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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온라인 강의
[420호] 2020년 08월 01일 (토) 김정룡 기자 jzl0917@naver.com

코로나19와 온라인 강의

 
   

 

인류의 과학상식으로는 예측불가였던 코로나19는 인간의 정상적인 삶을 파괴하여 물질적 정신적 피해가 막심하다. 피해가 막심할 뿐만 아니라 2020년 상반년에는 속수무책으로 그냥 손 놓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현실적인 표현일 것이다.

필자의 경우 과거 해마다 달마다 부지런히 강의를 진행해왔다. 직업이 강사가 아니고 부업(副業)’으로 했는데 강의는 나에게 삶의 보람이라는 정신적 희열과 정신적 건강을 덤으로 가져다주었다. 물론 강의라는 부업(副業)’부업(富業)’으로 되어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어 생활이 윤택해지는데 기여를 해왔다.

이렇듯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강의였으나 과거에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을 뿐 소중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무엇이든 있을 때는 소중한 줄 모르다가 잃고 나면 소중함을 심심히 느낀다는 말이 나의 현실이 되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2020년 상반년 6개월 동안 코로나19 때문에 단 한 건의 강의도 하지 못했다. 짧다고 보면 짧고 길다고 보면 긴 6개월 동안 한 건도 못했으니 경제적 손해보다 정신적으로 충격이 매우 컸다.

인간은 고난(역경)에 처해 있다가 상황이 타개되면 죽으라는 법은 없지라는 말을 곧잘 한다. 나에게도 죽으라는 법이 없이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하반기 첫 시작인 7월에 강의 두 건 진행했다. 한 건은 관악구 시민학교에서 <칼럼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주제로, 다른 한 건은 법무부 이민자 멘토 교육 프로그램인 <이민자의 성공열쇠는 문화적응>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2019년까지의 강의도 강의이고 2020년 강의도 강의이건만 진행에 있어서 형식과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작년까지의 강의는 강의요청이 들어오면 강의안 짜고 PPT자료 만들어 주최 측에 보내면 현장에서 틀어놓고 수강생들을 마주하고 강의하면 그만이었다. 이 강의 방식이 PPT만 빼면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진행해온 전통강의 방식이다. 물론 학교 정규 교육 강의와 대중강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같은 방식에 속한다. 이렇게 수천 년 동안 진행해오던 강의 방식이 2020년 들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코로나19 때문에 수십 명 수백 명 수강생들을 마주하는 대면 강의는 사라지고 대신 온라인 강의가 그 자리를 메웠다.

겨울에 느닷없이 들이닥친 코로나19가 한두 달이면 지나가겠지 했지만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봄이 가고 여름이 되어도 끝이 보이지 않자. 각 분야에서 온라인 강의가 대세를 이루게 된 것이다. 나이가 지긋한 대학교수 중 일부가 온라인 강의에 적응이 되지 않아 자료만 띄워놓고 보라는 식으로 강의를 대체하니 등록금 반환 목소리가 빛발치고 있다. 본직이 강의로 밥 먹고 사는 교수들조차 이런 폐단이 있는데 강의가 부업(副業)’ 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온라인 강의는 더욱 어려운 과제였다.

다행히 법무부에서 3회의 시간을 들여 온라인 강의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는 수업을 진행하여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온라인 강의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715일 저녁 7, 10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하였는데 장비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마이크는 방송국 전용 마이크 두 개, 노트북 자체에 카메라가 있는데 나의 얼굴을 비추는 카메라가 또 따로 있고 동서남북으로 비출 수 있는 카메라까지 합치면 아마 적어도 5대 이상은 되는 것 같고, 대문짝만한 모니터가 나를 조명하고 있었다. 사회자가 나의 옆에서 따로 노트북으로 진행하고 스탭만 3명이 붙어 진행하고 있었다. 물론 동영상제작까지 하다 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진짜 큰 방송국 스튜디오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라디오방송 진행이 딱 어울리는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강의자라는 신분을 잃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강의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머리에 털이 나서 처음으로 수강들의 얼굴을 전혀 보지 못하고 강의했다. 50분 동안 주구장창 홀로 떠들어야 한다. 대면 강의는 수강생들의 표정과 정서를 살피면서 가끔 호응을 잘하거나 의문스러워 하는 표정을 짓는 수강생에게 질문도 하고 장의자가 중요한 대목에서 자문자답도 하면서 진행하다 보면 50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이에 비해 온라인 강의는 수강생들과 전혀 정서교감이 없기 때문에 내가 강의를 잘하고 있는지? 혹시 수강생들이 불만족스러워하지는 않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강의 도중에 슬그머니 압력이 생긴다.

그럼 이러한 우려를 전혀 알아낼 기회가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대면 강의는 일반적으로 50분 안에 질의와 응답까지 끝내야하지만 온라인 강의는 일반적으로 100분이다. 50분 강의하고 나머지 50분은 토크쇼 시간이다. 이때 수강생들의 정서를 보고 나의 강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질문이 많으면 호응도가 좋다는 증거이고 호응도가 낮으면 나의 강의가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말할 수 있다. 시민학교 강의에서는 토크쇼 시간에 사회자가 질문을 정리하여 나에게 넘겨주면 답을 하는 식이었는데 법무부 멘토 강의는 혼자서 수강생들에게 질문을 유도하고 매끄럽게 진행해야 했다. 그러니까 방송에서의 토크쇼처럼 강의자는 토크쇼 시간에 매끄럽게 진행하는 훌륭한 MC역을 수행해야 한다.

7월에 있은 두 차례의 온라인 강의가 서로 진행 방식이 달랐지만 한편으로 달랐기 때문에 좋은 경험을 맛볼 수 있어 정말 둘 다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한편 대면 강의는 현장에서 수강생들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지만 온라인 강의는 사전에 정보를 얻지 못하면 현장에서는 쉽지 않다. 관악구 시민학교 강의는 수강생들이 글쓰기에 취미 있어 수강신청을 한 시민들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강의 후에 과제물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내국인 일색인 수강생 중에는 중앙일간지 온라인에 정기 기고하는 분, 직업이 글쓰기 아니고 아마추어 신분이지만 <1인 가구를 양산하는 건축물 구조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으로 원룸에 대한 사회적인 폐단을 지적한 김00씨의 글은 국토부 정책제안 안건 자료로 제출해도 훌륭한 글이었다.

본래 수강생들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마땅히 강의자로 중앙일간지 유명 칼럼니스트를 섭외해야 맞지 않았나는 생각이 들어 수강생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나는 칼럼을 400여 편 발표한 칼럼니스트라고 하지만 한국 중앙일간지 칼럼니스트들에 비해 글을 쓴다고 명함을 내밀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훌륭한 기회를 나에게 부여한 주최 측에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싶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정말 행운아다. 박사 신분도 아니고 더욱이 대학 교수도 아닌 신분이지만 지금까지 한국관공서 공무원을 비롯해 한국인 대상으로, 심지어 대학교강단에도 여러 번 서 볼 만큼 수많은 강의를 진행해왔다.

코로나19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사태가 앞으로 지속되는 한 온라인 강의는 대세로 자리 잡아 갈 것이다. 이러한 시국에서 온라인 강의라는 새로운 방식에 적응해야하는 기회를 준 법무부와 시민학교 두 차례의 강의는 나의 일생에서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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