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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즘 트로트 땜에 행복한 고민에 빠져
[429호] 2020년 12월 16일 (수) 김정룡 기자 kzl0917@naver.com

현대사 한국가요계를 두 가지 산맥으로 분류하는데 한 부류는 나훈아와 이미자로 대표되는 민족정서를 잘 담고 있는 트로트이고, 다른 한 부류는 패티 김과 조영남으로 대표되는 외국가요를 한국사회에 접목시킨 것이다. 이 두 가지 장르중에서 트로트가 외국 번안가요보다 당연히 인기가 더 높았다.

   

트로트의 특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4분의 4박자를 위주로 하는 뽕짝멜로디가 대중한테 쉽게 먹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래가사 절대다수가 고향, 사랑, 바람 등 포인트가 우리민족의 삶의 정서를 잘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쌓여왔던 우리민족의 한을 풀어 준 것이 바로 트로트였기 때문에 인기가 좋았던 것이다.

그토록 인기 좋았던 트로트가 점차 발라드, , , ‘성악등 장르에 밀려 젊은이들한테 찬밥신세로 전락하게 되었다. 트로트가 젊은이들한테만 외면당했던 것뿐만 아니라 기업가들의 오픈 행사나 연말행사 때 트로트 가수를 초청하면 글로벌시대와 동떨어진 분위기라고 생각하고 성악가를 비롯해 다른 장르의 가수를 초청한다. 책 출판기념회와 같은 지적인 모임에도 트로트 가수를 초청하지 않고 다른 장르의 가수를 초청한다.

불과 2년까지만 해도 트로트는 시대에 뒤떨어진 음악으로서 노인들의 심심풀이용 음악이라는 분위기가 농후했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인기 높은 미스터트롯에서 미에 오른 이찬원과 22세 나이에 전국의 어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조명섭 가수는 얼릴 적부터 트로트에 심취해 부모들이 몹시 애를 태우고 있었다. 시대를 따라 가지 못하는 낙오된 아이라고 속상해 했던 것이다.

이렇듯 찬밥신세였던, 좀 지나친 표현이 되겠으나 거의 죽어가던 트로트를 회생시킨 것은 지상파방송이 아닌 종편방송이다. TV조선이 그 주인공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TV조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싫어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 종편방송(채널A, MBN, TV조선)은 보수성향이 짙다. 이주민사회의 성향은 보수보다 진보에 더 가깝다. 그래서 종편방송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방송의 성향이 맘에 안 든다고 해서 그 방송의 모든 프로그램을 싫어할 필요는 없다.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봐주는 것이 객관적인 태도이다. 그래서 나는 TV조선이 트로트를 부활시켰을 뿐만 아니라 흥행시킨 공로만은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싶다.

TV조선은 2019.02.28. ~ 2019.05.02. 10부작으로 방송한 미스트롯1 서바이벌 경연에 12천 명의 지원자를 모집했다. 마스터 오디션에 참가한 인원이 94100명이었다. 도전자 12천 명이란 이 숫자만 보더라도 이미 트로트 부활을 일으켰다고 말해도 어폐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최고 시청률이 18.1%에 도달했으니 대성공이었다.

TV조선은 여성만 참가한 미스트롯1’이 대성공을 거두자 이에 힘 업어 남성만 참가하는 미스터트롯을 기획하였는데 지원자가 15천 명이었고 101109명이 마스터 오디션에 참가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성공을 넘어 최고 시청률이 35.7%에 이르렀으니 연예프로그램 역사의 정점을 찍은 사건이었다. 드라마 시청률 중 1990년대 초반 모래시계’ 40%의 최고 시청률이었는데 미스터트롯이 이에 접근했으니 대한민국 남녀노소가 거의 시청했다는 얘기이다.

미스터트롯은 코로나가 한창 시작될 즈음인 2020.01.02. ~ 2020.03.12. 11부작으로 방송되어 우울하던 시청자들의 맘에 활기를 불어넣은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과거에는 가족끼리, 친구끼리, 하다못해 연인끼리 밥 먹으러 가도 각자 자기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면서 대화가 없던 우울하고 슬픈 문화에 대화를 가능케 만든 것이 바로 미스터트롯이었다. ‘미스터트롯이 그만큼 화젯거리가 많았다는 증거이리라.

TV조선의 미스트롯1’ 이후로 2019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온통 트로트 천하로 변했다. 문화방송인 MBC는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편애중계라는 프로그램을 2019.11.05. ~ 2020.07.10. 35부작으로 방송했다. 최종 우승자는 트로트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는 14세 소녀 전유진이었다.

MBN은 주부만 출현한 보이스퀸2019.11.21. ~ 2020.01.23. 10부작으로 방송하였는데 중국조선족 가수 최연화가 3위에 올랐다. MBN은 이어서 보이스트롯2020.07.10. ~ 2020.09.25. 12부작으로 방송했는데 역시 시청률이 높아 트로트 흥행에 큰 힘을 보탰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것은 변우민, 박상면 등 얼굴이 잘 알려진 배우 그룹과 엄용수, 김학도 등 개그맨 그룹과 이만기, 김재엽 등 체육계 전설들이 모인 셀럽그룹과 홍경민, 하리수 등 이름이 쟁쟁한 기성가수들이 참가한 가수그룹과 김다현, 황민우 등 샛별그룹과 같은 다양한 계층 또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이 도전하는 모습이 힘든 코로나 정국에 국민들에게 활약소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지상파 방송들이 종편방송에 뒤질 수는 없다.

SBS트롯신이 떴다2’202099일부터 라스트 찬스라는 타이틀로 방송하고 있다. 도전한 참가자들의 실력이 대단하다.

MBC트로트민족20201023일부터 방송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1.2 경기, 충청, 강원제주, 경상, 전라, 해외이북 등 8개 팀이 경쟁하는 재미에 개인 경연까지 더해 흥행하고 있다.

트로트 원조를 자랑하는 KBS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난 5일부터 트로트전국체전을 시작했다. 첫 방송을 시청했는데 여덟 개 지역으로 나눈 올스타를 받은 참가자들이 이 여덟 지역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하여 그 곳의 선수로 출전하는 재미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다. 그리고 그날 벌써 외국인 참가자 두 팀이 올스타를 받아 지역을 선택할 자격을 가졌다. 미얀마에서 온 14세 완이화 양은 6세 때 차 사고로 돌아간 아버지의 가수 끔을 이루려고 참가하게 되었다는 사연을 말하면서 안예은의 상사화를 불러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완이화 양의 노래실력이 인정받아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대한민국 많은 분야에서 외국인 차별현상이 난무하고 있고 더욱이 코로나 정국에서 대한민국정부조차 공적마스크와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외국인을 차별하고 있지만 이 트로트 프로그램만큼은 외국인을 전혀 차별하지 않고 오로지 실력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하고 있는 편견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이주민인 나는 두 손 들어 찬성하고 싶은 심정이다.

1217일부터 미스트롯2’가 방송이 시작된다고 하니 올해 연말은 물론 내년까지도 트로트 열풍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트로트 하면 가성(歌聖) 나훈아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나훈아는 800여 수를 작사작곡하였고 히트곡도 가장 많은 가성이다. 내가 나훈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노력 실력은 말할 것 없고 그 외 나훈아야말로 우리민족의 야단법석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나훈아 콘서트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여 무대를 꽉 채워 난리법석을 떠는 그야말로 떠들썩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한민국에서 그 어느 가수도 나훈아 콘서트처럼 야단법석을 떨지 못한다. 우리민족의 야단법석의 원조는 신라 원효 스님이었다. 원효 스님은 바가지를 물에 엎어놓고 반주 삼아 불경을 노래 식으로 읊으며 촌촌락락을 돌아다니며 불교전파에 일생을 바쳤다. 그가 이르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여 한바탕 야단법석을 떨었던 것이다.

노래실력을 말하자면 앞으로 백년 어쩌면 천년 동안 나훈아를 능가할 가수가 나타나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처럼 최고의 경지에 오른 가수도 아주머니들을 비롯한 기성세대에게 인기 있는 편향된 응원을 받고 있었다. 젊은이들한테는 인기가 별로였다는 뜻이다. 그러던 나훈아가 지난 추석 KBS를 통해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그를 멀리하던 대한민국 젊은이들도 나훈아에게 빠져버리고 있다. 과거 그가 콘서트 열면 젊은 관객이 아주 적었는데 앞으로 젊은이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나훈아가 이렇듯 전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물론 일차적으로 그의 실력이 최고라는 점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나훈아는 자신만의 철학이 뚜렷하고 또 신선 같은 존재이다. 그가 작사한 가사들을 일별해 보면 신선의 경지에 이르지 않고서는 나오지 못할 것들이 굉장히 많다.

나훈아가 세계 4대 성인 중 한 명인 2400년 전의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소환하여 지은 ! 테스형은 심오한 철학이 담겨 있는 노래이다. 소크라테스는 저 자신을 알라.”는 말로 유명해졌다. 우리말로 버전으로 말하자면 앉을 자리 설 자리 알라는 뜻이다. 나는 평생 이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2020년은 트로트 100주년 맞는 해이다. 2020년은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몹시 힘들어하는 한해였다. 한국에서는 이 힘든 국민들의 맘을 어루만져주고 함께 즐기고 정신적인 치료제와 힐링제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 바로 트롯이다. 물론 그 혜택에서 나도 한 몫을 톡톡히 받고 있다.

그런데 고민이자 문제 하나를 안고 있다. 이 많은 트로트 프로그램을 전부 시청하자니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있어 고민이다. 왜냐하면 나는 저녁 퇴근해서는 책을 반드시 얼마만큼의 양을 읽어야 하는 강박증이 있는데 트로트 프로그램이 나의 독서에 큰 지장이 되고 있다. 안 보자니 잠이 안 올 것 같고 보자니 시간을 빼앗기고 하니 고민이 깊다. 하지만 이런 나의 고민은 어쩌면 행복한 고민이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어릴 적부터 노래를 몹시 좋아했다. 다섯 살 때부터 동네 무대에서 노래한 적이 있었다. 어릴 때 녹음기가 없고 TV도 없던 시절에 나는 영화 주제곡을 한 번만 들으면 알 수 있을 만큼 소질이 있었다. 성대도 좋은 편이다. 한 때 중국에서 경극인 양반시(楊板劇)’가 흥행할 때 나는 그 노래들을 전부 부를 줄 알았다. 너무 불러서 목이 쉰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시골태생이라 누가 지도해주는 스승이 없어 가수가 되고 싶다던 생각은 그냥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지금도 노래방실력만큼은 타인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타고난 음악소질은 취미로 남아 지금도 노래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있다. 그래서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을 모조리 빼놓지 않고 시청하고 있고 좋아하는 가수나 현재 진행 중인 실력이 뛰어난 도전자의 노래도 잠들기 전에 유튜브로 많이 시청하고 있다.

김정룡 가치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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