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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의 마스크
[457호] 2022년 02월 16일 (수) 동포타운신문 dongpotown@daum.net

<손바닥 소설>

  각하의 마스크

 

     꺼져, 다 꺼져

각하는 출입문을 향해 손으로 가리킨다.

각하를 중심으로 책상에 빙 둘러 앉았던 참모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각하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소리 없이 집무실을 빠져 나간다.

사람들이 모두 나간 것을 확인하자 말석에 앉아 있던 변 특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각하의 신변으로 다가간다.

변 특보는 각하의 앞에 있는 리모컨을 눌러 TV를 켠다. 화면에는 방역패스를 외치는 소리와 함께 만 여명이 모인 집회 현장이 나온다.

각하, 이젠 저들을 공략해야 합니다.

방역패스에 대한 공약을 작성했어?

각하는 TV는 쳐다보지도 않고 묻는다.

각하, 이젠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으니 공약으로는 이미 늦었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뛰면서 공략해야 합니다.

나더러 마스크도 쓰지 말고 저것들과 어울리라는 말인가?

각하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합니다.

마스크를 쓰면 역효과가 생기잖아?

집회는 자영업자들이 영업시간 제한으로 시작되었지만 어느새 백신패스, 노 마스크로까지 번지면서 이미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하는 전국적인 집회로 번지고 있었다. 2년을 넘긴 코로나19로 지친 심신들의 반항이라고 해야 할까?

이미 각하만이 쓸 수 있는 특수 마스크를 제작했습니다.

변 특보는 휴대폰을 꺼내 낮은 소리로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통화가 끝나고 잠깐 침묵이 흐르자 노크도 없이 FSQI 가방을 든 사내 하나가 바람처럼 소리 없이 들어선다.

각하셔

변 특보가 인사를 시키자 사내는 허리를 굽힌다.

각하가 아니라 후보야.

각하는 급히 정정한다. 캠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각하라고 부르지만 기자들의 앞에서 직원 하나가 각하라고 호칭하여 곤혹을 겪었었다.

각하, 이 사람도 가족입니다. 각하의 숨겨둔 무기입니다.

각하는 뭐라고 대답하려다가 변 특보를 흘끔 쳐다보고는 입을 닫는다. 변 특보도 각하에게는 최측근 중에 측근이다. 하지만 직함은 홍보 특보라는 별 볼일 없는 위치에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고 상대 후보를 저격하는 저격수로 남들의 보기에는 방패막이에 지나지 않았다.

사나이는 FSQI가방의 비밀번호를 풀고 가방에 든 또 다른 박스를 꺼낸다. 박스는 평범해 보이지만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어 뚜껑을 열자 냉기가 확 느껴지면서 일반 박스와는 달랐다.

박스에는 마스크 모양의 투명한 것이 들어 있었다.

각하, 차가울 것입니다. 좀만 참으십시오.

사나이는 비닐장갑을 끼고 박스의 투명마스크를 꺼내어 조심스럽게 각하에게 씌워준다. 섬뜩한 느낌이 들지만 각하는 꾹 참고 사내에게 얼굴을 맡겨 두었다.

, 이젠 거울을 보십시오.

사내는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어 각하의 얼굴을 비춘다. 금방 마스크를 썼는데 거울에는 전혀 비춰지지 않고 있다. 손으로 만져도 마스크는 만져지지 않는다.

이건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마스크입니다. 일반 마스크처럼 쓰고 벗고 할 필요가 없이 한번 쓰면 평생 쓰셔도 되고 음식을 드실 때에도 벗지 않고 음식만 드실 수 있습니다. 대신 모든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차단합니다.

각하는 거울에 비낀 사내를 쏘아본다.

나를 벌거벗은 임금으로 알고 있어?

각하, 그런 것이 아닙니다.

변 특보가 나서려고 하는 것을 사내가 먼저 대꾸를 한다. 사내는 가방에서 안경 하나를 꺼내어 각하에게 내민다.

마스크는 이 안경을 쓰셔야 보입니다.

각하는 안경을 받아쓰고 다시 거울에 눈길을 준다. 신비하게도 거울에 비낀 각하의 얼굴에는 마스크가 착용이 되어 있다. 각하는 입을 벌려보지만 마스크에 가려서 입이 보이지 않는다. 각하는 안경을 벗고 다시 거울을 보니 얼굴에 마스크는 어느새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자네 그 마스크를 벗어.

각하는 안경을 다시 쓰면서 변 특보를 향해 마스크를 벗으라고 한다. 순간 변 특보의 얼굴 근육이 굳어버린다. 그런 변 특보를 향해 사내가 눈짓하지만 여전히 얼굴의 근육은 풀리지 않는다.

뭘 해?

각하의 목소리에서 비음 같은 것이 섞여 있다. 변 특보는 굳어진 얼굴 근육을 풀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벗는다.

각하는 변 특보 얼굴과 거울을 번갈아 보다가 손벽을 친다.

, 대단해. 정말 대단해.

거울의 자신의 얼굴에는 마스크가 보이지만 변 특보의 얼굴에는 마스크가 없다.

이 마스크와 안경만 있으면 세상 못할 일이 없겠군.

각하, 안경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제가 보관해드리겠습니다. 각하에게서 안경이 발견되면 각하의 시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떠들 것이니 선거가 끝날 때까지만 보관해드리겠습니다.

사내의 말에 각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울을 한 번 더 비춰보고 안경을 벗어 준다.

다음 날부터 집회 현장에서는 각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각하의 출현으로 집회는 일파만파 커지기 시작했다. 가끔씩 마스크를 화형에 처하는 퍼포먼스까지 진행하면서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집회의 열기와 함께 각하의 지지율도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었다. 최초의 50% 대의 지지율까지는 가지 못해도 갑자기 10%로 곤두박질했던 것에 비하면 20% 중반으로 회복했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각하의 지지율의 상승과 함께 그 사이에 자취를 감추던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면서 다시금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각하는 정책, 민생, 안보 공약은 참모들에게 모두 맡겨두고 오직 집회에만 집착하면서 선거의 마지막 라스트를 향해 열심히 뛰었다.

선거 3일을 앞두고 마침내 각하의 지지율이 30%를 넘어섰다. 하지만 축배를 들어야 할 그날 저녁 각하는 눈을 감았다.

그 다음 날에는 신문과 방송마다 방역패스로 인기를 끌던 대선 후보가 결국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로 도배가 되어버렸다.

전국을 뜨겁게 달구던 대선이 싱겁게 끝나자 광풍이 지나간 뒤의 들판처럼 세상은 다시금 조용해졌다.

세상이 고요하고 바다도 잠든 날 해변의 호텔 로비에서 변 특보와 사내가 와인을 기울이고 있었다.

마스크는 화장품으로 피부에 닿으면 흡수되어 버리게 만들었어도 안경은 어떻게 만든 것이었나? 누구를 보나 얼굴에 마스크 쓴 것처럼 모자이크가 되게 만든 것이 아니었나?

그렇게도 만들었지만 혹시나 해서 다시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리모컨으로 조정하게 했네. 주머니에 넣고 마스크가 만들어도 지고 사라지게도 할 수 있었지.

, 마스크 회사를 꾸리라고 천을 준다고 한 것을 왜 선불 금 이백만 받았나? 우리가 계획한 것이 이백이기는 하지만

먹이를 탐해서 새가 목숨을 잃거든.

역시 자네는 무서운 사람이군.

변 특보는 고개를 끄덕인다.

자네는 이미 정치에 발을 적셨는데 주인이 사라지고 당선된 분은 그렇게 헐뜯었는데 이젠 어떻게 할 예정인가?

아마 대사로 임명되어 가게 될 것이야.

사내는 가져가던 와인 잔을 들고 입으로 가져가던 손을 멈춘다.

국민통합을 위해 가장 미운 털이 박힌 나를 대사로 보냈다가 돌아오면 중앙정부에 근무하게 하네. 두 배에 발을 올리면 물에 빠지지만 정치에는 지혜롭게 두 곳에 발을 담가야 살아남을 때도 있지.

"근데 각하양반은 코로나 걸려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었지?"

". 자네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서부터 매일 진통제를 드셨어. , 각하에게는 정력을 돕는 보약이였지만."

사내는 창밖으로 눈길을 던진다.

갈매기들이 날아예는 바다 어디에선가 길 잃은 까마귀 울음소리가 울리기 시작하면서 바다의 고요를 흔들고 있다.

 

 

 

구 호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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