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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김치 연가
[269호] 2014년 04월 16일 (수) 동포타운신문 dongpotown@daum.net
길 떠나는 나그네라는 말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나는 고향시골에서 자라 현성으로, 연해도시로 전전하다 현재는 한국에서 외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곳 지방에 따른 음식과 입맛에 어쩔 수 없이 길들여지고 절여지기도 했지만 건입맛처럼 다는 아니었다. 우리 민족이 많이 모여 사는 중국 연변 고향에서는 거의 김치반찬이 올려 진 밥상이 맞아주어서 그런지 김치가 없는 타성에 정착할 때에는 감질나게 푸새김치라도 맛보고 싶은 빈 입맛만 다시곤 했다. 비로소 우리 김치의 본토인 한국에 나와서야 신토불이 김치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한국에서 세 번이나 공장을 옮겼지만 맨 먼저 밥상에 한가득 오르는 것은 김치 반찬이었다. 반찬투정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 제일 좋았고 험한 일도 고된 노동의 나날도 착실히 견딜 수가 있었던 것 같다.
중국요리처럼 다리 부러지게 한상 가득 차린 식탁도 한두 번뿐이지 그 중심에 뭔가 부족한 느낌이며 떠올리는 하나의 음식이 꼭 있으니 짭짤하고 얼큰하고 상큼하고 맵싸한 그 이름- 김치. 김치가 온갖 산해진미와 풍성한 식탁 뒤에 기어이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와 매력은 구경 어디에 있었을까? 별이 지도록 술 마신 이튿날 해정으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시원한 김치 국물까지, 식상할 때 입맛을 되찾아오는 반찬이 김치였으며 반찬이 홀아비김치뿐이라도 밥 한 그릇을 개운히 뚝딱 비울 수 있었던 그 비결은 과연 어디 있었을까?
김치는 우리 민족 여인의 손맛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고향서 어머니가 해주는 겨울 반찬으로 배추김치와 함께 했다. 장백산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내 고향은 겨울이면 혹독히 추웠고 늘 채소가 걱정이었다. 어머니는 겨울이 오기 전 미리 김장김치를 하기에 바빴다. 아버지와 함께 배추밭에서 수레 가득 배추를 수확해서는 뜰 안에 쌓았다. 그리고는 여름내 구석을 지키던 김치 독들을 깨끗이 씻어내고 가을볕에 내놓았다. 어머니는 통이 큰 배추들로 큰 다라에 얹어 소금물에 담그고 퍼런 배추 잎을 시르 죽이는 한편 몇 포기로 겉절이를 해서 여름 내 궁했던 입맛의 맨 남자식구들뿐인 우리에게 선보여 주기도 하면서 김치 맛을 조절하시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배추들에 마늘과 고추를 버무린 양념을 켜마다 넣어서는 하나하나 김치 독에 담그셨다. 다 담근 후 위에 반듯한 돌을 찾아 씻어서 눌러 놓았고 그 독들을 김치 움에 운반하기까지 이틀, 삼일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 많은 김장김치를 담글 때 엄마 손이 매서운 건들바람에 빨갛게 상기되었다. 그래도 어머니는 행복하셨다. 힘드시지만 무거운 김장김치 담그는 과정엔 장대 같은 세 아들과 소 같은 남편이 늘 함께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고 나는 새로운 직장을 찾아 가출했다. 산동 되놈들만 모여 산다는 해변가 청도시에서 홀로 타향살이를 시작하면서 외로운 것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바꿀 수 없는 우리 음식 습관이었다. 늘 기름지거나 싱겁고 딱히 단정 짓지 못할 조미료가 반죽된 음식과 반찬을 먹은 뒤끝이면 배불러도 더부룩하고 자꾸 속이 개운하지 못한가 하면 뭔가 걸린 것 같고 입속마저 뻣뻣한 날이 쌓여갔다. 아, 속 시원하고 개운한 것이 당기는데…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고 심한 김치 알레르기를 앓았었다.
그때 홰치는 닭울음소리가 들릴 지경으로 한국과의 거리가 가깝다는 해안도시인 청도시에 한국기업들이 대거 둥지를 틀면서 우리 조선족들도 이주에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순응하듯 청도시 한 모퉁이인 이촌에 조선족 시장이 형성 되었고 가장 먼저 김치짠지 장사꾼들이 생겨났다.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멀리 버스타고 이촌 조선족 시장이라고 불리는 장터에 다녀 오군 했다. 물론 김치 때문이었다. 타성에서 펼쳐지는 조선족 장터의 배추김치 값은 많이 비싼 편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더 어쩔 수 없는 것은 벌건 김치물이 묻어나고 향이 배어나오는 비닐봉지를 들고 다녀야 하는 노총각의 체면이었다. 그래서 이 가게, 저 가게 열손님 고추장 맛보기로 단골이 되지 못하기 일쑤였다. 다행인 것은 한 번에 반통씩 사면 거의 일주일씩은 이래저래 지나올 수가 있었다. 그러다 연변 훈춘서 오셨다는 한 할머니의 배추김치 맛에 반해서 얼굴 가림도 잊고 그곳에만 다니기 시작했다. 그 할머니는 노총각이 배추김치를 좋아한다면서 언제나 사러 갈 때마다 저울눈금을 한쪽으로 기울게 떠주곤 했다.
결국 그 할머니의 훈훈한 인품과 멀어지게 된 것은 노총각 모자를 벗게 되면서였다. 그렇다고 아내가 김치 잘 담근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가끔 그녀가 퇴근길에 나 대신 김치를 사러 다니거나 푸새김치를 해먹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 후 애가 생기면서 봐주시러 온 장모님이 김치를 만들어 주셨지만 아파트에 사는 우리라 김치 움이 없어 즉석김치나 벼락김치였고 담그는 양도 많지 않았다. 장모님은 음식솜씨도 좋았지만 배추김치도 잘 담그셨다. 장모님은 떠나면서 아내한테 배추김치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우리 민족여성은 가정을 이루면 무엇보다 김치를 담글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고 가족의 건강은 음식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좋은 일깨움 덕에 아내는 열심히 만드는 노력 끝에 점차 배추김치 색깔, 양념, 맛을 적당히 내는데 성공했고 다른 음식 솜씨도 눈에 뜨이게 늘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곳곳에서 우리 민족의 향기가 묻어나는 문화를 피부로 느꼈다. 특히나 전통 김치 맛을 항시 자랑하는 음식 문화, 네 번이나 직장을 바꾸고 공장 내 식당 밥을 먹으면서 그것이 한결같이 반갑고 신통하게 다가왔다. 손맛 좋은 한국 아줌마가 식탁에 손수 만들어서 올리기도 하는 반찬은 종류들만 해도 배추김치 외에 젓갈, 짠지가 무려 십여 종을 넘을 때 있고 맛도 제각각이었다. 배추김치 마니아가 앙증맞은 그릇에 새로 올린 김치 중 첫 젓가락으로 얼결에 깍두기를 집으면 배추김치가 삐질 것 같은 잠간 겸연쩍은 잡감도 들곤 한다.
엄마, 장사꾼 할머니, 장모님 외에도 한국 회사 식당 아줌마 등과 같이 주방을 감당하기엔 전혀 버겁지 않고 넉넉하고 꼭 닮은 우리 민족 여성들은 무엇보다 김치를 오래전부터 만들어 왔다. 김치는 우리 민족 음식 원조의 솜씨와 맛으로 굳어지고 잘 체현되었다. 한국에서 김치를 맛보면서 또다시 감사한 우리 민족 여성 향취가 물씬 피어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마트나 장터에 가서 사먹으면 되지 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신출내기 아내처럼 배추김치 반찬을 반기면서도 만들 줄 몰라 하고 담그는 일을 귀찮아하기도 하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신세대들에게 육성과 보급이 병존하는 숙제를 남기고 있지만 김치가 현대생활에서 사라지는 많은 전통과 다른 점은 그것에 대한 입맛이 전혀 바뀌질 않고 한결 같은 것이다.
말 한마디로 바뀌면 습관이 아니라고 한다. 습관 같은 전통, 그것은 아름다울 일이다. 그 자랑차고 공통된 전통의 맛이 있기에 우리 나그네 가는 길도 외롭지 않고 어울참에도 떠올리게 한다. 그처럼 여름 땀으로 가꾸고 가을바람에 키우고 겨울 정성으로 절이고 숙성시킨 어머니의 손맛처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김치를 만드는 과정엔 분명히 우리 백의겨레의 열정과 얼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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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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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al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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