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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밖에는 천국이 없으며 마음 밖에는 지옥이 없다”
[434호] 2021년 03월 01일 (월) 김정룡 기자 jzl0917@naver.com

마음 밖에는 천국이 없으며 마음 밖에는 지옥이 없다

장자호량지변(濠梁之辯)’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장자가 친구 혜시(惠施)와 함께 호라는 강가에서 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다리 위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흘러가는 푸른 강물을 감상했다. 그때 장자가 강물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며 말했다.

물고기들이 즐겁게 헤엄치는군!”

이에 옆에 있던 혜시가 말했다.

자네는 물고기도 아니면서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

그러자 장자가 되물었다.

그러는 자네는 내가 아니면서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는 것을 아는가?”

혜시가 답했다.

나는 자네가 아니니,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없지 않는가.”

이에 장자가 답했다.

나는 강물 위에서 즐거웠고 그래서 물고기가 강물 아래에서 즐겁다는 것을 알았네!”

이 이야기의 메시지는 세상만사를 대함에 있어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보면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보면 부정적인 결과가 따른다는 것이다. 즉 나의 마음이 즐거우니 물고기도 즐거워 보인다는 것이다. 만약 그 당시 장자의 마음이 즐겁지 못했다면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저 물고기들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쉬지 않고 헤엄치니 얼마나 괴롭고 얼마나 고달프며 얼마나 고통스러울 것인가!”

당나라 고종 때 서기 676년 어느 날 광주(廣州)의 법성사(法性寺, 현재의 광효사)에서 저명한 고승인 인종법사(印宗法師)열반경을 강의하고 있었다. 절은 이곳에서 수행하는 승려들과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적거렸다.

절 앞에는 큰 깃대가 서 있었는데 그 위에 걸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깃대 아래서 강의를 듣고 있던 두 명의 승려가 갑자기 논쟁을 시작했다.

한 승려가 말했다.

저건 깃발이 움직이는 거야!”

그러자 다른 승려가 말했다.

아니! 저건 바람이 움직이는 거야!”

계속되는 논쟁에 사람들은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인종법사도 강의를 멈추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때 누군가가 군중을 뚫고 나타나 차분하고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 모두 틀렸네. 움직이는 것은 깃발도 바람도 아닌 사람의 마음일세.”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순간 현묘한 이치를 깨닫고는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말을 한 주인공은 바로 중국 불교 선종(南禪宗, 중국불교의 주류는 선종이고, 일본 불교 주류는 천태종이며 한반도 불교 주류는 조계종이다)의 창시자인 제6조 혜능스님이다.

혜능이 불교에 심취하여 고승의 가르침을 받으려고 선종의 제5조인 홍인(弘忍)스님을 찾아갔다.

홍인이 물었다.

거사(불교에서 남자는 거사, 여자는 보살이라고 칭함)는 어디서 왔고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그러자 혜능이 대답했다.

저는 영남(嶺南) 사람이고 부처가 되기 위해 왔습니다.”홍인이 말했다.

영남의 오랑캐가 어떻게 부처가 된다는 말인가?(당시에는 중원에서 벗어난 남방의 소수민족들을 오랑캐라고 불렀음)”

혜능이 답했다.

사람이야 남쪽과 북쪽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불성을 어찌 남쪽과 북쪽으로 구분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스님의 불성과 오랑캐인 저의 불성에는 어떠한 차이도 없습니다. 스님께서 불성을 이루셨으니 저 역시 받아주신다면 불성을 이를 수 있습니다.”

홍인이 혜능의 재능을 발견하고 의발을 넘겨주었다.

혜능은 불교혁명을 일으켰다. 즉 인도불교를 중국화 했다. 혜능 이전까지 각국의 불교는 신도들이 부처를 예수쟁이들이 예수를 하나님으로 모시듯 하늘높이 모시고 경전 해독과 경전 믿음을 통해 해탈하고 나중에는 열반에 들 수 있다는 소승불교였는데 혜능은 부처의 권위를 과감히 없애버리고 부처는 외부가 아니라 나의 마음속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그의 주장에 의해 당시 중국에서 최고의 권위에 있던 인도불교의 지위가 흔들리게 되었고 부처를 꾸짖고 조사(祖師)를 매도하는 가불매조(呵佛罵祖)’ 풍조가 생겨났다.

동시에 그는 모든 중생은 불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기 성품의 깨끗함을 보라. 스스로 이룸이 자기 성품인 법신이며 스스로 행함이 부처의 행위이며 스스로 이룸이 부처님의 도이니라.”

따라서 혜능은 불경을 암송할 필요도 없고 지금껏 지켜지던 수행 방법을 따를 필요도 없다고 말하며 자신의 본성을 발견한다면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돈오불성(頓悟佛性)’을 주장했다.

불교에 있어서 인과응보가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선악의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낙고(樂苦)의 결과가 있다는 뜻이다. 살아서 나쁜 짓을 하면 죽어서 축생이 된다고 한다. 불교의 인과응보를 유교적으로 표현하자면 권선징악이다.

그런데 불교의 원인에 의해 결과가 나타난다는 인과응보를 부정하면서 세상일은 우연의 일치여서 사람이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주장한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남북조 시대 유물론자였던 범진(范縝)이다.

남북조시대에 제나라 경릉왕(景陵王) 소자량(蕭子良)은 매우 독실한 불교신자였다. 그래서 그의 집 문 앞은 불교를 믿는 문인들과 불법(佛法)을 강의하러 온 명승들로 늘 북적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문객(범진)이 그에게 부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영혼이 업에 따라 계속 환생이나 윤회를 반복한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들은 소자량은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소자량이 그 문객에게 물었다.

자네는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를 믿지 않는 듯한데 그럼 귀하고 부유한 사람과 천하고 가난한 사람처럼 세상에 차별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러자 문객이 대답했다.

인생은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려 떨어지는 꽃잎과 같습니다. 어느 꽃잎은 바람을 타고 가다가 커튼을 스쳐 거실에 깔린 융단 위에 떨어지기도 하고 어느 꽃잎은 바람을 타고 가다가 울타리에 부딪혀 똥구덩이에 떨어지기도 합니다. 전하께서는 바로 융단에 떨어진 꽃잎이고 소인은 똥구덩이에 떨어진 꽃잎인 것입니다. 그러니 귀천에 차이는 있더라도 그것이 어찌 인과응보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만사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는 유심론의 정점을 찍은 인물로서 남송시대 육구연(陸九淵)을 꼽을 수 있다. 그는 하늘의 이치, 사람의 이치는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있으며 마음만이 유일한 실재라고 보고 우주가 내 마음이고 내 마음이 곧 우주이다.’라고 말했다.

남송 신유학(新儒學)의 창시자 주희(朱熹)와 철학적으로 사상적으로 양명학으로 쌍벽을 이룬 명나라 왕수인(王守仁)은 심학이론의 대가였으며 참된 즐거움과 참된 자신의 상태에 관한 핵심명제를 제시했다. ‘주주야명(晝朱夜明)’이란 말이 있다. 조선에서 주희의 신유학 일변도에 빠져 있을 때 일본에서는 낮에는 주자학, 밤에는 양명학을 배웠다는 뜻이다. 왕수인의 심학을 근간으로 하는 양명학이 그만큼 동양에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왕수인은 어릴 적 장기(橡棋)에 빠져 수업을 빼먹기 일쑤였다. 화가 난 아버지가 아무리 호통 치며 혼내도 듣지 않아 아예 장기를 강물에 던져버렸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왕수인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장기 두는 재미가 온종일 끝이 없는데, 엄격한 아버지 때문에 순식간에 잃어버렸네. 강물에 빠진 병졸 구할 수 없고, 장군들도 모두 다 물에 빠졌네. 말들도 물결에 휩쓸려 천 리를 갔고, 상도 삼천(三川)에 빠져 물결에 따라 떠내려가네. 한 차례 울린 대포 소리에 천지가 진동하니 와룡이 놀라는구나.”

문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던 왕수인의 처녀작은 굉장했다.

산은 가까이 있고 달은 멀리 있으니 달이 작게 느껴져 산이 달보다 크다고 말하네. 만약 하늘처럼 큰 눈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작은 산과 훨씬 큰달을 볼 수 있을 텐데.”

왕수인은 천재적인 문학가였지만 후세 사람들에게 인상 깊게 남긴 것은 그의 시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명구이다.

마음 밖에는 사물이 없으며 마음 밖에는 이치가 없다.”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마음 밖에는 천국이 없으며 마음 밖에는 지옥이 없다.”

   

양명학 창시자 왕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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