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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성격(1)
[365호] 2018년 05월 16일 (수) 김정룡 기자 kzl0917@naver.com

편집자 주 :『중국인의 성격』, 이 책은 19세기 말경 미국 선교사인 아더`스미스(중국명 明恩薄)가 중국 산동성과 하남성 및 하북성에서 26년 간 생활체험을 바탕으로 지어낸 명작이다. 저자는 서양인이지만 동양인에 대한 편견 없이 사실 그대로 밝혔으며 어떤 면에서는 서양이 중국과 중국인을 따라 배울 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글은 외국인들이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중국과 중국인 관련하여 쓴 글 중에 가장 진실하고 가장 솔직하고 가장 깊이와 넓이가 있고, 가장 멋지게 된 글이다. 노신이 일본 유학시절 이 책(일본어판 제목은 ‘支那人の 氣質)을 접하고 나서 국민들에게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추천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1904년 미국에서 첫 출간되었으니 한 세기도 넘었지만 중국인의 성격을 밝힌 책 중에 가장 권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인간의 성격이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한 민족의 성격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바뀌지 않기 때문에 중국인을 알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어 본지는 이번호부터 연재를 시작한다.

   

 

 

1. 밥은 굶어도 체면은 포기 못해

(面子要緊)

 

‘맨즈(面子:안면)’를 전체 중국인의 하나의 성격으로 삼는다면 조금 타당치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맨즈(面子:안면)’란 이 낱말은 얼굴에 드러난 얇디얇은 피부일 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함의를 내포하고 있는 명사로서 그 뜻은 우리가 묘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으며 심지어 우리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한편 ‘맨즈(面子:안면)’의 진정한 뜻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반드시 다음과 같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는 희극(戱劇)을 구경하는 것이 전체국민의 유일한 오락 활동이다. 중국인의 희극에 대한 열광은 마치 영국인이 스포츠에, 스페인인이 투우에 열광하는 것과 같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모든 중국인은 자신을 곧 희극 중의 인물로 여기고 희극 중의 배우처럼 예를 갖추고, 무릎을 꿇고, 엎드려 머리를 조아린다. 서양인의 눈에 비친 중국인의 이런 행위는 황당하고 부질없는 짓이다. 중국인은 또 문제를 고민할 때 무대에서 극을 연출하는 상태를 표현한다. 경우에 따라 자아방어심리가 작동될 때면 그는 두세 사람을 마주하면서도 마치 많은 청중을 대하듯 행동을 취한다. 그는 늘 큰 소리로 “나는 너에게, 그리고 또 너에게, 또한 그리고 여러 분에게 말하노라.”고 고함을 지른다. 만약 그의 시끄러움이 해결되었다면 곧바로 득의양양하게 자신은 체면스럽게 물러남을 뽐낸다. 가령 그의 시끄러움이 해결되지 못했다면 그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다. 마치 강연하듯 가령 적당한 때에 적당한 방식으로 교묘하게 한 마디 멋진 말을 던지면 그는 곧바로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믿는다. 물론 우리는 무대 뒤에로 가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많은 ‘좋은 극’을 망쳐놓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각종 복잡한 관계 속에서 오로지 안성 맞게 자신이 맡은 배역을 잘 연출하는 것이야말로 체면을 세우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혹은 이렇게 하는 것을 잊거나 또 혹은 연출을 중단한다면 체면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중국인의 성격을 알려면 우선 중국인의 ‘맨즈(面子:안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중국에서 ‘맨즈(面子:안면)’는 곧 하나의 만능키와 같다. 중국인의 중요한 성격 중 많은 ‘잠금장치(暗鎖)’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마땅히 조심해야 할 점은 중국인이 ‘맨즈(面子:안면)’를 지키는 원칙 및 관련 문제에 대해 서양인은 완전히 모르고 있다. 그들은 늘 중국인이 희극성이 풍부한 이 포인트를 홀시하는데 그래서 별로 중요치 않는 사실영역에 잘못 빠져들기 쉽다. 서양인에게 있어서 중국인의 ‘맨즈(面子:안면)’는 마치 남양도 토착인의 여러 가지 터부와도 같이 부정할 수 없는 일종 잠재적인 역량이 있어서 ‘맨즈(面子:안면)’를 파악할 수 없으며 룰이 없이 사람들의 상식으로 존폐와 교체를 일삼는다. 이 점에 있어서 중국인과 서양인은 반드시 피차간의 다른 입장을 인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종래로 같은 일에 대해 공감대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시골에서 마을 사이 늘 다툼이 발생하는데 이 영원히 끝이 없는 갈등과 다툼을 조정할 때 허쓰라오(和事로:마을에서 성망이 높은 노인)는 반드시 진지하게 ‘맨즈(面子:안면)’의 형평성을 고민해야 한다. 마치 유럽 정객이 일찍이 세력의 형평성 문제를 고민했듯이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정의 목적은 흔히 공정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론상의 공정성은 요구되지만 중국인에게 있어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조정은 오직 당사자들의 각자 ‘맨즈(面子:안면)’를 고려해야 한다. 이와 같은 원칙은 흔히 송사의 재판에도 적용되며 그래서 중국인의 송사는 흔히 승부가 없는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묵직한 선물을 건네면 상대에게 ‘맨즈(面子:안면)’를 준 것으로 된다. 만약 이 선물이 어떤 사람이 준 것이냐에 따라 받는 사람은 반드시 그 중 일부분만 받으며 절대 전부를 거절해서는 안 된다. 중국에서 사람들이 죽어도 체면을 지켜야 할 특정 사례에서 중국인의 이 상격이 뚜렷이 드러난다. 일반 중국인이 볼 때 타인으로부터 단점을 지적받거나 비평을 받으면 ‘맨즈(面子:안면)’를 잃는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증거가 충분하더라도 그는 한사코 오리발을 내밀면서 ‘맨즈(面子:안면)’를 지키려고 든다. 예를 들어 야구 공 한 개가 잃어졌고 분명히 그 머슴이 훔쳐간 것을 모두 알고 있는데도 당사자는 죽어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크게 화를 내며 완강히 부인한다. 그러다가 공이 잃어진 곳에 가면 기가 막히게 공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사실은 공이 그의 소매에서 살그머니 흘러내려 원 위치에 있는 것이다). 한편 그는 당당한 자세를 취하면서 “봐라 공이 여기에 있지 않냐!”고 말한다. 또 어떤 하녀가 손님의 연필 깎기 칼을 주인집에 숨겨 두었다가 얼마 후 고의로 그 물건을 책상 밑에 떨어뜨려 놓고는 매우 놀란 모습을 취하며 그럴듯하게 줍어 올린다. 이러한 사례들 중 결과가 어찌되었든 상관없이 모두 그들은 ‘맨즈(面子:안면)’를 지켰다는 것이다. 한 머슴이 주인의 은숟가락을 잃어버렸는데 그는 배상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월급에서 까라고 하면서 주동적으로 사직을 알리며 고상한 척 “그 돈을 안 받을 테니까 은숟가락을 배상하는데 쓰라.”고 말한다. 이로써 그는 ‘맨즈(面子:안면)’를 잃지 않았던 것이다. 어떤 사람이 밖에다 사채를 뿌렸다. 그는 분명히 그 빚을 받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채무자를 찾아가 한바탕 크게 꾸짖는 것으로서 내가 빚을 받을 줄 모르는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귀뜸한다. 물론 돈을 받아오지는 못했으나 그는 분명히 ‘맨즈(面子:안면)’를 지켰다고 여긴다. 어떤 머슴이 자신이 실직되거나 혹은 자신이 감당 못할 일이 생기면 그는 해고당한다는 것을 알고 미리 고의적으로 잘못을 저지르고는 주동적으로 사직함으로써 자신의 ‘맨즈(面子:안면)’를 지켜낸다.

서양인은 어떻게 죽든 한 사람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맨즈(面子:안면)’ 따위에는 연연하지 않을 터. 그러나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어떤 장관(長官:아문의 관리)이 처형이 임박한 순간에도 ‘맨즈(面子:안면)’를 지키려고 관복을 입고 죽음을 맞는 것으로 체면을 지켜달라고 애원하였는데 결과 그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그는 ‘맨즈(面子:안면)’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은 정말 지구촌의 기이한 뉴스특종이 아닐 수 없다.

 

아더`스미스 저

김정룡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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