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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 맞추기
[427호] 2020년 11월 16일 (월) 동포타운신문 dongpotown@daum.net


   

오늘 아침, 딸애가 출근 준비를 한다. 거울 앞에서 이 옷 저 옷 견주어보다가 내 나이에 맞는 옷이 별로 없어 하고 혼자 말처럼 되뇐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코로나 분위기 때문에 별로 백화점에 가지 않았다. 그래서 새삼스레 쳐다보니 산뜻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여전히 예쁘다.

너 지금 20대거든. 너 나이에 맞는 옷이잖아 어정쩡한 나다.

아니 회사에 맞는 옷 딸애가 총총히 현관을 나서면서 낮은 소리로 말한다.

딸애는 한국에 온지도 10년이 된다.

2010년 하얼빈 조선족1중학을 졸업하고 그해 흑룡강조선족 대학 입시 생 이과(理科) 3위의 좋은 성적으로 서울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대학 시험 치고 한국 서울대에 입학? 딸에게는 예사롭지 않은 한 해였음이 분명했다. 그해에 하얼빈 조선족중학교는 유사이래 처음으로 중국 일류대학인 청화대학 자주초생(自主招生) 할당을 하나 받게 되었는데 딸애에게 차례 졌었다. 인터넷으로 서류작성해서 보내고 시험에 응해야 하는데 처음인지라 자타의 응대 실수로 시간을 놓치었다. 그런데 그해 서울대에서도 유사이래 처음으로 하얼빈 조선족 제1중으로부터 대학생을 1명 모집했었다. 수선 평시 학습 성적과 대학입시성적을 본다. 다음 보낸 서류들을 보고 대학입시 성적이 나온 후 서울대 교수 3명이 직접 와서 면접시험까지 보았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어서 딸이 최종 입학통지서를 받았다. 그렇게 우리가 선택한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에서 장학생으로 등록금 기숙사비 다 면제받고 한 달에 50만의 생활비까지 받으면서 첫 발자국을 떼게 되였고 지속적으로 장학금 받아 4년의 학부 공부에 이어 2년 대학원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석사 학위 받고 졸업하였다. 이어서 취업 준비하고 한국 4대그룹의 하나인 LG화학에 취직되어 대전 화약연구소에서 2년간 있다가 올해 연초에 여의도 본사로 전근하여 출근하고 있다.

그렇게 10년 세월, 한국 사회에 융합이 된 딸애는 많은 면에서 한국사람 그 대로이다. 말도, 독서도, 운동도, 자주 보는 TV채널도, 활동 반경도 한국 젊은이들의 복사본이다. 한국인 친구도 많고 즐기며 산다. 애는 언제나 독자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공부나 일에 대한 고민은 안 한다. 잘 할 수 있으리라 믿기에 나 또한 묻지도 않는다.

매일 다른 옷을 갈아입고 출근하고 그러다 보니 행거에 사철 옷이 가득 진열되어 있다. 대학교 때 입던 옷들은 후배들에게도 여러 차례 물려주었다. 더러는 버리기도 하면서 신진대사를 거듭해왔다. 그래도 만족할 수가 없는 발전하는 사회이다.

본사로 오면서 여의도 LG트원타워 지상 34층 건물의 24층의 제일 어린 선임이 된 딸애. 주의를 돌아보아도 같은 20대가 없는 본사이다. 팀 회식을 자주 갖는데 모두 나이 있는 분들과 함께였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 속에서 옷도 스타일도 센스에 맞추어 나가야 할 것 같은 생각 때문이었을까? 자기가 입는 옷이 어려 보인다는 감각이?

얼마 전에 신세계백화점을 돌다가 쥬얼리 가게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들어 가보려 하는데 직원이 웨이팅이 있어 조금 기다리라고 만류하길래 가게 안을 보니 고객이 두세 명 뿐인데? 딸애가 내 팔을 끼며 바쁘니 가자한다. 길 걸으면서 딸이 하는 말- 며칠 전 팀 언니가 귀걸이를 700만원짜리 하고 왔어, 브랜드가 이 가게 것이야. 거의 모든 것이 값 비싸. 응 그래? 나는 그때 처음으로 가게에 고객을 한두 명만 들여놓는 보석 가게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어떤 집단에서의 적응이란 참 쉬운 말이 아닌 것 같다. 끝없이 줄 서는 그 무엇이 있다고 주위사람들이 알려주는 것 같다.

그러니 딸애의 회사에 맞는 옷이란 그 의미가 가벼운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가슴에 쩡-맞혀오는 그 무엇. 선택과 관련된 생각들이 밀려든다.

제일 어리다! 는 표식이 껌처럼 딸애를 따라 다닌 세월도 20여년 된다.

주위로부터 작은 천재로 불려오던 오던 딸애, 네 살부터 중문으로 술술 독서를 할 수 있는 애였다. 5세에 소학교에 입학시키었는데 담임선생님이 관찰을 거쳐 학습 위원을 시켰다고 말 할 때도 난 반가움보다는 제 물건도 건사하지 못하고 비일비재 흘리고 다니는 딸애 때문에 담임선생님만 쳐다보았던 일이 생각난다. 그리고 딸애가 학교 다녀와서는 외할머니와 TV를 함께 보면서 고무줄 한 끝은 방문 고리에 메고 다른 한끝은 외할머니가 쥐게 하고선 고무줄뛰기 연습을 공부보다 더 열을 내여 하던 화면들이 기억난다. 반의 친구들이 딸애가 작아서 놀이에 서툴러 끼워주지 않아 집에서 연습하였다는 것을 후에야 알았다. 애는 그러면서 학교생활을 재미로 대하고 친구를 만들어가면서 자랐었다. 언제나 학급 애들보다 한 살 내지 두세 살 어린 나이로. 성적은 고등학교까지 줄곧 1등 라인이다.

서울대에 오고 보니 또 유일한 외국 애로서 동기생인 한국애들보다 한두 살 어린 출발점에 선 것이다.

하얼빈에 있을 때는 학교에서나 집에서 입만 열면 중국어이던 애가 지금은 입만 열면 한국어 모드이다. 그간 빨리 한국사회에 적응해 나가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한 딸애가 늘 대견했었다. 그러나 첫 한해는 모든 과목 수업을 한국어로 받자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얼빈 조1중은 고등중학부터 조선어 제외하고는 모든 과목 수업을 중국어로 했고 교재도 중문으로 되었었다 그러니 적응 과정에 학습내용이 한국 애들보다 배로 많아진 셈으로 되는 것이다. 후에 안 일인데 1년간은 고민도 많았고 눈물도 적잖게 흘리었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성적이 나와서 지속적으로 장학금 받으면서 공부하게 된 건강한 사회의 혜택을 많이 받은 애이다.

너무 일찍 학교에 보내지 않았느냐? 하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가끔 가슴에 맞혀오는 무엇이 있다면 늘 나이 더 많은 사람들 속에 있는 애가 짠해올 때이다.

세상은 크고 심오하다. 발전의 단계가 끝없는 무형의 계단처럼 발아래에 펼쳐지며 만족이 무엇인지 그 끝이 안 보인다. 일과 계획 목표-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그림들이 무형의 압력이 되기에 사람들은 일개미처럼 살아가는 것 같고 중압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 또한 발달한 사회와 도시의 무게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시시로 고민도 하고 문제의식도 없지 않다. 또한 그것 역시 삶의 도전이고 모종 의미로는 혜택인 것이다.

생활은 참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

매 성장계단마다 톱 자리를 유지하여 온 딸애는 늘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받아왔다. 아래의 위치에서 쳐다보면 너무 행복할 것 같지만 매 단계마다 나름으로 맞서는 이러저러한 고뇌들이 있으니 인생은 참 묘한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바라던 것이 현실로 되여 한 단계 올라서면 또 다른 목표와 도전 대상이 나타난다. 성취 뒤에 따르는 감격, 감수는 잇달아 잠잠해진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지평선을 느끼며 일상은 계속된다. 기쁨과 감격을 뒤로 한 채 또다시 현실에 파묻힌다.

그러고 보니 행복에 대한 느낌은 마음의 갖춤 새가 아닌가 싶다. 등산로의 어느 위치에서든 행복은 찾아오고 인생의 어느 모퉁이에서든 행복은 깃을 펴는 것이다. 문제는 삶의 밸런스를 바로 잡아가는 적극적인 태도와 자그마한 일에서 수확을 느끼고 즐길 줄 아는 마음이라고 본다.

딸애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주기적으로 가던 헬스장도 안 간다. 대신 일주일에 두 번씩 테니스 배우러 다니고 가끔은 집에서 40-50분 동안 요가 운동도 하고 하면서 건강과 몸 관리에도 신경 많이 쓴다.

건강, 능력, 취미, , 소득, 친구, 건강한 사회 환경 만들기. 이 모든 삶의 필수적인 여러 가지 요소들이 행복의 원천인 것 같다. 일개인의 행복은 큰 것에 있다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의 밸런스를 잡아가는 과정에서의 자질구레한 소득과 즐거움에서 오는 것 같다.

   
리춘화
연변대학 졸업. 할빈 시 조선족 제1중학교 정년 퇴직교원.
중국 조선족 작가협회 회원
흑룡강성 작가협회 회원. 재한 동포 문인협회 이사.
수필 시 다수 발표 및 수상 경력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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