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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도 잘하고 기부도 잘하는 한중식품 김봉규 사장
[450호] 2021년 11월 01일 (월) 김정룡 기자 jzl0917@naver.com

요즘 경제시대에 돈을 잘 버는 사람은 많지만 그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끔 얼굴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에 적당히 기부하거나 마지못해 생색내기 식으로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 기부하는 사람이 있고 또 남의 눈을 의식해 내심 우러나지 않는 어쩔 수 없이 사회에 환원하는 척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 맘속으로 우러나 진심으로 시종일관하게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해야한다는 소명감과 의무감을 갖고 기부하는 사람은 매우 드문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다년간 해마다 거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김치산타로 살아가는 경제인이 있는데 그가 바로 한중식품 김봉규 사장이다.

   

김사장은 중국 심양시 소가툰 조선족 마을에서 태어나 조선족학교를 다녔다. 김사장은 중학교 3학년 때 해방군에 입대했다. 3이면 사춘기 나이로서 한창 방황할 시절이다. 더욱이 엄마가 지은 따뜻한 음식을 먹고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살아갈 나이에 군에 입대하여 갖은 고생을 다했다. 하지만 혹독한 군 생활은 김사장을 삶에 대한 의지를 굳게 만들었다.

자력갱생, 풍의족식(자력갱생, 豊衣足食)’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청소년을 올바르게 키우는 중국식 교육철학이다.

199912월 김사장은 4년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해 집에 돌아왔는데 그를 기다린 것은 텅 빈 집이었다. 그의 부모가 한국에 갔기 때문이다. 부모가 없는 집은 한산하고 고독하고 외롭기 그지없었다. 20005월 김사장도 부모 따라 한국에 오게 되었다.

김사장의 부모는 일찍이 한중수교 전인 1990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의 고향은 전라남도 진도이고 친인척들이 한국에 계서 고향방문이었다. 그 뒤로 1997년 김사장의 부모는 고향 한국에 와서 정착하게 되었던 것이다. 보모는 한국이 고향이어서 마음 붙이고 잘 적응해 살아가고 있었지만 21세 꽃다운 청춘 김사장은 부모가 월세 10만원 짜리 쪽방에서 거주하는 상황을 목격하고 충격을 먹었다.

중국에 덩실한 아파트를 두고 비좁은 쪽방에서 살면서 굳이 한국에서 생활해야 하나?”

이렇게 수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살다보면 정이 붙는 법이다.”

부모들이 갈등하고 있는 아들을 달래는 말이었다. 중국에 돌아 가냐 마냐 하는 갈등 속에서 하루하루 어영부영 살아온 것이 어언간 강산이 두 번 바뀔 법한 세월이 흘렀다.

김사장은 한국에서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여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었지만 신분이 허락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난생 생각지도 못했던 음식점 주방에서 설거지 일을 했다. 허리가 휠 정도로 열심히 일해도 월급은 고작 90만원이었다. 매일 허리를 굽히고 설거지 하다 보니 2개월 만에 디스크 때문에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한 주 동안 휴식을 취하고 이삿짐센터에 취직했는데 일거리가 많지 않아 일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았다. 서울에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강원도 음식점, 경상북도 안동 웨딩뷔페에서도 일해 보았다. 다시 서울에 복귀하여 음식점에 근무하는 한편 새벽시간에 우유배달도 해보고 신문 배달도 해보았다. 이렇게 투잡을 하다 보니 하루 잠자는 시간이 불과 4~5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20039월경 한국정부는 20033월 이전에 입국한 동포들에게 외국인등록증을 발급하여 합법체류로 전환시켜주었다.

김사장은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은 당일에 운전면허시험을 봐서 합격했고 퀵서비서를 하려고 오토바이를 구매했다. 그런데 퀵서비스 회사들이 외국인신분이라고 취직을 거부했다. 때로는 A란 곳에서 B란 곳에 어음을 전달해야 하는데 외국인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현대퀵서비스 회사에서 받아주어 일하게 되었다. 퀵서비스 직업은 아침 9시 출근하여 저녁 6시경이 되면 일거리가 없었다. 이튿날 아침 출근시간까지 14시간 동안 일거리가 없어 그냥 놀려니 마음이 조급해났다. 저녁시간을 이용하여 대리운전을 하기로 맘먹었다. 그런데 대리운전회사들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다행히 신림동 소재 하나로 대리운전회사가 보험에 드는 조건으로 취업을 허가했다.

낮에는 퀵서비스 저녁이면 대리운전. 이렇게 또 투잡으로 일했다. 하루 3~4시간 만 자고 일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보수도 짭짤했다. 낮에는 10~11만원, 밤에는 4~5만원 합치면 하루 수입이 15만원을 웃돌았다.

하루 20시간씩 일하는 아들을 보고 모친께서 극구 만류했다.

너 죽으려고 그토록 목숨 걸고 일하나?”

사실 김사장은 외동아들이어서 부모들이 번 돈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부모에게 의지할 생각이 꼬물만치도 없었다. 오히려 돈을 열심히 벌어 부모를 호광 시켜 드리는 것이 자식 된 도리라는 것을 굳게 지켜왔다.

한때 지인의 소개로 건설현장에서 건물외벽을 페인트 칠 하는 로프도 타보았다. 그런데 일거리가 많지 않아 한 달 치고 보름 정도 일을 할 수밖에 없어 하루건너 쉬는 날이었다.

20대 나이에 음식점 설거지, 하루 종일 야채 써는 일, 퀵서비스, 대리운전, 우유배달, 신문배달, 건설현장 일, 실로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보수도 좋았지만 한편으로 30세 되기 전에 안정된 직업을 갖고 싶었다.

2006년 김사장은 음식점에 육류 식자재 납품하는 한중식품회사를 인수해서 경영해온 것이 어언간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회사를 인수할 초기 같은 업종 유통업체가 3~4곳밖에 없었다. 당시는 각 음식점 주방장들이 한국어가 서툴러 중국어가 잘 통하는 김사장한테 식자재를 주문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 후 점차 같은 업종의 유통업체가 많아졌지만 김사장은 신뢰를 굳게 쌓았기 때문에 장사는 늘 호황이었다.

10여 년 동안 잘 나가던 한중식품회사도 코로나19를 피해가지 못했다. 음식점들이 영업시간 제한, 인원제한 때문에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어 납품업체도 따라서 한파를 맞게 되었다. 2020년 지난 한해는 적자였다. 장사가 잘 되면 직원을 늘리고 장사고 불경기면 직원을 줄이는 것이 영업회사들의 보편적인 생리이지만 김사장은 직원을 한 명도 줄이지 않고 월급을 꼬박 챙겨주었다.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 한중식품회사도 과거 호황이 되찾아 올 것이다.

28세 젊은 나이에 회사를 운영하면서 지난 10여 년간 김사장은 번 돈을 사회에 많이 환원하였다. 재한동포단체 여러 활동에 후원했고, 2020년 여름 구로구 궁동복지센터에 2천만원 상당 식품을 기증했다. 구로2동 복지센터에 해마다 김치 10박스를 기증한 것이 8년이 되었다. 이 소식을 알게 된 국내 최대매체인 조선일보는 김사장을 김치산타로 치하하고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김사장은 현재 재한동포 최대 단체인 한마음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마음협회 회원은 젊은이들이 많은 조직이다. 김사장은 동포 젊은이들이 한국 상류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도우는 일을 하고 싶고 재한동포 자녀들의 중국어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고 토로한다.

현재 솔직히 재한동포사회가 한국사회에 비춰지고 있는 모습은 대체로 부정적인 것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사장과 같은 훌륭한 인재들이 있어 재한동포사회의 앞날이 어둡지만 않고 나날이 밝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정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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