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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차이나모델』
[410호] 2020년 03월 01일 (일) 김정룡 기자 jzl0917@naver.com

코로나19차이나모델

218일 오후 용정에서 회식한 주민 10명이 경찰에 적발되어 각각 행정구류, 행정벌금, 행정경고의 처벌을 받았다. 처벌이유는 전염병 예방통제 규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225일 연길 한 아파트 6층에서 17명이 모여 마작을 하다 잡혀 주인은 행정구류 10일과 불법소득 400위안 추징금 납부, 나머지는 모두 200위안의 벌금 처벌을 받았다. 역시 비상시기에 통제규칙을 어긴 것이 처벌이유였다.

며칠 후 31일 확진자 4,000명을 향해 달리고 있는 한국에서는 일부 대형교회들이 수천 명이 모여 예배에 참석했지만 처벌이 없었다. 확진자가 간호사 얼굴에 침을 뱉었다는 기사가 있었지만 처벌받았다는 뉴스는 없다.

중국과 한국 두 나라는 코로나19 감염이 가장 심각한 1위와 2위 국가인데 어느 쪽이 감염 확산 방지와 통제에 있어서 효과적일까?

필자는 이 두 나라의 이번 비상시국사태를 통제하는 정부의 조치를 보면서 얼마 전에 읽었던차이나모델이란 책이 떠올라 다시 펼쳐들었다.

차이나모델은 캐나다 출신 정치철학자인 대니얼 A. 벨이 2015년에 출간한 책이다. 이 책이 출간되자 서구에서는 문제작으로 취급했다. 일부에서는 저자를 중국의 변호인’ ‘중국의 대변인’ ‘중국의 나팔수라고까지 공격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서구에서 인류역사 이래 가장 선진적인 정치제도로 간주하고 있는 “11표 선거민주주의가 옳다는 상식에 어깃장을 놓은 것이 문제였다. 저자는 11표의 선거민주주의에 대해 낙관하지 않고 중국의 현능주의를 미래 정치체제 대안으로 제시한다.

근대 서방 사회가 다중적(多重的)이라고 하는 것은 틀림없는 말이다. 모든 일이 논쟁의 대상인데 확실한 합의가 되는 일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사실 모든 사람의 동의를 받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정치지도자를 11표의 원칙에 의해 뽑는다는 것이다.”

책의 서두에서 나오는 말이다.

한국도 11표 선거민주주의이며 대선 때마다 후보들은 협치를 중요한 공약으로 외치지만 저자의 지적처럼 협치가 이뤄진 적이 없는듯하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협치를 강조했으나 협치는 고사하고 작은 합의조차 이뤄지지 못해 동물국회보다 더 심각한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일각에서는 “11표의 선거민주주의가 점점 더 나은, 점점 더 좋은 세상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후퇴하고 있으며 19876월 항쟁 이후 여야 간의 정쟁대립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요즘 같은 비상시국에서조차 의료계의 알력과 야당의 비선자문공격에 의해 보건당국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마련에 자문을 해오던 범학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가 결국 해체됐다. 해체되는 것을 보면 정쟁이 도가 넘었다는 느낌이 든다.

선거민주주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지도자에게 경험(전문성)을 요구하지 않는 제도가 거의 의심을 용납하지 않는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보인다는 점이다. 그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최고지도자의 채용에는 지도력의 경험, 특히 같은 분야에서의 경험을 참고로 한다. 그런데 유독 정치권력만이 예외다. 11표의 원칙에 따라 선출된 사람이기만 하면 경험의 유무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책 중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한국의 경우 최고 경관인 서울시장이 행정경험이 전무한 변호사 출신이다. 한국에서는 선출직은 아니지만 장관 자리나 청와대 수석 같은 최고 요직도 행정경험이 전무한 교수나 변호사 혹은 언론인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서처럼 기층 정부조직인 향진 간부부터 층층이 위로 밟는 계단식 코스가 기업에는 있어도 정치권이나 정부요직 및 청와대 요직에는 없다.

11표 선거민주주의가 여러모로 단점이 많지만 장점도 많다. 한국의 경우 정부기관을 비롯해 사회 전반 시스템이 중국보다 20~30년 앞섰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코로나19 비상사태를 대처하는 한국정부의 조치를 보면 중국정부에 비해 강력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왜일까?

이유는 두 가지라고 본다.

11표 선거민주주의는 자유와 인권이 주요하고도 중요한 포인트다.

11표 선거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라고도 부른다. 자유가 좋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규제가 덜하거나 없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 맹동(盲動)이며 방종이다. 일례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외국에서 사이비 종교로 판명된 사교(邪敎)도 법적 등록이 가능하다. 아무리 창궐하게 활동해도 정부는 손 놓고 있다. 국산 종교인 신천지가 사이비라는 사회적인 공감여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제재는 고사하고 아무런 규제도 없었다. 사이비 종교는 시간문제이지 아무 때건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기 마련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있어서 신천지가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아직도 교주는 체포되지 않고 있고 신도들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정부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요즘 법인을 취소한다, 세금을 부과한다, 일부 시설을 폐쇄한다든지 등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중국정부 같으면 이번 기회에 아예 재기가 전혀 불가능하게 흔적도 없이 때려 부술 것이다.

신천지도 신천지이지만 이 비상시국에 다른 일부 교회에서 수천 명이 모여 예배를 보아도 정부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36일 보건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확진자 71.7%가 집단감염이라고 한다.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더욱 필요하다.

이렇듯 정부가 물렁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권 때문이다.

평상 시 같으면 인권이 중요하지만 비상시국에 인권이 목숨보다 비쌀 수는 없다. 마땅히 평상시에는 평상시에 맞는 인권이 있어야 되고 비상시국에는 비상시국에 맞는 인권이 마련되어야 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비상시국에는 11표 선거민주주의보다 중국현능주의 정치체제가 더 효과적이다. 이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현능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독자들은 궁금해 할 것이다.

플라톤은국가론에서 소수의 도덕 전문가들에게 통치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배의 선장이 경험 있는 유능한 사람이어야 하고 큰 자리를 맡기 전에 작은 자리를 맡아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현능주의 기본 틀이다. 이 틀에 중국은 유학의 도덕이 가미되고 춘추전국시대부터 귀족세습제를 타파하고 도덕과 능력을 겸비한 자를 정치 일선에 세었으며 진시황 시대부터 간부임명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되었다. 도덕과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한나라 때 찰거제(察擧制), 위진남북조시기 천거제(薦擧制), 수당시기부터는 1,300년 동안 과거제를 실시하여 현능주의를 지켜왔다. 문화대혁명시기 현능주의 정치체제가 사라졌다가 개혁개방 이후 다시 현능주의가 등장해서 공무원 시험제와 간부 승진에 많은 조건을 달고 있다. 말단 향진간부부터 시작해서 사다리 식으로 각급 행정급을 맡아 체험하고 성과에 따라 마지막에 중앙정부에 진출하는 적우제(積優制)’가 현능주의 기본이다.

중국현능주의와 비슷한 정치체제로서 싱가포르를 예로 들 수 있다.

싱가포르에 민주적 선거제도가 있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붙어 있다. 투표용지에는 일련번호가 찍혀 있고(따라서 비밀투표가 보장되지 않고), 언론자유가 충분하지 않으며 결사의 자유에도 엄격한 제약이 있고, 유권자들에게 보복의 위협이 있으며(반대투표가 많은 지역의 개발이 지체되는 등), 야당후보들이 가혹한 탄압을 받는 일도 있다. 지난 10~20년 동안 상황 개선이 있었지만 선거는 아직도 자유롭고 공정한 것과 거리가 멀다. 1965년 독립 이래 집권당이 바뀌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런 나라는 비상시국이면 일사분란하게 통제가 가능하다. 반독재 국가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자유와 인권 때문에 너무 정부가 물렁해졌다. 평상시 물렁한 정부가 비상시국에 갑자기 강력한 통제가 불가능하다. 한국은 마땅히 싱가포르의 정치시스템을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국은 싱가포르한테서 배울 점이 여러모로 있다. 리콴유는 장관이 업무에 숙련되는 데 두 차례 임기 정도는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게 해서 싱가포르에는 경제와 과학에 전문성을 가진 훈련된 정치 지도자,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장기 기획을 맡을 수 있는 정치지도자의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중국도 관련 부처에서 잔뼈를 굳히고 그 분야에서 승진하여 전문가가 되고 장차관까지 승진하는 체제를 실시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중국에 비해 한국은 정부기관에 전문가가 매우 드물다.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장차관들이 여러 차례 교체되니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사실 1997년 말 아세아를 강타한 금융위기 때 유독 중국이 흔들리지 않고 건재했던 이유가 바로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도 중국이 건재했던 이유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미국 학자들은 비상시국에는 중국정부와 같은 강력한 통제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요즘 한 한국인이 유튜브에 출연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사태에 있어서 중국은 통제가 가능하다는데 대해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일본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는다는 국민성이 있다. 하지만 한국인은 너무 풀어져서 통제가 잘 되지 않고 있다. 일례로 한국 사람은 검사하라고 하면 나는 괜찮은데 뭐 검사냐?’고 대들면서 어깃장을 놓는다는 것이다. 가게에 코로나 예방수칙 홍보전단지를 붙이라고 하면 지저분하게 그걸 왜 붙여?’ 혹은 기분 나쁘게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관여 말라.’고 한다. 비상시국에 대한 심각한 의식이 매우 결여되어 있다. 한국국민들은 책임이 없는 자유에 너무 지나치게 젖어 있은 탓이다.

한편 한국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6천을 넘고 있지만 중국동포 밀집지역인 가리봉, 대림, 안산, 정왕동 등에서 조선족 감염자가 없는 이유는 재한조선족사회는 한국에서 이번 사태 초기부터 집단모임을 자제하고 감염예방 수칙을 홍보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여기까지는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다음 건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 여러 곳 밀집지역 중국동포들이 운영하는 여행사, 중국식품 판매 가게들에서 90% 이상이 입구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은 들어오지 말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코로나 예방 수칙도 붙여놓고 있다. 그 어떤 조직적인 지시도 없이 순수하게 자발적 행위다. 같은 시기 한국가게들에서는 이런 문구를 붙인 가게가 10%도 안 된다. 비상시국 대처능력이 조선족이 한국인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고 필자는 말하고 싶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조선족은 중국에서 사회주의 일원화 통제시스템에서 훈련이 되어 있는데 비해 한국인은 11표 선거민주주의 정치체제의 골격인 인권과 자유라는 분위기에서 살아와 너무 풀어진 것이 비상시국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참고로 11표 선거민주주의와 중국식 정치체제의 장단점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을 수 있겠으나 본문은 한국과 중국이 비상시국에 대한 정부통제시스템 작동과 통제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전반 논술에 대해 여러모로 논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 어떤 형식의 토론을 전부 거절한다는 입장을 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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