을 아주 좋아하기로 이름 있는 자라 하오.”

청 태종은 홍승주에게 미인을 보냈다가 퇴자를 맞은 경과를 장비에게 말했다.

홍승주는 소주와 항주의 미인들을 가장 좋아한다. 여성 편력에 가장 유명한 진시황도 그랬다. 그 지역은 물이 많은 곳이라 미인들의 피부가 우유처럼 희고 부드러운데다 허리가 가늘고 몸매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청 태종은 소주나 항주 미인들을 닮은 미녀 하나 골라 홍승주에게 붙여주었다.

홍승주는 미녀가 명나라 여인일 줄로 착각하고 물었다.

어떻게 이곳까지 잡혀왔나?”

대인 소녀는 한인(漢人)이 아니라 폐하의 명을 받잡고 대인의 시중을 들려고 온 여자입니다.”

홍승주는 시큰둥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구나. 너는 강남 미녀도 아니고 만족여자인데 그렇게 가냘픈 몸으로 어찌 말을 타고 이리저리 싸우러 다니는 거칠고 건장한 기사들을 만족시킬 수 있겠느냐? 정말 걱정되는구나. 너 같은 여자는 명나라에도 얼마든지 있느니라. 나는 그런 여자들의 시중에 이미 싫증이 났으니 어서 돌아가 너를 필요로 하는 주인이나 모시도록 하라.”

청 태종은 이번에는 예쁘면서도 키가 훤칠하고 하얀 피부에 장밋빛이 감도는 쭉쭉빵빵한 여인을 보냈다.

홍승주는 여인을 힐끔 쳐다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감옥이지 전쟁터가 아니오. 그렇게 큰 키에 튼튼한 몸을 가졌으면 전쟁터에 나가 검을 휘두르며 명나라 병사들과 싸워야지 않겠소. 나는 낭자의 시중이 필요 없소.”

조용히 듣고만 있던 장비는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며 화가 가뜩 난 어투로 말했다.

그 놈의 홍 씨가 우리 만족 미인들을 조롱하고 모욕하고 얼굴에 똥칠하고 있네요.”

장비는 속으로 대체 그 홍 씨라는 사나이가 어떻게 생겨 먹었기에 그 숱한 미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단 말인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한편 속으로 미인이라 하여 모두 미인계를 성공시키는 것은 아니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장비는 노한 표정을 거두고 해시시 웃음을 머금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폐하, 소첩이 한 번 시도해봄이

장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청 태종의 얼굴이 금세 마른 땅처럼 굳어졌다.

부인,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소첩은 폐하와 나라를 위해 드린 말씀인데 어이하여 그토록 화를 내시는 겁니까?”

장비의 아름다운 눈에 이슬이 맺혔다. 여인의 눈물에 약한 것이 사나이 마음이라 청 태종은 금세 화를 거두고 상냥하게 말했다.

홍승주를 놓치고 싶지는 않고 얻기도 쉽지 않아 하도 답답해서.”

청 태종은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녘이 되어 달콤하게 자고 있는 장비를 깨웠다.

부인 짐이 밤새 생각해보았는데 부인의 제안 외에 다른 방책이 없는 듯하오.”

장비는 해 질녘에 향비욕(香妃浴)을 하고 손에 옥주전자를 바쳐 들고 홍승주를 찾아갔다.

홍승주는 죽여 달라는 요청이 먹히지 않자 단식에 들어갔다. 이틀 동안 굶은 그는 기력이 쇠진하여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간수가 없이도 스스로 도망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청 태종은 미리 간수들을 전부 철수시켰다.

똑딱 똑딱 발걸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멀리서부터 향기가 코를 찔러온다. 눈을 떠 보니 젊고 아름다운 부인이다. 우아하게 쪽진 머리에 귀밑머리가 옆으로 살짝 늘어져 있고 얼굴을 마치 방금 물에서 나온 부용꽃 같았다. 허리는 바람에 흐느적거리는 수양버들 같고 가느다란 섬섬옥수는 뼈가 없는 듯 가냘프기 그지없었다. 이런 그녀가 손에 옥주전자를 들고 사뿐사뿐 자신을 행해 걸어오고 있었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이 반쯤 열리더니 가볍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장군.”

여인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접했던 수많은 계집들의 음성과는 급이 달랐다.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는 톤에 가냘프면서도 힘이 실린 소리, 교성(嬌聲)은 분명히 아닌 것 같으면서도 사나이 마음을 흔드는 절묘한 소리, 자신을 부르는 두 음절의 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벌써 사나이 마음은 그녀에게 쏠리고 말았다. 그러나 홍승주는 분명 명나라에서 지체가 가장 높은 신분이라 단숨에 넘어가는 것은 체신머리를 까먹는 일이라 밀당이 필요했다.

난 그 놈의 미인계에 넘어 갈 사람이 아니니 체념하시오.”

장비가 말을 받았다.

. 당신을 편하게 죽게 하려고 사약을 가져왔어요.”

홍승주는 장비가 들고 있는 주전자를 잡아당겨 얼른 마셔버리려고 했다. 그 찰나 그의 손이 장비의 손등에 닿았다. 짜릿한 전율이 온 몸을 스쳤다. 수많은 미인을 접해 보았지만 이런 짜릿함은 처음이었다. 사약을 마셨으면 사지가 나른해나고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기운이 빠져 금세 쓰러져가야 하는데 홍승주는 솟구치는 힘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그는 장비를 와락 끌어안았다.

장군, 당신이 마신 것은 사약이 아니라 백년 묵은 산삼을 대린 것이니 마음껏 즐겨보셔요.”

이렇게 되어 천하의 홍승주가 미인계에 넘어가 그녀와 만리장성을 쌓았다.

청 태종은 그토록 원했던 홍승주를 애첩의 정조를 대가로 얻었다. 그러나 이 일은 청 태종과 장비 및 홍승주 세 사람 그리고 신만이 아는 비밀에 부쳐졌다.

청 태종은 천하를 얻었지만 장비의 미색에 너무 깊이 빠져 기력이 쇠진하여 51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장비의 아들이 황위에 올랐고 그가 바로 순치제였다.

장비는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어 고독을 참지 못해 황제를 보좌하는 도르곤을 몰래 불러들여 정을 나눴다. 젊은 도로곤은 당연히 청 태종보다 정력이 왕성하여 장비를 흡족하게 만들었다. 결국 이 두 사람은 신하들의 요청에 의해 재혼하게 되었고 장비는 하늘이 준 욕정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중국에는 미인계 전설이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도 나는 장비가 미인계 최고수라고 말하고 싶다. 황제를 설득하여 다른 사내와 '만리장성'을 쌓았다. 그리고 젊은 도르곤을 꼬셔 운우지정을 마음껏 즐겼다.

장비가 홍승주를 미인계로 굴복시킨 것을 스스로는 황제와 나라를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다른 측면에서 말하자면 음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사내를 탐하는 장비가 문무를 겸비하고 인물도 잘 생겼겠다, 천하의 인재 홍승주와 사적으로 한 번 운우지정을 나눠볼 욕망이 간절했지 않았을까? 물론 이것은 나의 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할 뿐이고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오로지 신이 알고 그녀만이 알 일이다.

  김정룡 다가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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