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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재해석(30)
멋쟁이 주유
[452호] 2021년 12월 01일 (수) 김정룡 기자 jzl0917@naver.com

유비의 아들 유선과 손책의 동생 손권은 둘 다 미성년에 나라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유선은 제갈량이라는 모사를 잘 못 만나 빛을 보지 못했던데 비해 손권은 장소와 주유라는 책사를 잘 만나 즉위하자마자 군주의 빛을 발하기 시작하여 역사에 이름을 크게 나기게 되었던 것이다.

   

장소가 선권은 핵심 문관이라면 주유는 손권의 핵심 무관이었다. 손권의 창업은 이 두 문관과 무관의 덕분이었다.

주유는 손책과 동갑내기였고 둘은 친형제처럼 지냈으며 두 사람의 우정은 남달랐다. 주유는 길 남쪽의 큰 저택을 손책에게 주고 방으로 들어가 어머니에게 절을 하고 서로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융통하며 돕고 살았다. 건안 5(200) 손책이 죽자 주유는 손권을 주군으로 모셨고 최선을 다 해 도왔다. 주유와 손책이 24세 때 환현(皖縣)을 쳐서 함락했다. 당시 교공(橋公)의 두 딸을 포로로 잡고 있었는데 모두 절색이었다. 손책은 대교를 아내로 맞이하고 주유는 소교를 아내로 맞이했다. 그러니까 주유와 손책은 동서사이가 되었다.

주유는 건강하고 용모와 자태가 뛰어나 주랑(周郞)이라 불렀다. ‘은 청년을 가리키며 찬미의 의미가 있다. 따라서 주랑은 멋쟁이 주유를 뜻한다.

삼국연의를 읽어본 독자라면 제갈량이 주유를 세 번 화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 ‘하늘이 나를 태어나게 하고선 왜 또 제갈량을 내렸는가!’ 라는 주유의 탄식, ‘천하를 편하게 하겠다던 주랑의 신묘한 계책, 결국에는 게도 구럭도 다 잃는 꼴이구나!’ 라고 놀림을 받던 이야기 등등은 소설이지 역사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주유는 제갈량 때문에 크게 화난 적도 없고 놀림을 당한 일도 없다. 나관중이란 구라쟁이가 유교의 덫에 걸려 제갈량을 영웅화했을 뿐 주유가 살아생전에 제갈량이 결코 주유보다 뛰어나지 않았다.

삼국시대 가장 큰 전쟁이었던 적벽대전,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의 승리도 주유의 작품이지 제갈량의 작품이 아니다. 제갈량이 적벽대전에 기여한 것은 유비의 책사로 손권을 설득하여 연합을 맺은 것뿐이다.

건안 13(208) 9월 조조가 형주를 침공하자 유종은 수하의 사람을 바치며 투항했다. 조조가 그의 수군을 얻어 수병과 보병이 수십만 명이나 되니 오나라 장수들은 이 소식을 듣고 두려워했다. 손권이 신하들을 불러 모아 계책을 물었다. 그때 신하 중에는 조조에게 투항하려는 항조파(降曹派)와 조조에 대항여 싸우자는 항조파(抗曹派)로 나뉘었다.

장소를 비롯한 문신들은 투항하려는 파들이었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조는 승냥이와 호랑이처럼 사악하고 무섭습니다. 그런데 그는 한나라 승상의 명의에 기대어 천자를 끼고 사방을 정벌하고 움직이면서 조정의 뜻이라고 하니 오늘 그에게 저항한다면 일은 더욱 순조롭지 못할 것입니다. 게다가 장군에게 유리한 형세로 조조를 대항할 수 있는 곳은 장강인데 지금 조조가 형주를 얻어 그 땅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표는 수군을 훈련시켰고 몽충(蒙衝, 소가죽으로 걸을 두르고 칠을 하여 적의 칼이나 화살을 방비하는 배)이나 전투함이 수천인데다 조조가 이것을 모두 포획하여 장강 가에 늘여놓고 아울러 보병도 움직여 수군과 육군이 함께 내려온다면 이때는 장강이 위험해지고 이미 우리도 함께 위험해질 것입니다. 게다가 양쪽 세력은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므로 또 논할 수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맞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비해 조조와 맞서 싸우자는 항조파 리더인 주유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조조는 비록 한나라 승상의 명의에 의탁하고 있지만 사실은 한나라 조정의 적입니다. 장군은 신명스러운 무위와 웅대한 지략을 가진데다가 아버지와 형의 위세에 기대어 강동을 할거하며 수천 리를 차지하고 있고 정예 병사에 식량도 풍족하고 영웅들은 공업을 이루기를 원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마땅히 천하를 횡행하며 한나라 왕조를 위해 간혹하고 더러운 것을 제거할 때입니다. 게다가 조조는 스스로 사지로 들어갔는데 맞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장군을 위해 헤아려보시기 바랍니다.”

주유는 계속해서 용병술까지 말했다.

지금 북방의 영토를 이미 안정시켰고 조조에게 내부의 근심이 없어 시일을 늘려 오랫동안 전쟁터로 와서 싸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또 우리와 물 위에서 싸워 이길 수 있겠습니까? 지금 북방 땅은 아직 평안하지 못하고 게다가 마초와 한수가 오히려 동관 서쪽에 있으면서 조조의 후환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병을 버리고 수군에 기대어 오나 월과 다투는 것은 본래 중원에서는 잘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또 지금은 날씨가 몹시 추워 말에게 먹일 꼴이 없고 중원의 병사들에게 멀리 강호의 땅을 건너도록 했으므로 물과 땅에 익숙지 못하여 반드시 질병이 생길 것입니다. 이러한 네 가지는 용병의 근심거리입니다. 그러나 조조는 함부로 행동했습니다. 장군께서 조조를 잡으려 한다면 오늘이 마땅합니다. 저는 정예 병사 3만 명을 받아 하구로 나아가 주둔하고 싶습니다. 장군을 위해 조조를 무찌를 것입니다.”

손권은 주유의 주장에 기미가 당기고 그럴듯하다고 여겨져 말했다.

사악한 적이 한나라 왕실을 폐하고 스스로 황제로 일어서려고 한 지는 오래되었소. 단지 원씨 두 명과 여포, 유표, 그리고 나만을 꺼렸을 뿐이오. 지금 몇몇 영웅은 이미 죽었고 나만 여전히 남아 있소. 나는 사악한 적과 양립할 수 없는 형세요. 그대가 당연히 공격해야 한다고 한 것은 내 생각과 매우 부합하며 이는 하늘이 그대를 내게 준 것이오.”

손권의 선택은 결국 항조(抗曹)였다.

이때 유비는 조조에게 격파되어 병사들을 이끌고 남쪽으로 강을 건너려고 생각했는데 당양에서 노숙을 만나 상의하고 계획을 세우고 나아가 하구에 주둔하고는 제갈량을 보내 손권을 알현하게 했다. 손권은 곧 주유와 정보 등을 보내 유비와 힘을 합쳐 조조에게 대항하도록 했다.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과 조조의 군대는 적벽에서 만났다. 나관중은 적벽대전을 8회나 되는 분량을 할애하여 굉장하게 묘사했다. 소설을 보면 적벽대전에서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의 승리에 있어서 8할의 공로를 제갈량에게 돌리고 있다. 이를테면 소설 독자나 영화 관객들에게 가장 인상 남는 대목은 제갈량이 동풍을 불게 하는 장면이일 것이다. 제갈량이 목욕재계하고 도사의 옷차림에 맨발바람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제단에 올라 바람에 제사를 지내 겨울철 좀처럼 불지 않을 것 같은 동풍을 기적적으로 불게 하여 승리의 관건요소가 되게 만드는데 이것은 나관중의 구라다. 즉 천재적인 문학가였던 나관중의 생쇼이다. 그리고 소설에서 제갈량이 풀배로 조조의 진영에 접근하여 화살을 10만개나 얻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렇다면 역사적인 적벽대전의 실제사실은 어떠했을까?

조조의 군대는 적벽대전에서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을 만나기 전에 이미 질병에 걸렸으므로 처음 한 차례전투에서 조조의 군대가 패하여 장강 북쪽에 주둔했다. 주유 등은 남쪽 기슭에 있었다. 주유의 부장 황개가 말했다.

지금 적군은 많고 아군은 적어서 오랜 시간 싸우면 곤란합니다. 제가 보기에 조조 군의 배는 앞뒤가 서로 이어져 있으므로 불을 질러 달아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유는 몽충과 전투함 수십 척을 취해 풀을 가득 싣고 그 가운데에 기름을 부어 휘장을 씌우고 위에 아기(牙旗, 장군 깃발)를 세우고는 먼저 편지를 써서 조조에게 거짓으로 항복한다고 알렸다.

편지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저 황개는 손씨의 두터운 은혜를 받았으며 언제나 장수를 맡았고 받은 예우가 얇지 않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천하가 이루어질 때에는 큰 형세가 있어야 하고 강동의 육군과 산월 사람들로 중국의 백만 병력을 감당한다는 것은 중과부적임은 천하가 모두 보고 있는 바입니다. 동방오의 부장들도 어리석든 어질든 간에 모두 불가능한 줄로 알고 있습니다. 오로지 주유와 노숙만이 편협하고 생각이 얕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 귀순하여 의탁하려는 것은 사실을 헤아린 바입니다. 주유가 이끄는 것은 쉽게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제가 선봉이 된다면 정세를 보고 변화하며 목숨을 바쳐 가까이 있겠습니다.”조조는 황개의 사자를 특별히 만나 자세히 묻고 말했다.

   

너희가 속일까 두렵다. 황개가 만일 진실하다면 당연히 앞뒤를 뛰어넘는 작위와 상을 받게 될 것이다.”

조조는 결국 황개의 거짓에 넘어가고 말았다.

황개는 편지를 보내고 나서 날랜 배를 미리 준비하여 각각 큰 배의 뒤에 맥 순서대로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조조 군의 관리와 병사들은 모두 목을 빼들고 바라보며 황개가 투항한다고 말했다. 황개는 여러 배를 풀어 한꺼번에 불을 질렀다. 그때 바람이 매우 사나우므로 강안 위의 진영에까지 불길이 번졌다. 순식간에 연기와 불꽃이 하늘 가득 퍼져서 불에 타 죽거나 물에 빠져 죽은 병사와 말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조조 군은 결국 져서 군사를 돌려 남군을 지켰다. 유비는 주유 등과 함께 힘을 합쳐 추격했다. 조조는 조인 등을 남겨 강릉성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곧장 북쪽으로 돌아갔다. 주유는 조조의 남은 부대 조인의 군대마저 물리쳤다.

적벽대전의 승리 후 손권은 유비에게 논공행상을 나눠 갖기로 하고 유비가 좌장군 신분으로 형주목을 겸하게 하고 공안에 주둔하는 것을 동의했다. 한 푼의 땅도 없던 유비는 드디어 근거지가 생겼다. 손권은 유비를 그다지 경계하지 않았던데 비해 주유는 유비를 여러모로 경계했다.

주유가 말했다.

유비는 용맹하고 영웅다운 자태를 갖추고 있으며 관우와 장비처럼 곰과 호랑이 같은 장수를 끼고 있으므로 틀림없이 오랫동안 몸을 굽혀 다른 사람의 지배를 받지 않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 가장 좋은 방법은 유비를 오군으로 옮겨 그를 위해 궁전을 성대하게 짓고 아르다운 여자와 진귀한 것을 많이 주어서 그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관우와 장비 두 사람을 나누어 각기 한쪽에 배치하고 저 같은 사람이 그들을 지휘하여 싸우게 한다면 대사가 안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땅을 나누어 그들이 기반을 세우도록 도와주고 이 세 사람이 함께 변방 땅에 있도록 한다면 아마 교룡이 구름과 비를 얻어 끝내 연못 속의 물건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손권은 조조가 북방에 있기 때문에 마땅히 널리 영웅들을 초빙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유비를 끝까지 제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주유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유는 스케일이 큰 장군이었다. 그는 조조의 북방마저 정복하려고 맘먹었다.

지금 조조는 막 좌절과 고통을 당하여 마침 마음속으로 걱정하고 있으므로 아직은 장군과 병사를 이어서 서로 싸우는 일은 할 수 없습니다. 저는 분위장군과 함께 촉을 취하러 나가고 싶습니다. 촉을 얻고 장로를 병합한 뒤에 분위장군을 남겨 그 땅을 단단히 지키도록 하고 마초와 동맹 관계를 맺을 것입니다. 제가 돌아와 장군과 함께 양양을 점거하여 조조를 추격하면 북방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손권은 주유의 건의에 동의했다. 그러나 주유는 강릉으로 돌아와 행장을 꾸려 파구를 지나다가 병으로 죽었다. 그의 나이는 서른여섯이었다.

만약 주유가 이렇듯 너무 일찍 죽지 않았더라면 손권의 천하는 오에만 머물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역사에는 가설이 없다. 오로지 현실적인 결과만 있는 법이다.

한편 주유는 인물도 잘 생기고 성품도 좋고 성격 또한 너그러웠으며 군사에도 능했고 음악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비록 술을 많이 마신 뒷일지라도 연주한 음악에 틀린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그것을 알아냈고 그것을 알아내면 반드시 돌아보았다. 그래서 그때 사람들은 가요에서 이렇게 말했다.

곡이 잘못된 점이 있으면 주랑이 돌아본다.”

아까운 인재 주유는 너무 일찍 세상을 하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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