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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선의 중편소설 연재]노을진 샘물까(7)
[251호] 2013년 07월 04일 (목) 동포타운신문 dongpotown@daum.net
7. 물바가지 둥둥

황혼에 빨갛게 물든 구름을 떠인 하늘아래 샘물이 찰찰 넘쳐흐

르는 샘물까에 까만 물동이 하나가 놓여있고 임자는 어디론가 사
라졌다. 이때 샘물까 쑥꽃속에서 한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실아! 래일은 개학이 되여 학교로 간다. 이번 학기부터는 실

습으로 야외에 나갈것이니 아마 방학이 없을거다. 명년이때 필업

하면 올것이니 내가 올때까지 절때 시집가면 안돼!”

처녀는 웬일인지 대답이 없다.

“왜? 왜대답을 못하는거니! 정말 내가 올때까지 참지 못하고 시

집을 가겠단 말이니?”

안타까운 남자는 와락 처녀의 두손목을 쥐여 당겨 자기 가슴에

껴안았다.

“그런 의미가 아닌데요. 저..어머니가..”

“어머니가 지금은 나를 믿지못해 그러는거지. 너와 정말 결혼하게 되면 반대하지 않는다.”

싱그러운 쑥꽃 행기가 풍기는 꽃밭속에 두 남녀는 점점 사랑의 샘

물속에 빠져버렸다. 퐁퐁 솟아나는 샘물같은 사랑에 흠뻑 젖어 두 

남녀는 바깥 세상을 잃었다. 이때 도문과 석현으로 통하는 길에서 

범뜯개와 은실이 남동생이 땀을 줄줄 흘리며 돌아가는 쇠줄 구루마

를 쫓아 뛰고있었다. 그때는 아이들이 놀음감이란 나무가지로 만든 새총과 권총이 아니면 굵은 세줄로 원을 만들어 쇠줄 갈고리에 걸고 길에다 돌리며 뛰는것뿐이다.

“해가 넘어갔다. 집에가자.”

범뜯개가 갑자기 멈추고 마을로 들어가는 논두렁으로 뛰였다.

“임마. 좀 더 놀자.”

범뜯개는 먼저 뛰여 와서 물동이 안에 바가지를 꺼내여 물을 꿀떡

꿀떡 마시고 아무렇게나 바가지를 던져렸다. 다음 바지춤을 헤치고 

나무밑에다 오줌을 싸고 있었다. 두손으로 작은 고톨이를 잔득 쳐들

며 높아지는 오줌 줄거리 따라보던 작은 눈이 동그래졌다. 쑥꽃이 가리운 밑에 사람의 다리가 보이였다. 버쩍 호기심이 나서 오줌을

쏘며 쑥꽃속을 헤쳐보던 범뜯개는 화닥다 놀라 언덕을 올리 뛰였다.

“붙었다! 붙었다.”

“야! 뭐이 붙었니?”   

동생이 뒤쫓아가며 물었다.

“너 누나가 길 지나가는 남자와 붙었다.”

“붙다니? 어디에 붙었니?”

“코와 코이 붙었다. 이상하다. 개와 개는 밑궁이가 붙는데 사람음 왜 코와 코가 붙을까? 너누나 이젠 죽었다. 죽었어!”

  “붙었는데 죽긴 왜죽어?!”

“우리 누나 광철이 형님과 붙었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

실지 두남여는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였고 두집에서 이미 약

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여름 같으면 옥수밭에 숨기거나 산에 올라가

연애를 할수 있지만  눈이 내린 겨울이라 갈곳이 없다. 총각이 여자

를 끌고 탈곡장의 벼짚속에 기여들었다.

“돼지야! 사람이야! 소리 없으면 찌른다!”

탈곡장을 지키는 할아버지가 달빛에 번쩍이는 네가닥 살창이를 들 고 흔들거리는 벼짚무지를 겨누고 있었다.

“찌르지 맙소! 사람이꾸마.”

벼짚속에서 두사람이 나왔다. 광철이 형님과 범뜯개 누나였다. 이

튿날 벼짚속에서 둘이“붙었다”는 소문이 벌통이 터지듯이 펴졌다.

망신스러운 남자집에서 결혼전에 붙었으니 여자가 작풍이 단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퇴혼을 제기했다. 그날밤 마을 뒤에 늪에 빠져 거

의 죽는 범뜯개 누나를 나어린 벙어리 총각이 건져냈다. 여자 집에

서는 아무래도 바람쟁이라고 소문난 여자여서 병신한테 시집갈 형펀

인걸 목숨을 건진 은인이라 딸보다 3살어린 벙어리를 주었다. 결혼

한 밤중에 벙어리가 겁에 질려 왝!왝! 소리지르며 의사를 자기 집으

로 끌었다. 햐얀 담요우에 빨간피가 흘러있었다. 여자의 처녀막이 터

진 피였다. 실지 여자는 그때까지 순결한 처녀였다. 의사가 암만 손

시늉을 하면 해석해도 벙어리는 알아듣지 못하고 겁에 질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달아나 버렸다. 삼일후 도문강에서 범뜯개 누나의 시체를 건져냈다. 광철이 형님이 누나 시체를 끌어 안고 가슴터지게 울고 있는걸 똑똑히 본 범뜯개였다. 어리둥절한 동생은 부리나케 집

안으로 뛰여들었다.

“엄마! 누나가 길 지나가는 남자와 붙었다우!”

“야! 붙다니? 이게 무슨 소리냐?!”

“범뜯개가 그러는데 저 샘물 나무밑에...”

동생을 밀치며 나와 샘물 언던을 내리는 어머니 가느다란 두다리

는 담박 쓰러질듯이 좌우로 휘청거리였다. 창백한 어머니 얼굴이 근

육이 푸들푸들 떨고 숨이차서 어깨를 무섭게 들먹거리며 무성한 쑥

꽃을 헤치였다. 나무밑에 아무것도 없었다. 어머니는 거기서 굵직한

나무가지를 골라 쥐였다.

망할계집년! 오늘 어디 보자!

“은실아! 어디있느냐? 빨리 썩 나오지 못할까!”이렇게 호령하고

싶었으나 침을 꿀꺽 넘기며 참았다. 누가 들으며 아무깨네 딸은 어

느 사나이와 바람이 나서 갔기에 에미가 찿는다고 말할까봐 샘물

을 중간에 놓고 왔다갔다 하면서 나무가지로 땅을 탁탁 쳤다. 

어머니가 오기 금방전에 샘물까에서 생각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인기척 소리에 놀라 일천이를 뿌리치고 나무밑에서 나온 은실이

는 놀라서 소리 질렀다.

“내 바가지는?!”

둘은 샘물을 따라 뛰였다. 채씻는 곳부터 김치단지를 지나 빨래

텀을 지나 소물먹이는 곳을 지났으나 물바가지는 종적이 없다.

“저기 물바지가 보인다!” 은실이 보다 퍽 앞에서 뛰던 일천이

가 소리쳤다. 물바가지는 샘물과 골물이 합치는 곳에서 동실한 쪽

지를 뱅뱅 돌리며 둥둥떠 있었다. 일천이가 물에 뛰여드는 찰나에

바가지는 슬쩍 골물로 넘어갔다. 비철이라 골물은 기세등등하여 깜

짝할사이에 물바가지를 거센 파도에 삼켜버렸다. 골물에 들어선 일 

천이는 물살에 몸을 휘청거렸다.

“일천이! 그만두세요! 넘어가면 일어 못나요!”

은실이도 물에 뛰여들어 일천이를 휘여 잡았다. 일천이는 두리번 거리며 바가지를 찿는다.

“저기! 바가지가 보인다!”

하얀 오리같이 깜찍한 물바가지는 은실이와 일천이를 서너발 사

이두고 둥둥떠 있었다. 일천이는 미친듯이 바가지를 쫓으려고 하자 은실이가 두다리를 부둥켜 안았다.

“제발 그만 두세요! 사람이 중해요!”

둘은 물속에서 서로 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사이 햐얀 오리같이 깜

찍한 물바가지는 풀어 놓은 송아지처럼 초롱에서 나온 새처럼 너울

너울 춤을 추며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맥이 진한 두남녀는 서로 부둥켜 안고 아츨하게 멀어져 가는 물바가지를 하염없이 바라보았

다. 나중에 하얀 점이 되여 사라져 버렸다. 은실의 얼굴에서 구슬같

은 눈물이 흘러내렸고 사나이 눈에서 물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날은 검은 장막을 드리우고 쌀쌀한 도문강 바람이 물에 젖은 옷

을 꿰뚫어 으슬으슬 떨었다. 둘은 서로 부여잡고 샘물까로 걸었다. 물에 젖어 허트러진 은실의 검은 머리가 일천의 앞가슴에 폭포마냥

드리워졌다. 은실이는 살며시 일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까짓 물바가지는요, 가을이면 가득해요.”

하찮은 물바가지인줄 번연히 알면서도 웬일인지 일천의 가슴은 귀중한 물건을 잃은것처럼 허전하고 쓸쓸하였다. 아니! 마치 은실이

를 잃은 듯이 안타깝고 허수하고 가슴아팠다. 갑자기 은실이는 일천

이를 사정없이 밀쳐버리였다. 그녀의 앞에는 나무 몽둥이를 땅에 박

땅에 박고 꾿꾿이 서있는 괴인같은 사람을 발견하였다.

어머니!



8. 쓰지못한 혈서

“팍!”

벙어리 몽둥이가 은실의 젖은 몸에 내려쳤다.

“팍!”

두번째 몽둥는 은실이를 막은 일천이의 몸에가 떨어졌다.

“어서 집으로 가지 못할까!”

어머니는 몽둥이를 멈추고 아주 낮지만 독살이 가로세로 뻗치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은실이는 일천이를 밀어버리고 어머니 앞을 지

지나 물동이를 안고 언덕으로 올랐다. 그뒤로 몽둥이로 지팽을 짚고

어머니가 허둥지둥 따르고 있었다. 은실의 앞에는 분명 한차례 무서

무서운 봉변이 발생할것이다. 일천이는 황망히 어머니 뒤를 따랐다. 갑자

갑자기 몽둥이가 일천의 눈앞에서 휘둘렸다.

“거긴 따라오지 말고 자기 갈데로 가란 말이야!”

“어머니! 은실이 탓이 아니라 모두 내탓...”

“닥쳐! 누가 누구의 어머니냐! 썩 물러나지 못할까!”

일천이는 멈춰고 말았다. 모녀가 집안에 들어가고 문이 닫겨 버렸

다. 다음 일천이는 호랑이 같은 고함소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상하

게 집안은 조용하였다. 돌연히 은실의 비명소리가 아처럽게 들렸다. 뒤이어 남동생의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

“어머니!”

일천이는 번개같이 언덕을 뛰여 문을 당겻으나 열리지 않았다.

“어머니! 이러지 마세요! 어머니!”

찟어진 문창지로 들여다 보니 은실이가 어머니 앞에 무릅을 꿇고 어머니 손에 쥔 식칼을 앗으려고 애를 쓰고 동생이 곁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울고 있었다.

“너를 믿고 사는 내가 네가 망신하고 이세상에서 어떻게 살아 간단 말이냐?! 나죽고 너죽고 다죽어 버리고 말자!”

어머니는 식칼로 손목의 피줄을 베려고 버둑거리렸다.

“어머니! 은실이는 망신한것이 없어요.”

“붙었다는 말이 무슨 말이냐!?”

남여 사랑이 엄하게 봉쇄되여 있는 그세월에 남여 한쌍이 같이 다니는것을 봐도 붙었다하고 처녀 총각이 단둘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보아도 붙었다하였다. 어쨌던 친근한 남여 관계를 한마디로 두루대고 붙었다고 하였다. 더욱 한심한것은 붙었다는 말의 실지는

반해난 암캐와 숫캐가 엉덩이와 엉덩이가 붙듯이 남자와 여자 몸의

살과 살이 한데 섞였다는 의미였다. 순정과 불순정이 계선이 허트러

지고 남여의 단순한 사랑과 성관계의 계선이 망크러진 그 세월에 한

처녀가 한남자와 붙었다는 소문이 난다는건 그처녀의 일생을 망친다

는것을 암시하였다. 소문이 조직에서 들으면“작풍이 단정하지 못하

다거나 작풍이 문제가 있다”고 비판은 물론 처벌하거나 조직에서

쫓겨나야 했다. 다행이 은실이는 조직에 들지 못했다. 집 부담이 많

아 조직 생활에 적극적이 못되였다. 붙었다는 그 남자와 결혼하면

한동안 입방아를 찧다가 말지만 붙었다는 남자한테 시집못갈 경우에

는 처녀가 아니고 남이 가셔먹은 김치독이 되여 온 마을 아니 근처

의 몇십개의 마을에도 바람쟁이라는 소문이 쫙 펴진다. 그러면 처녀

는 구멍난 헌신짝이 되여 총각들은 보지도 않는다.

“네가 병신하고 사는것을 보기보다 차라리 죽어 버려야지.”

  일천이는 문을 박차고 들어가 은실의 어머니 손에서 칼을 빼내여

쥐고 은실이와 가지런히 앉아 어머니 앞에 무릅을 꿇었다.

“어머니! 나와 은실이는 이미 약속을 했습니다. 내가 학교를 필

업하고 기어코 은실이와 결혼하를 데레가겠습니다.”

“그런 허튼소리는 그만두우! 이런 말로 바보 같은 은실이나 얼리

지 나한테는 소용이 없수! 대학을 나와서도 은실이을 데레 안가면

우린 자네 목아지를 따야겠나!”

어머니는 와닥다 일천이를 밀치면서 일어나 일천이 이마를 손가

락질하며 소리쳤다. 그런다가 갑자기 풍덩하고 다시 물앉아 땅을

치며 대성통곡을 하였다.

“에구! 기가차라. 오늘 저녁을 넘지 못하고 온 마을에 소문이

펴질것이니 이일을 어떡하냐! 내 애비 없는 너를 애쓰고 키워 이

런 소문을 들을라고 했더냐! 바보같은 은실아! 너도 애비없고 병

신인 내곁에서 인간 고생을하며 자라 이렇게 더러운 바가지를 쓰

려고 기다렸느냐!?”

어머니는 불현간 울음을 그치고 벌떡 일어나 문을 박찼다.

  “이걸 놔라! 차라리 물에 빠져 죽어 버려야지..”

일천이는 손에쥔 칼을 놓고 어린애를 안듯이 어머니 허리를 안아 온돌에 놓고 마주 앉았다.

“어머니! 정말 저를 믿어 주십시요. 꼭 대학을 필업하면 은실이

와 결혼하겠습니다. 못믿으면 혈서래도 쓰겠습니다.”

혈서라는 말에 은실이와 어머니는 몸을 와뜰 떨었다. 은실이가 일

천의 손의 식칼을 앗으려고 할때는 이미 늧었다. 철러덩! 칼이 어머

니 곁에 떨어지고 일천의 식지에서 빨간 피가터져 나왔다. 은실이가

급히 바줄에 걸린 세수 수건을 당겨 일천의 손을 감쌌다.

“내손을 놓아라! 은실아!”

수건에서 빨간피가 밖으로 피여 나왔다. 일천이가 은실의 손을 힘

있게 밀어 버리자 손가락에서 선지파가 뚝!뚝 ! 떨어졌다. 어머니 눈

앞에는 길동이가 혈서를 쓰던 장면이 떠올랐다. 급시에 앞이 캄캄하

하였다.

“어머니!”

동생이 와-! 하고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제3장

          

          제 2 장



9. 발없는말 천리9. 발없는 말 천리

빨간 저녁 노을에 물든 샘물까는 여전히 으늑하고 안온하였다. 이

이튿날 은실이가 길 지나는 남자와 샘물까 나무밑에서 붙었다는 소문 

소문이 홍수처럼 터져 나올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한마디도 없이 황혼

의 샘물까처럼 조용하였다. 은실이는 물동이를 내려놓고 주위를 살

살펴 보며 품에서 일천이 피묻은 수건을 씻으려고 꺼내였다. 저녁 노



을에 빨갛에 물든 서쪽하늘의 구름같은 파자국이 손수건에 나타났다을

.물들였

다. 하얀 수건에 묻은 피흔적은 마치 수놓은 빨간 꽃송이 같았다. 홀연

은실이는 빨간 꽃이 달린 너울을 쓰고 꽃가마에 앉은 자기를 보았다

. 말을 탄 일천이가 은실이를 보며 웃는다.

이때 열댓살 되여 보이는 한 소년이 은실이 뒤에 조용히 서있엇

다. 키는 커보이지만 여물지 못하고 몸집이 여애처럼 호리호리한 소

년은 몇번이고 말을 하려고 입술을 움직이다 말았다.

“너, 물마시려니?”

  소년을 발견한 은실이가 물바가지에 물을 담아 뜨고 물었다.

“아니! 아닌데... 내가 누나와 꼭 할말이 있어서.”

“너 나하구 할말이 있다구?! 그럼 어서 하거라.”

은실이는 물동에 물을 떠넣으며 말했다.

“저-. 있다음에 내동생이 봤다는 사람이 약속을 어기고로 누나를 싫다고 하면 제가 누나를 데레가겠수.”

그 소년은 범뜯개 형이였다. 이제겨우 16살 밖에 안되는 남자아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니 은실이는 그만 놀라서 소년의 눈을 빤히 들여다 보았다. 소녀는 그래도 태연하고 견결하게 말을 이었다.

“그사람이 누나를 버리면 병신한테 가지말고 나한테 시집오우.

나도 이젠 다큰 남자요. 그리고 절데 울누나 처럼 죽지 말고 살아

야 하우!”

은실이는 소년의 두눈에 맻힌 눈물을 보았다. 아직 사랑이 무엇인

지 확실이 알지 못하는 소년이다. 그는 다만 은실이를 자기 누나 처

처럼 죽지말고 병신한테 시집가지 말라는 마음뿐이다. 자기의 연약

한 힘으로 누나를 구원할수 없었던 소년은 남자라는 존재로 은실이

를 구원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그래! 너말처럼 그사람이 약속을 어기고 나를 버리면 누나는 죽지도 않고 병신한테도 시집안가고 너한테 시집갈께. 그래 인젠 시

름놓았지!”

“철모르는 내 동생이 말을 낼까봐 이른 아침에 먼데 있는 친척

집에 보냈수. 누나! 그럼 약속한다.”

은실이는 언덕을 오르는 소년의 연약한 뒤 모습을 바라보며 한숨

길게 내쉬였다. 밤말은 쥐가 듣고 낯말은 새가 듣는다고 은실이가 한 남자와 붙었다는 말은 여자들의 치마자락을 따라 남자들의 얼근

얼근한 술주정의 입을 통하여 졸졸 흐르는 샘물처럼 온마을에서 흐르고 있었다.

르기 시작하였다. 

“샘물집 은실이가 지나가는 웬 남자와 헛칸에서 붙었다우.”

“저런! 은실이가? 그게 정말이요?”

“은실이가 홀딱벗고 군남자를 헛칸문을 열고 내보내는것을 범과

부가 지나가다가 똑똑히 봤단데.”

이 소문을 듣지 못한집은 은실이와 범뜯개네다.

첫말은 과연 범과부 입에서 부터 시작되였다. 저녁 노을을를 등에

지고 사라지는 은실의 뒤 맵시를 보던 범과부는 마주 앉아 속빤즈

를 씻고 있는 젊은 아낙네의 가슴에 낚아들었다. 남자처럼 거칠고 

툭한 목소리를 겨우 낯추었다. 젊은 여자의 손에서 뻘건 피물이 맑

은 샘물을 물들였다. 범과부는 흐르는 샘물속의 피줄기를 어딘가 부

러운 모양으로 빤히 들여다 보았다.

“에그참! 이놈의 경도가 빨리 싹 갔으면 얼마나 좋겠나!”

“그래도 여자는 그거 있어야 돼. 없고 보면 오히려 섭섭하지.”

그때의 여자들은 경도가 오면 헌옷을 뜯어서 걸레처럼 그곳에 받쳤다. 온하루 일밭에서 버둑거리며 일하고 나면 그놈이 흘러 겉옷 밖으로 도망쳐 나오기가 일수였다. 그러면 얼른 흙을 쥐여서 그곳에 발라 남자들의 눈을 가리웠다.

“내 누구도 모르는 비밀이 있는데 다른 사람과까 말할까봐 안하

겠소.”

아낙네는 속바지 피점이 뻘건 빤즈 사타구니에 비눌을 바르다 말

고 조급해서 말한다.

”내 언제 말썽을 부립데까. 들으면 그뿐입니다.”

범과부는 머리가 호박처럼 둥굴고 크지만 머리숱이 별로 작았다.

숱이 작아 노랗고 부시시한 머리카락 밑으로 뻘건 살이 환히 들여다 보이였다. 범과부는 목아지가 없는듯이 곧바로 어깨에 붙은 얼굴을 거의 아낙네 귀밑에 들여 밀었다.

“저, 은실이 말이야! 그날 회의하고 돌아 올때 딱 봤는데 키가

구척이나 되는 웬 남자를 앞세우고 벼락같이 집으로 들어가지 않겠

나. 다음 그뒤 따라 은실이 엄마도 집에 들어 갔는데  말한마디 없짢 없짢나

. 하두 이상해서 울타리에 몸을 감추고 있을라니 글쎄 불을 끄고 자지 않겠나. 참! 과부와 꽃같은 젊은 처녀가 자는 집안에 둥굴소 같 

은 남자가 있겠는데 죽은듯이 조용하단 말이요!”

”아주머니 잘못봤겠습니다. 은실이가 그럴수 없습니다.”

”글쎄, 나두 잘못봤나 해서 집으로 갈려고 우쭐 일어 서는데 갑

자기 그집 헛칸문이 살며시 열리더니 구척같은 남자가 나오고 은실

이가 햐얀 팔과 다리를 다 드러내놓고 문가에 서서 남자를 잘가라

고 손을 흔들지 않겠나!”

“정말 봤습니까?! 이세상에 은실이가?!”

“딱 정말이요. 거짓말이면 내 벼락맞아 죽겠소.”

범과부는 아낙네 귀밑에서 물러서 치마를 쳐들고 속빤쯔를 쭉-

벗어 빨래 돌우에 던졌다. 다음 치마를 말아 올리고 물에 주크리고

앉아서 손을 두다리 사이에 넣고 왈랑절랑 물소리를 내면서 사타구

니와 엉덩이를 씻으면서 여기저기 사위를 둘러 보았다. 허리를 펴고

일어서 한쪽 다리를 쳐들고 치마폭에다 아래를 두루 닦고 다시 치마를 두루 말아서 사타구니에 끼고 빤쯔를 쥐여 들었다.  

끼였다.

“내 오늘 임자제 입이 하두  무겁고 하니 처음으로 말을 밖에 내는

냈는데 절대 다른 사람과 말하문 안되오! 공연히 소문나면 은실이를 은실이를 망

망친다니깐!”

“시름놓읍소. 내 절대 말을 내지 않습니다.”

범과부는 물항아리 처럼 둥굴고 엄청나게 커다란 엉덩이를 하늘

에 쳐들고 코기리 다리같은 허벅다리를 거의 드러내 놓고 샘물 중

간에서 속바지를  씻고 있었다. 이때 쇠줄 구루마를 돌리던 범뜯

개가 뛰여와 물동이 안에서 바가지를 꺼내여 물을 마셨다.

“야! 이놈아! 물바가지를 아무데나 던져! 물동이 안에 넣어!”

범과부의 비게덩이 같은 허벅다리를 보던 범뜯개는 점점 돌아서 엉덩이를 들여다 보았다.

  “이망할년 개자식이 어딜 보는거냐! 그때 범이 콱 물어가게 가만 놔 둘걸 그랬구나! 어서 물러가지 못할까!”

범과부는 말하면서 돌을 쥐여 범뜯개 곁에 뿌렸다. 그제야 범뜯개

는 굉장한 새 물건을 본듯이 놀라고 희구한 웃음을 씨쭉씨쭉 웃으

며 달아나 버렸다.

  저녁 잠자리에 누운 아낙네는 범과부 한테서 들은 말에 공연히 잠이 오지 않았다.

“여보! 우린 남이 아니고 부부니까 말하는데 절절대 다른 사람과 

말하문 안돼요.”

”체! 내 남잔데 여자들처럼 말쌔말쌔를 피울줄 아우. 무슨 개코같은 비밀이 길래 다짐을 하면서.”

“저- 우물집 은실이 말이얘요. 키가 구척같은 남자와 헛칸에서

붙었대요. 허연 팔과 다리를 다 드러내 놓고 헛칸문을 열고 남자를

내보내는 걸 본 사람이 있대요.”

”양?! 은실이가?! 세상에 그럴수가 있나?”

이튿날 술에 얼근히 취한 남편은 마주 앉아 술마시는 친구와 말말한

한다. ”내가 자네를 믿고 하는 말이니 절대 다른 사람과 말하문 안되

안되우! 거! 집에 아낙네와 말해도 안되우! 말썽꾸레긴데.”친구는 약속

는 약속을 지켜 안해와 말하지 않고 가만히 좋아하는 여자와 말했다. “은

다. “은실이가 키가 구척이나 되는 군스나이와 헛칸에서 붙불었는데 아마 옷

아마 옷을 미처 입지 못라고 남자를 문열고 내놓는것을 본사람이 있다오.”

남자가 있다오.”좋아하는 여자는 세상에 온마을에서 가장 얌전하다고 칭찬하는 은

찬 밭는 은실이가 군남자와 붙었다니 슬그머니 통쾌하였다. 시집도 안간 쳐녀

안간 처녀가 버람쟁이니 자기는 자기는 거기에 비하면 아주 온천한 여자였다.

“언니! 내가 세상 없는 비밀을 알려줄께. 남을 알려주면 안돼! 우

물집 은실이가 헛칸에서 군스나와 붙었는데 홀딱벗고 문열고 남자

를 내 보내는것을 딱 본사람이 있다오.”

이렇게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서로 믿고 믿는 사람과 한말은 결국 마을 한고패를 돌아 범과부의 귀에로 들어 왔다.

야! 이게 무슨 소리야! 헛칸에서 남자를 내보내는 걸 봤다고 했지

붙었다는 말은 누가 했느냐. 그리구 짧은 잠옷을 입어 햐얀 팔과 다

리가 보이더라고 했지 누가 홀딱 벗었다고 했나?!

  범과부가 씨근덕 거리며 “들으면 그뿐이라”던 아낙네와 한바탕

해내고 아낙네가 남편과 한바탕 전쟁을 벌렸다. 말은 오던길로 되돌

아 한고패 돌면서 간곳마다 싸움을 일으켰으나 이미 모양이 비뚤어

진 말을 범과부도 고치는 재간이 없었다. 오히려 본래 비밀로 수군

거리던 말이 싸움속에서 밖으로 폭팔되였다. 일년 사시절 가도 영화

도 없고 연극 구경도 없는 시골에서 싸움은 사람들의 허수한 가슴에

흥분을 일으키는 가장 재미있고 희귀한 구경이였다. 부부 싸움에도 온마을 남녀로소가 동원하여 구경하였다.

“야! 마을 아주머니들이 싸움 하는걸 들을아니 아래집 은실이가

헛칸에서 어떤 남자와 붙었다더라. 정말인지는 모르겠다.”

“아니요. 샘물까 나무밑에서 붙었던거요. 내가 오줌을 쏘다가

봤는데...”

곁에서 낡은 신문지로 딱지를 겹지던 범뜯개가 불쑥 말했다. 형

이 어깨를 꼬집었으나 이미 늦었다.

“야-! 나는 그래도 아주머니들이 말새를 피우는가 했더니 정말

이구나!”

“철모르는 아이 말도 곧이 듣니. 은실 누나는 그런 여자가 절대

아니다.”

“형! 내가 정말 봤다니깐! 코와 코가 마주 붙었던데!”

“그럼 남자와 키스를 한것이 틀림 없구나!”

“형! 키스가 뭐야? ”



10. 어머니 강연

은실이는 미닫이를 닫고 웃방에서 일천의 편지를 보고 있었다. 연

길 조양촌 지질대에 실습 통지를 받고 지금은 안도현의 야외의 장막

에 주숙하고 있다고 하였다.

은실아! 난 네가 보고 싶어 죽겠다. 나무를 보면 나무밑에 네가 보

이고 꽃을 보면 꽃속에서 네가 웃고 있구나. 은실아! 날 꼭 기다려. 내가 필업하고 돌아 갈때까지 다른 남자한데 시집가면 안돼! 그럼 잔치날에 꽃가마를 부시고 너를 빼앗아 갈것이다.

그날 저녁 마을에서 큰 대회가 열렸다. 마을 두개 생산소대가

모두 대대 반공실 문앞에 집중되였다. 대대반공실은 본래 일본놈 현병대가 있었다. 빨간 벽돌로 쌓은 벽은 높고도 반듯하고 빨간 기

와를 얹은 집은 찌그러지는 초막집 속에 신비스럽게 보이였다. 로인

들의 말을 들으니 이집에서 많은 항일 유격대들이 붙잡혀 고문을 당하고 총살하였다고 하였다. 고요한 밤이면 집안에서 사람을 때리

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 온다고 하였다. 해가 넘어가면 울타리를 높게 막은 대문은 검은 열쇠가 잠겨 있었다. 다만 왕씨의 마차에 실

려 일년에 한두번씩 오는 영화가 왔을 때거나 특수한 지시가 있어 대대회의를 열때면 온 마을 사람들이 울안에 모여 들었다. 영화도

없는데 무슨 일인가 궁굼한 남여로소가 일찌기 모여들어 뒤숭숭한 끝에 또 은실이 이야기가 벌어졌다. 귀속말로 시작 된 말은 나중에 터진 벌통처럼 웅성거렸다. 이때 뚱뚱한 몸을 좌우로 기우뚱 거리며 손에 벼짚 방석을 들고 범과부가 나타났고 그뒤로 어머니가 쪽걸상

을 들고 왔다. 언제나 사람없는 구석을 찿아 앉던 어니는 오늘 가장 앞에 앉은 범과부의 곁에 앉았다. 사람들 사이로 범뜯개와 장난꾸레

기 아이들이 서로 쫓아 다니였다. 이때 수염이 꺼츨하고 바지춤이 

거의 엉덩이 까지 내려온 중년남자가 주석대 앞에 나섰다. 대대장이

다. 낯놓고 ㄱ억자도 모르지만 농사 일를 잘아는 사람이다.

“여려분! 조용하십소!”말소리에는 술기운이 돌고 있었다.

이때 서로 쫓아 다니던 한 아이가 대대장고 부딫쳤다. 술독에 마비

된 대대장의 두다리는 맥없이 벌렁하고 뒤로 넘어갔다. 곁에 섰던 젊은 탄지부서기가 얼른 일쿼세웠다.

“야! 이개자식들아! 미쳤냐? 여기가 어디라고 이렇게 날고 뛰는 거

야! 거, 뉘집 종자들인지 빨리 건사들 못할까!”

은실이는 동생을 붙들어 자기곁에 앉혔다. 은실이는 코로 숨을 쉬

는 외 눈과 귀를 다 틀어 막았다. 남들이 무어라하던 일천이 돌아

올때까지 참고 지내려는 결심이였다.

“오늘 당지부서기가 공사에 회의하려 가고 없어 탄지부서기가 회의를 집행하겠습니다.”

탄지부서기가 발언고를 들고 열렬히 강연했으나 알아 들을수 없는 농민들은 쉬쉬거리며 자기들의 하고싶은 말을한다. 어느 사인가 대

대장은 걸상에 기대여 잠이 들었다. 며칠을 빗지 않았는지 부시시한 머리가 거의 절반 얼굴을 가리웠다. 뻘겋다 못해 자지색 나는 코망 울 밑에 커다란 입이 점점 크게 벌려졌다.  “등척”과 “오함”이 누구인지 왜서 반혁명이 됐는지 농민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강 연이 끝났다.

“대대장! 할 말씀이 없습니까?”

탄지부서기가 큰소리내여 물었다. 놀란 대대장이 술에 충혈된 벌

건 눈을 크게 뜨고 보다가 입가에 흐른 침을 손으로 씃고는 머리와

손을 동시에 손을 흔들었다.

“그럼 각 생산대 대장이 보충할 말씀이 없습니까?”

두 생산대장이 있는지 없는지 응답이 없다.

“그럼 회산하겠습니다.”

“가만! 내가 할말이 있소.”

불현간 어머니가 자리에서 휘청거리며 일어났다. 모든 사람들이 쉬

쉬거리던 귀속말을 멈주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평시 말하기 싫어하

어하고 생산대 회의에서도 언제나 벙어리던 어머니가 이렇게 대대

회에장 앞에 나설줄은 누구나 꿈밖이였다.

“제가 발언할 내용은 오늘 회의와 관계가 없는 문제이지만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우리 은실이를 망칠수 있기 때문에 기어히 해야

겠습니다. 왜냐하면 은실이를 망칠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같은 한 

마을에서 살고 같은 한구멍의 물을 마시고 사는 당신 들이기 때문

입니다. 지금 여려분들이 눈만 뜨면 서로 귀에 대고 수근덕 거리는

말의 내용은 바로 은실이가 어떤 남자와 붙었으니 바람쟁이라는 것이지요. 공연히 신경을 쓰면서 뒤에서 수근덕 거릴 필요가 없이 오늘 내가 여려분들께 똑똑히 알려 주겠게습니다. 은실이도 시집갈

나이가 되여 연애를 하는 중입니다. ”

회의를 할때 그렇게도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삽시에 조용해졌다.

“지금은 구사회도 아니고 신사회인데 자유연해를 제창하니 젊은 사람들이 나무 밑에서나 헛칸에서 연애를 하는것이 잘못입니까? 연

애를 하는것만 보면 “붙었다””바람쟁이다”라는 말은 너무나 무

식한 말입니다. 만나는 첫 남자와 꼭 결혼해야 한다면 대상을 고른

다는 말을 어디에다 써야 합니까 .당신들이 그입이 생생한 18살 남

을 딸을 죽이고도 성차지 않아 우리 은실까지 망치려고 입방아를 찧

으며 돌아다녀요. 범뜯개 누나가 실지 물에 빠져 죽은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뱉은 침에 빠져 죽었습니다. 시골은 성시 성시처럼 공원도 없고 영화관도 없습다. 추운 겨울에 갈데가 없어 당신들의 눈을 피

해 쳐녀 총각이 짚속에서 가만히 연애 하는것을 붙었다고 죽기까지 망신을 준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결국 죽기전 까지도 깨끗한 처녀 고대로 있엇던 그애를 당신들이 모욕을 주어 죽였습니다. 당신들도 딸이 있고 또 장래 딸을 낳을 사람들이 힌 머리가 검은 머리를 앞세

운 부모의 고통을 생각해 봤습니까!”

그들 눈앞에는 딸의 무덤 앞에서 몸부림치며 울다가 얼마 못가여 

딸을 따라 천당으로 가버린  범뜯개  어머니의 모양이 떠 올랐다.

어머니 얼굴은 격동흥분으로 피색이 돌고 구부정한 허리가 점점 펴

져가고 있었다.

“붙었다는 것은 짐승개한테 쓰는 말이지 사람한테 쓰는 말이 아닙

니다. 왜서 사람이 저절로 자기를 짐승으로 만듭니까. 바람쟁이는 한

여자가 동시에 여려남자와 좋아한다는 의미이지 한남자와 좋아하는 것은 절대 바람쟁이가 아닙니다. 당신들은 우리 은실이를 두번째 범뜯개 누나로 만들고 싶어서 이럽니까?! 우리 은실이가 당신들 한테 잘못한 것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헐뜯고 물고 하는지 나는 암만해도 알수가 없습니다. ”

갑자기 어머니 말에 설음이 붇받쳐 올랐다.

“여기에 앉은 여려분들은 은실이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11살 부터 어른의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것을 보아온 사람들입니다

. 은실이가 병신인 나와 같이 나무단을 머리에 이고 다니며 갖은 고생을 하면 살아 온것을 여려분들은 몰라서 이렇게 무정합니까. 오늘 은실이가 홀딱벗고 헛칸문을 열고 남자를 내보냈다고 말을낸 사람이 바로 이장소에 앉아 있습니다. 오늘 여기서 자기가 본 일을 다시 큰 소리로 말해 보세요. 힘들게 귀에 대고 쉬쉬거리지 말고 마음껏 말해 보시 말해보시우.”

분노와 눈물이 섞인 어머니 두눈이 범과부를 노려보며 손가락의 범과부의 방울코를 겨누었다. 범과부는 겁에 질린 놀란 눈동자로 어머니를 흘끔 보고는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불현간 두손으로 무거

운 몸을 일구었궜다.

“제..제가 처음 말을 냈씁꾸마. 나도 가슴에 거의 몇달을 넣고있

다가 그만 참지 못하고 말머리가 무거운 한사람과 믿고 말을 했지

만 정말 말이 이렇게 번져질줄 몰랐씁꾸마. 그때 내가 볼때 은실이

팔다리가 짜른 잠옷을 입었지 절대 홀딱벗지 않았씁꾸마. 어느 빌어먹을 쌍년이 이런 거짓말을 보탰는지 당장 나서지 못할까!”

“범과부! 말이란 풀어 놓은 송아지요. 송아지가 어디로 가던지 어떻게 커가던지 누구도 막지 못하는 일이요. 어쨌던 당신이 말을 처음 만들어 낸 사람이니 만약 어느하루 은실이가 무슨 일이 생기

는 날이면 내가 식칼을 들고 당신과 너죽고 내죽고 결판을 내겠으

니 그런줄 알라구!”

언제나 해쓱하게 병색을 띠고 있던 어머니 얼굴은 흉악할 정도로 변하였다. 어머니 변화에 말썽에 끼여 들었던 모든 사람들이 겁에 질려 소스라쳤다.

“은실 엄마 내가 잘못했씁꾸마. 내가 이시작 부터 누구던지 은

실이 말을 못하게 입을 막을것이니 용서해줍소.”

갑자기 범과부가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큰 광주리 같은 엉덩

이를 쳐들며 빌었다. 이때 범뜯개가 고무총을 꺼내들고 범과부의

엉덩이를 겨누었다.

“아이구! 아파라!’범과부가 엉덩이를 붙들고 괴상한 소리를 질렀

다.“ 이 빌어먹을 개새끼야! 그때 범이 콱 물어가게 내 보려 둘걸 그랬구나. 이 씹팔년 새끼야! 내오늘 네 깝지를 바르고 말테다.”

범과부는 비대한 엉덩이을 좌우로 휘두르며 범뜯개를 쫓다가 한

쪽 고무 코신이 벗겨지자 미처 신지 못하고 손에 들고 쫓는다. 실지

범과부는 속으로 범뜯개가 반가웠다. 자기가 가장 난처할때 그속에

서 빠져 나오도록 도와 준 사람은 범뜯개였다. 어머니는 보는 척도

않고 쪽걸상을 들고 은실이를 이끌었다. 여느때 같으면 범과부의 모

양을 보고 웃음보를 터칠 마을 사람들은 못본체하고 말한마디 없이  고스란히 자기 집으로 가버렸다.



11. 소년의 애원

반년이 지났다. 학생기간에 연애하는 일이 탄로나면 필업분배에 

영향을 준다고 하여 은실이는 일천의 부탁대로 편지를 못했다. 은

실의 편지도 누나의 주소로 하면 사둔 할머니가 은실히 한테 전하

도록 하였다. 은실이는 일천의 누나 일이 몹시 반가웠다.

“일천이 누나는 나같은 시골여자와 좋아한다고 반대하지 하지

않아요?”

“아니. 사둔 할머니께서 은실이가 이쁘고 착하다는 말을 듣고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설림박에 어머니는 기르던 돼지와 개를 팔고 은실이와 동생을 데

리고 호박골에 있는 언니 집에 가서 보름까지 쇠고 왔다.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외손녀의 생일이 보름날이였다.

그어간 편지가 올줄 알았던 일천이는 감감 무소식이다. 야영에

서 편지하기 불편하니 오래동안 편지가 없더래도 안심하고 기다려

달라던 일천의 말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얼리였다.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왔다. 이제 석달만 기다리면 일천이는 필업한다. 혹시 작년 

설 집이 비였을때 왔다 갔을런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물동이를 이

고 언덕을 오르는데 바로 어머니가 일천의 사둔집 할머니를 바래고 있었다. 끋내 일천이 한테서 편지가 왔구나! 은실이는 너무나 기뻐서 날듯이 언덕을 올랐다. 그래도 어머니가 무서워 물어 못보고 물을 항아리에 부으면 눈결에 보니 가마목에 사진 두장이 놓여 있었다.

“어머니! 거, 누구 사진이얘요?”

“너절로 보렴.”

은실이는 물동이를 놓고 부엌에 선채로 가마목 있는 사진을 주어 

들었다. 사진속의 여자를 알아본 은실이의 온 몸의 피가 꺼꾸로

흐르는것 같다. 그여자는 은실의 동창이고 연길 호사 학교를 필업

하고 도문 병원에 호사로 있는 꽃분이다. 애교스럽게 웃고 있는 꽃

분이와 밥상을 사이두고 술잔을 마주치며 미소를 짓는 남자는 바로

일천이였다. 사진 아래에는 “약혼 기념”이란 네 글자가 똑똑히 씌

여있었다. 은실의 손에서 사진이 부엌 앞에 떨어졌다. 다음 사진을 

볼 용기가 없다. 은실이는 자기가 악몽을 꾸는것 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누나 여기 또 한장이 있어.”

  동생이 사진을 은실의 코앞에 보인다. 남여가 서로 어깨를 걸고

머리와 머리를 거의 붙이고 술잔을 높이 쳐들고 부딫치는 장면이다.

거기에도 “약혼기념”이라고 썼다. 은실이는 주는대로 사진을 받아

쥐고 넑을 잃고 굳어졌다. 어머니는 말없이 가마밥을 푸고 있었다.

밥죽으로 솥밑을 콱콱 허비는 소리가 아처럽게 들려왔다. 은실이는

부엌에  쪼푸리고 앉아서 타나 남은 재불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갑자기 사진을 부엌 아궁에다 밀어 넣었다.

“은실아! 너나 내나 대학생 같은 남편을 모시는 운명이 없다. 옛

날부터 사나이 맹세는 떠다니는 구름이고 흘러 내리는 물이다.”

어머니! 일천이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얘요! 은실이는 가슴으로

부르짖었다. 절대 이 사진이 정말이라고 은실이는 믿고 싶지 않았다

않았다. 하지만 사진은 진짜였다.

“들을라니 필업하고 돌아 오면 인차 결혼식을 한단다.”

홀연 재불속에서 파란 불길이 일어나며 사진이 타고 있었다. 삽

시에 꽃분의 애교의 웃음도 일천의 황홀한 미소도 파란 불길속에

서 점점 검은 재가 되여 버린다. 그찰나에 은실이는 자기의 영혼도

몸도 이사진처럼 재가 되는듯하였다. 가슴에서 검은 재에 섞인 얼음

덩이가 올리 밀어 숨이 막히였다.

“울고 싶으면 시원히 울거라.”

“아니. 괜찮아요. 제가 본래부터 예견했던 일이얘요.”

은실이는 가련한 웃음을 지으며 물동이를 들고 샘물까로 나왔다.

저녁 노을이 빨갛게 물돈 샘물까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은실의 가 

슴에는 타고 남은 재뿐이다. 물동이를 내려놓고 돌우에 앉으니 마

주편 돌에 일천이가 앉아 미소를 짓고 있었다. 머리를 돌려 보니

샘물까 쑥꽃속에서 물지게를 지고 일천이 가나오고 있었다. 고개를 들려 보니 샘물까 나무밑에서 일천이가 웃으며 은실이를 오라고 손

짓하고 있었다. 샘물을 푸고 있는 은실의 두눈에서 맑은 샘물같은 두줄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의 눈앞에는 피가 흐르는 일

천의 손이 보이였다. 은실이는 일천이 마음이 변했다고 절대 믿고

싶지 않았다. 불현간 은실이는 일천이를 찿아 보려는 생각이 치밀었

다. 하지만 학교는 찿아 갈수 없다. 필업분배에 영향을 줄수 없다.  참았다가 돌아 왔다는 소식으 듣고 꼭 찿아 보려고 굳게 결심을 먹었다. 물동이를 이고 언덕을 오르며 보니 어머니가 그냥 언덕에 서서 은실이를 지키고 있었다.

“은실아! 너는 어린 동생을 봐서래도 절대 생각을 잘못 먹으면 안

된다. 기실 고때만 지나면 떨어져 살수 없는 사람이 없니라.”

“저는 어머니 말씀을 기억하고 마음속 준비가 있었어요.”

“그럼 시름 놓았다. 대학생이문 옛날로 말하면 암행어사(状元)와 같은데 비천한 시골 여자를 데레 갈수 없니라. 그래도 너는 그사람

을 너무 미워하지 말거라. 내 생각에 그 사람도 할수없어 약속을 어

긴거지 너를 싫어서가 아닐거다.”

“어머닌 후에 다시 그분을 못 만나 봤어요.”

  저녁 잠자리에 누운 은실이는 신문지로 바른 천정을 올려다 보며 물었다.

“내가 시집간 이듬해 봄, 친정으로 가는 길에서 만났다. 머슴의 딸

이 지주집 도련님과 붙었다고 소문난 신세이니 시집을 가보니 남편

이란 사람이 무슨병인지 그냥 누워서 시름시름 앓고 있더라. 첩약

지으려 서울로 가는 오솔길에서 부딫쳤다. 머리를 숙이고 피해 지나

는데 내손을 꼭 틀어쥐고 그렇게도 울더라. 나는 남자가 그렇게 눈

물 흘리는걸 처음 봤다. “

아! 한남자가 한여자를 위하여 눈물을 흘렸다면 진정으로 그여를 사랑해서였다. 남자의 눈물은 눈물이 아니라 피였다.

“그럼 어머니는 울지 않았어요? 왜서 약속을 어겼는가 물어 보지 않았어요?”

어머니의 눈물은 길동이를 위해 언녕 말라 버렸다. 어머니는 울지

도 않고 물어 보지도 않았다. 어머니의 원한은 웬일인지 길동이 흐

르는 눈물과 함께 흘러버렸다.

  그어느날 부테인지 은실이 집으로 중매군이 부지런히 드나들었다

. 신랑감이란 리혼했거나 상처자리가 아니면 모병이 있다고 소문놓

은 늙은 총각이다. 저녁 노을에 빨갛게 물든 구름 아래 샘물까에 은

실이는 그림같이 고요히 서서 서쪽 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그 

는 천천히 가슴속에서 일천의 피가 묻힌 수건을 꺼내여 얼구에 대였

다. 연한 피비린내가 은실의 가슴에 스며 들었다. 피로 지은 맹세건

만 아직 피비린내가 사라지기도 전에 빨간 거짓말로 변하였다. 눈물

이 마른 피자국에 흘러 하늘의 구름같이 펴져갔다. 이때 한 남자가 은실의 뒤에서 조용히 있다가 돌연히 은실의 허리를 꼭 잡았다.

“누나는 나하고 약속한걸 잋었어요. 그남자가 약속을 어기면 나

한데 시집 오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은실이는 소년의 손을 풀면서 돌아섰다. 소년의 애원과 고통에 섞

인 두 눈동자를 마주 보며 은실이는 할말을 찿지 못한다. 그때는 그

냥 철모르는 아이라 여기고 마음을 상하지 않으려고 얼려놓은 말이

진짜로 변할줄이야.

“누나는 내가 어리다가 꺼리는거죠. 난 누나보다 어리지만 병신

도 아니고 모병도 없는 온천한 총각이애요. 변변히 내힘으로 벌어

서 누나를 먹여 살릴수 있어요. 만약 울누나가 살아 있을때 지금

처럼 켰더라면 누나가 죽지 않았을텐데....”

“그럼 너는 아주 온천한 총각이지. 하지만 누나는 너보다 3살이

나 더크다. 누나같은 여자와 산다고 비웃고 몰려주는것이 무섭지 않니.”

“흥! 나를 울누나인줄 아세요. 남들이 모욕을 이기지 못해 죽는 누나가 어리석었어요.”

“넌 안무섭지만 누나는 무섭구나. 정말 어떤때는 너 누나처럼 죽

어 버리고 싶다. 누나를 난처하게 만들지 말아주렴아. 그리구 너

누나를 살리지 못한 원을 나한테 풀려는 것이지 나를 진정으로 좋

아서가 아니다. 너 사랑이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내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구. 나는 누나를 처음 봤을때부터 장래 누나같은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난 누나를 진짜

사랑해! 난 누나를 꽃가마에 실어 갈테요.”

“그런데 누나는 네가 내동생 같지 너를 남자라고 믿고 살자니 마음이 허수한걸 어쩔수 없구나.”

“두고봐! 누나는 아무때던 나한테 시집와.”

소년는 은실이 앞에 주먹을 내여 흔들고는 달아나 버렸다.



12. 스치고 지나는 연분

그래도 은실이는 약속대로 일천이를 기다리고 싶고 어느 하루던지 사둔 할머니가 일천의 편지를 전해 줄것이라 믿었다.

“오늘 일밭에서 그로친이 딸집의 소식을 전하기를 사둔 총각이가 연길 조양촌 지질대에 분배 밭고 집은 여자가 있는 도문에 잡았는

데 금년 9.3일에 그여자와 결혼한다고 하더라. 너 더 기다리자 말고

그사람 먼저 시집을 가야겠다. 그사람이 먼저 결혼하면 뒤공론 듣

기 몸서리 난다.”

기다리려고 마음먹은 한가닥 희망마저 완전히 끊어져 간다. 은실는 말없이 물동이를 안고 샘물까로 나왔다. 두꺼운 회색 구름이 아름다 운 황혼을 무정하게 막아버린 괴괴한 하늘 아래 쓸쓸한 샘물까에 까만 물동이만 고독히 샘물을 지키고 있었다. 이때 풀숲이 무성한 나무 밑에서 한여자의 슬픈 흐느낌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사무친 사랑과 원통에 가슴이 찟어지는듯한 울음소리에 샘물도 흐느끼고 쑥꽃과 나무도 함께 눈물을 흘린다.

이때 언덕길로 방대한 엉덩이를 휘두르며 범과부가 나타났다.

“은실엄마. 은실의 장래를 내가 망쳐 놓았으니 내가 꼭 책임지고

병신도 아니고 모병없는 온천한 사람한데 시집을 보내 주겠으니 나

를 믿어 줍소. 대대회의가 있은 이튿날 부터 내가 은실이를 위해 숱

해 수소문을 했씁꾸마.”

물동이를 이고 집에 들어선 은실이를 보고 범과부는 누런 이를 드

러내 놓으며 진심으로 웃고 있었으나 은실이는 마지못해 알은체를 하였다. 물을 항아리에 붓고는 또 샘물까로 나왔다.

“야! 은실아. 석현 제지공장 사람인데 아낙네가 애기를 난산하고

사흘만에 죽었단다. 사람이 온천하고 마음이 아주 착한다는가. 좀 무슨 책임을 진 사람인데 애기 때문에 출근을 하지못해 안타까워 서

로 만나 마음이 들면 삼일내로 결혼하겠다 하는구나. 래일 내가 범과부와 같이 가보자구 했다.”

은실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는 운명과 반항할 기운이 없었

다. 그냥 맥버리고 자기의 모든것을 운명에 맡겨 버리고 싶었다. 누

구한테 시집가던지 일천이가 아니고 사랑이 없는것이니 어떤 사람

이던지 상관이 없다. 어머니가 석현으로 갔다온 이튿날에 범과부 집

에서 은실이는 남편감을 만났다. 피끗보니 팔다리가 제자리에 온천

하게 붙어 있었다. 다행이다. 병신도 아니고 모병도 없는 사람이다.

결혼은 3일후 7월 15일 날에 하기로 결정하였다. 래일이면 시집

간다. 은실이는 불현간 일천이 집으로 찿아가고 싶은 생각이 불끈

치밀었다. 일천이를 못만나도 자기를 한번 보고 싶다던 일천의 누나

래도 만나보고 싶었다. 마침 범과부가 와서 석현에 있는 신랑이 딱 볼일이 있으니 은실이를 급히 와 달라는 소식을 전했다. 은실이는 석현으로 가는 신작로에 들어서 가다가 마을이 안보이는 산 굽인돌

에서 몸을 돌려 도문쪽으로 걸었다. 어머니나 마을 사람들이 볼까봐 대통로에 들어서지 못하고 논밭을 에돌아 강기슭 돌밭으로 걸었다. 대통로와 강역길이 축구장 두개길이 만큼 사이를 두고 있으나 강기 슭에 자란 나무와 풀숲이 무성하게 가리워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은실이가 금방 강기슭 돌밭길에 들어섰을 때 둥실한 얼굴이 검붉

게 타고 어깨가 쩍 벌어진 한 사나이가 은실의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하지만 걸으며 걸을수록 두사람의 거리는 점점 멀어가고 있

있었다. 필업과 분배가 결정되자 일천이는 기차에 올랐다. 집까지 가면 누나의 성화에 래일에야 은실의 집으로 가게 될까봐 아예 석현에서 내려 은실의 마을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몸에 날개가 돋쳐 은실의 곁으로 날아 가지 못하는것이 안타까웠다. 빨간 구름을

떠인 황혼의 하늘아래 은실이가 물동이를 이고 언덕을 오르는 모습

을 그려보며 일천이는 신나게 휘파람을 불었다.

은실이가 곧추 석현으로 가면 기어코 서로 만날수 있는 두연인은

서로 만나 보자는 같은 마음으로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나 가면 갈수록 만날수 없는 길이였다.

도문 하남다리를 지나 병원에서 일천의 누나를 찿으니 어제밤에 직발서고 집에서 휴식한다고 하였다. 덩실한 기와집이 특별히 눈에 띄였다. 울타리 안의 자그마한 꽃밭에서 한 로인이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 둥그런 얼굴에 주름이 잡혀 있는 외에 심통이도 일천이를 닯았다. 아니. 일천이가 아버지를 닯았다. 만약 일천이가 늙으면 저모양과 똑 같을 것이라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저려나며 눈물이 나왔다. 일천이가 필업하면 청실홍실 느리우고 같이 저렇게 늙어 가면 살리라고 맹세했건만….

“안녕하십니까! 저는 일천의 중학교 동창 장은실입니다.”

“장은실이! 일천이가 항상 외우는 소리를 들었네. 어서 집안으로 들어 가게. 근데 일천이는 아직...”

“아이참! 이게 장은실이 겠구만. 과연 울안이 환하네.” 

이때 열린 문으로 얼굴이 둥그런 젋은 여자가 환성을 올리며 나

와 앞길을 막았다.

  “아버지. 이젠 힘들겠는데 그만하고 집에 들어 가세요.”

  여자는 뒤를 돌아다 보지도 않고 명령하듯이 말했다. 얼굴색이 하

얀 외에 그모양이 일천이와 너무나 흡사하였다.

“안녕하세요. 일천의 누님되는 분이지요. 볼일이 있어 왔던김에 들

렸어요. 일천이가 아직 돌아 오지 않았어요?”

“그래! 일천이가 돌아 온지 며칠되지. 오늘 꽃분이 집에 갔는데 아

마 오늘 밤에도 그냥 꽃분이 집에서 자고 올거요.”

꽃분의 집에서 잔다고! 아직 결혼식도 안했는데? 나하고 필업 할때

까지 기다려 달라고 애걸복걸하던 네가 누구더냐.  내가 남들의 버

림과 모욕속에서 애타게 기다렸는데 지금 꽃분의 집에서 자기까지

하는 사람이 일천이가 옳단 말인가?! 아니다! 이모든것은 거짓이야. 직접 내 눈으로 보기전까지 믿을수 없어.”

“그럼 일천이가 오면 제가 왔다 갔다고 알려 주세요.”

“내가 꼭 알려줄께. 그리고 동창이라면 일천의 결혼식에 참가해야

하지 않겠소. 꼭 와 주오.”

“예!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은실의 가슴에선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단연

히 발걸음을 꽃분의 집쪽으로 향했다.

“가만! 갈때 일천이가 말하기를 꽃분이와 같이 물건사려 백화상점

에 간다고 했소.”

은실이는 겉으로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어딘가 믿지 않았다. 집

뒤로 돌아 가려는데 집안에서 일천의 아버지의 말소리 들렸다.

“야! 내보기에는 저 새기가 꽃분이 보다 사람됨이 더 착실하고 

인물도 더욱 곱구나. 너 너무 하는게…”

“아버지. 제가 그런걸 모르는줄 아세요. 내가 이 4년동안 일천이를

공부시키느라고 동무들 축에도 못가고 어떻게 살아 온지 아세요? 

시골 여자와 결혼 할려면 애써 대학 공부을 해서 뭘해요. 시내에서

호구도 없고 공작도 없는 여자를 데레다 놓고 한사람의 월급에 매

달려 살자면 얼마나 간고한지 아버지는 몰라서 그래요?”

과연 일천이도 꽃분이도 집에 없었다. 집은 잠을쇠가 잠겨있다.

정말 누나의 말대로 상점에 간것인가? 은실이는 꽃분이가 일천이 곁에 있던 일천이가 꽃분이와 결혼하려고 결정했던 상관치 않고 기

어이 만나 보고야 말것이라 맹세하였다. 시내에 있는 크고 작은 상

점마다 빼놓치 않고 돌아 봤으나 일천이와 꽃분의 종적도 없었다. 

혹시 이쯤에 꽃분이 집으로 돌아 갈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다시 가

봤으나 여전히 집이 비여 있었다. 때는 이미 오전이 지났다.

홀연! 일천이가 자기 찿으려 집으로 갈수 있다고 생각하자 급히 강기슭으로 집을 향했다. 꽃분이와 결혼하더래도 꼭 자기와 만날것

이라고 믿었다. 이때 일천이는 샘물까 나무 밑에서 은실이를 기다리

고 있었다. 그가 은실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은실이 남동생이 범뜯

와 울안에서 딱지를 치고있었다.

“너 누나 어디로 갔니?”

“몰라. 아침에 깨나서 누나를 못봤어. 고운 치마를 입고 간걸 보

니 도문에 장보러 갔을꺼요.”

대체 은실이가 어디로 갔는지 확실히 알수 없는 일천이는 얼른 

확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샘물까 나무밑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정말 장보러 갔으면 저녁쯤에야 돌아오니 그때까지 기다리자니 기

가 막혔다. 지금쯤은 시장에서 닭알을 팔고 있을거라고 단념하고 일

천이는 다시 도문쪽으로 걸었다. 또 닭알이 빨리 팔리면 길에서 부

딫칠수도 있다고 신심이 당당해서 일천이는 활개를 치며 걸었다.

이렇게 애타게 만나려는 두련인은 또 서로 마주하고 걷는다. 여자

는 눈물을 흘리며 오고 남자는 담박 실현될 환상에 웃으면서 온다.

두 사이는 점점 가까워 진다. 그들은 서로 앞길을 내다보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걷는다. 두 몸사이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백메

다. 아니. 열메다. 끝내 둘은 서로 마주치였다. 하지만 한길에서 아니

라 서로 다른 길에서 부딫치지 못하고 스치고 지났다.

운명은 이렇게 본래 한길에서 만나면 같이 살수 있을 두사람을 두갈래 길에 갈라 놓고 희롱하고 있었다.

은실이는 자기집을 지나 급히 석현쪽으로 걸었다. 마음씨 착한 신

랑은 본래 은실이가 갗추어야 할 예장함의 물건을 준비하여 은실이 

를 주었다. 은실이는 저으기 감동되였으나 일천이를 만나 보지 못한

일이 안타까워 겨우 쓴 웃음을 웃으며 감사하다고 하였다. 은실이가

집까지 왔을때는 저녁 황혼 무렵이여 놀음에 진한 동생이 손에 새총

을 쥔채 가마목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웬일인지 은실의 감각에는 일천이가 도문에 있다고 생각되였다. 어머니가 아니면 길에서 승냥

이를 만나던 범뜯개가 되던 도문에 가서 일천이를 만나고 싶었다. 오늘 밤만 지나면 은실이는 영원히 다른 남자의 여자로 된다. 오늘

밤만 지나면 은실이는 일천이르 기다릴수 없다. 은실이는 물동이를 놓고 일천이와 키스를 하던 나무밑에서 회색 구름이 가리운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가슴 터지게 흐느끼며 울었다.

일천이는 길에서도 시장에서도 은실의 그림자도 못봤다. 집에 들어

선 그는 깜짝 놀랐다. 마치 잔치를 차리는 집처럼 찰떡 치는 떡메 소리가 창!창! 나고 집 안팍께는 소학교와 중학교의 동창으로 꽉 차

있었다. 누나와 꽃분이 그리고 몇몇의 여자 애들이 음식을 하느라 정주칸에서 분주히 서둘고 있었다.

“범이 제말하문 온다더니 네가 왔구나! “

누나가 반갑게 말하자 꽃분이도 반가워 어쩔줄 모른다.

“이게 웬일이세요. 집에 무슨일이 생겼소. 누나!”

“누군가 기차안에서 너를 봤다고 꽃분이를 알렸다. 네가 필업하고 분배 받으면 동창만회를 열겠다고 했잖니. 누나가 너를 위해 미리 준비하는거다.”

작년 동창만회에서 일천이가 말한적이 있었다. 그때는 은실이와 결혼한다고 동창들 앞에서 자랑하려고 말했었는데 지금 은실이도 없

는 동창만회가 귀찮았다.

“아버지는 어디 가셨어요?”

“젊은 사람들이 시끄러워 한다면서 큰 아버지 집으로 갔다.”

밥이나 먹고 또 은실이를 찿아 가려던 일천의 생각은 동창들의 포

위와 누나의 성화에 어쩔수가 없다. 어쨌던 래일가도 되니까. 참자.

은실이와 어머니는 수탉이 첫홰을 울자 일어났다. 딸을 시집보내

는 어머니 섭섭한 마음과 집을 떠나는 은실의 쓸쓸한 마음에 모녀

는 묵묵히 앉아 있었다.

“어머니. 옛날에 어째서 애기를 업고 두만강에 뛰여 들었어요?”

“그건 갑자기 왜 묻는거냐?”

“그냥 궁금해서요.”

“시집간 이듬해 겨울에 시름시름 앓던 남편이 죽었다. 그때 너

언니를 설어 배가 뚱뚱해서 제사를 지내며 꿇않아 절을 하자니 얼

마나 힘들던지. 장사를 치르고 보름만에 애기를 낳았다. 그날 애기

에게 젖을 먹이는데 외조카가 황망히 집에 뛰여들었다.”

“고모! 빨리 달아 나세요. 아버지가 도박장에서 빚을 지고 고모를 기생집에 팔았어요. 지금 막 고모 붙들려 오고 있어요.”

이 조카를 어머니는 아홉살에 집에서 쫓겨나 외할머니 집에서 5년

동안 친동생처럼 업어 재래웠다. 어머니는 애기를 업으려고 서두르

고 있었다.

“고모. 애기를 업고 달아 날수 없어요. 그리구 애기도 아버지가 아이 없는 부자집에 팔았어요.”

“안돼! 내 아이를 누구도 못다쳐.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해.”

어머니는 결연히 애기를 업었다.

“고모. 그럼 빨리 뒤문으로 달아 나세요. 내가 여기서 그놈들의 시

간을 지체할테니.”

문을 나선 어머니는 어디로 달아나야 할지 방향이 없었다.

“고모. 그 놈들이 남쪽에서 오니 계속 북쪽으로 뛰세요. 지금 앞이

북쪽이얘요.”

어머니는 계속 앞으로 뛰였다. 갑자기 퍼런 강이 앞을 막았다. 그때

어머니는 그것이 두만강이고 강을 건너면 중국 땅인것을 전혀 모르

고 급한 김에 강물에 뛰여 들었다.

“나와 길동이가 길에서 만나 얼마 안되여 소문에 그는 유리창이 환한 층집을 떠나 군대에 나갔다는 말을 들었다. 며칠후 아버지가 소수레를 빌어 가지고 본래 살던 집에 가장집물을 실으려 갔댔지. 돌아온 아버지가 괴상한 말을 하지 않겠니.”

“여보! 길동이가 누구요.”

어머니는 너무 놀라서 얼굴이 백지장이 되였다.

“글쎄 소물 먹이려고 강역에 나가니 강저쪽에서 군관옷을 멋있게

입은 웬 남자가 당신의 이름을 자꾸 부르며 울지 않겠나.”

“은실아! 너 왜 강물에 뛰여든거냐? 내가 너의 길동이다. 은실아! 네가 강물속에 있으면 내말을 들어다오. 내가 왜 군대에 갔는지 아

느냐. 그여를 떨어 버리려고. 그여를 떨어 버리고 너를 찿으려고. 너

왜 나를 기다리지 못하고 강물에 뛰여 들었니! 은실아!”



  이때다. “불이야! 사람 살려라!”하는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모녀

가 황급히 밖으로 나왔다. 언덕 아래 북쪽 끝에 있는 범과부 집에서 삼단같은 불길이 일어나 밤하늘을 환히 비쳤다. 은실이는 급히 물동

이에 샘물을 펴담아 이고 어머니는 대야에 물을 담아 가지고 범과

집으로 뛰였다. 왕씨와 많은 사람들이 달려와 불을 껐다. 불은 범과

부의 집이 아니라 나무가리가 타버렸다.

“아이구! 기가 막혀라! 내 그때 고놈 새끼를 범이 콱 씹어 먹게

놔 둘걸 그랬구나. 세상에 은혜를 원쑤로 갚는 법이 어디 있나!”

불은 범뜯개 형이 지른것이다.



13.  은실의 결혼날

누나의 열렬한 초대에 동창들은 거의 새벽까지 먹고 마시고 하다

가 걸을수 있는 놈은 가고 걸을수 없는 놈은 아래 웃방에 아무렇게

나 쓰러져 있었다. 일천이는 이튿날 아침 아홉시가 넘어서야 잠에서 깨여났다. 누나가 거울에 마주 앉아 머리를 빛고 있었다.

“일천아. 깨여났니. 오늘 날씨가 왜 이런지. 아침부터 비가 출출히 내린다. 어제 저녁에 바쁘다니 깜빡 잊어 버리고 알리지 못했다. 오

늘 은실이가 시집간다. 시간이 있으면 가보렴.”

“뭐?! 은실이가 시집간다구!”

순간에 일천이는 마치 누군가 도끼로 머리를 치는것 같았다.

“신랑이 석현 제지공장에 무슨 큰 간부라던가. 상처자리고 젖먹는 애기까지 있다더라.”

“누나! 이건 정말이 아니요! 은실이는 내가 필업하고 올때까지

기다린다고 약속했소. 이럴수 없소.”

“글쎄. 나도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큰 간부라까 월급도 많겠으

니 마음이 변한거겠지.”

일천이는 온몸의 피가 점점 식어가면 심장이 얼음으로 변하는것

같다.

“야! 어서 가봐라. 늦어지면 떠나가고 말겠다.”

“누나! 왜 어제 알리지 않았어요? 왜?”

“내가 말하지 않았니. 바쁘니가 잊어 버렸다구.”

일천이는 악몽에서 깨여난듯이 화닥다 밖으로 뛰여나가 꽃분의 자

전거을 타고 미친듯이 달렸다. 하지만 일천이가 도착 했을 때 은실

이는 왕씨의 뛰는 마차에 실려 석현으로 가고 있었다. 왕씨는 이 마 차로 닭덩대 마을 뿐 아니라 멀리 부락까지 시집가는 조선족 여자들

을 실어다 주었다. 첫날 각시를 실어 갈때마다 왕씨는 자비로 조선

족 가마모양 처럼 만든 작은 집을 마차에 올려 놓았다. 은실이가 앉

자 왕씨는 창문처럼 달린 두개문을 마주 닫았다. 마차가 마을에 어

귀 철길을 넘으면 신랑쪽에서 진짜 가마로 메여 가도록 하였다.

오늘 은실이를 시집에 들어가기 전에 쫓지 못하면 은실이는 영원

히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여 버린다. 한지만 마차는 종적도 없다.

은실아! 너 나를 기다린다고 약속하고 왜서 내가 오기전에 이렇게 시집을 가는거냐? 왜서!

홀연! 일천이는 아득히 먼곳에 까만 점이 석현쪽으로 움직이는것

을 발견하였다. 분명 은실이를 실은 마차다!

은실아! 나의 일생에 가장 사랑하는 여자는 너 뿐이다. 그누구도 너를 대체할수 없다. 마차를 좀 세워다오. 아니 좀 천천히 가게 하여다오. 그누구도 나의 은실이를 앗아 가면 안돼!

과연 은실이는 일천의 말을 들은 듯이 마차의 속도가 점점 늦어

지는것 같다. 기실 마차 속도가 느진것이 아니라 일천이 자전거 속

도가 점점 빨라진 것이다.  철길을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철길 저

쪽에서 개미처럼 움직이고 있다. 은실이가 마차에서 내려 가마에 앉

은 모양이다. 은실이를 실은 꽃가마가 덩실덩실 춤을 추며 마을로 들어 가고 있다. 멀리 신랑의 집 문앞에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이제 단박 은실이가 가마에서 내려 신랑이 집으로 들어간다. 그러면…그

면 은실이는 영원히 다른 남자의 새 각시가 되여버리고 오늘 밤만 지나면 영원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고 만다. 일천의 가슴은 담박 터

지는것만 같다 기진해 죽더라도 은실의 가마 앞에서 죽으리라!

은실의 몸은 마차에 실려 석현으로 가고 있으나 마음은 도문에 있는 일천이와 함께 있다. 그는 가마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일천이가

쫓아와 가마 앞을 막는 환상을 자꾸 자꾸 하여 보았다. 분명 그럴수

없는줄 똑똑히 알면서도 그런 생각을 쫓을수가 없었다. 그는 두손으

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울고 또 울었다.

은실이를 실은 가마가 신랑의 집 문앞에 멈춰서는 순간에 웬 사람

이 두 팔을 벌리고 가마 앞을 막아섰다.

“은실아! 가마안에 네가 있느냐. 내가 일천이다. ”

금방 물에서 건져 낸 사람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이 줄줄흐르

는 남자가 비바람이 휘날리는 몽롱한 속에 기둥같이 가마앞을 막아 서서 부르짖었다.

“은실아! 왜 내가 올때까지 기다린다고 해놓고 먼저 시집을 가는

거냐? 안돼! 은실아. 너는 남한데 시집을 못간다. 어서 내려!”

은실이는 마치 꿈을 꾸는것 같았다. 바로 꿈에도 듣고 싶었던 일

천의 목소리다. 환상같이 생각해본 장면이 현실로 변할줄이야! 아니! 이게 현실이 아니야. 작년 설에 꽃분이와 약혼하고 9.3일에 결혼식

을 한다던 일천이가 오늘 가마에 앉은 나를 내리라고 할수 없어.

“어제 기차에서 내리자 너를 찿았더니 알고 보니 이렇게 시집가

려고 나를 피한거지. 안돼! 시집가더라도 나한테 똑똑한 말이래도 하고 가!”

은실이는 도 정신하고 머리를 들었다. 바로 일천이다. 비바람이 몰

아치는 가마 앞에 기둥같이 름름히 서있는 사람이 분명이 일천이다.

온지 며칠 된다던 일천이가 어제야 기차에서 내렸다니? 순간 은실이

는 모든것을 알아차렸다. 누나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수단에 일천이

와 은실이는 따뜻하게 속히웠다. 그시각에 은실이는 가마에서 내리

려고 몸을 움직이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어께에 메여있는 높은 가마

에서 뛰여 내릴수 없었다.

“너들 어서 가마를 내려 놓치 못할까! ”

누구나 감히 가마를 내려 놓치 못하였다. 이때 신랑이 가마를 내려

놓으라고 손짓하였다. 가마가 천천히 땅에 내렸다. 

“은실아! 빨리 가마에서 내려. 너 안내리면 내가 끌어 낼테다!”

“그건 절대 안돼!”

이때 범과부가 달려와 가마 앞을 막았다. 웅대한 범과부의 앞가슴

이 일천이 앞을 막았다. 너무 뜻밖에 벌어지는 일에 모든 사람들이

한동안 어리둥절 했다가 범과부가 나서 가마앞을 막자 한무리 여자

들이 달려와 가마앞을 둘러싸고 한무리 남자들이 달려들어 일천이

를 가마 앞에서 끌어 내였다. 일천이는 성난 둥굴소 처럼 아니 성난 사자처럼 사람들을 뿌리치고 또 가마앞에 나섰다. 이때 비가 멎고

찬바람이 우시시 불어 왔다.

“은실아!  무서워 말고 가마에서 내려. 나의 손을 잡아라!”

일천이는 팔을 은실의 가마 앞으로 내여 밀었다. 그순간! 은실이는

단연히 가마에서 내리려고 일어섰다. 하지만 방대한 범과부의 몸집

이 은실의 몸을 막았다. 일천이는 자기에게 달려드는 사람들과 차고 치고 때리고 박으면서 거칠은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은실아! 빨리 가마에서 내려 나와 같이 가자!”

이때 갑직; 누런 찌프차 한대가 서더니 경찰 몇이 내려 미친듯이 

사람을 치고 박는 일천이를 결박하였다.

“가만! 경찰동지. 그사람을 놓으시우. 모두 우리가정 내부의 일이

니 우리 절로 해결하겠습니다.”

그때까지 말우에 앉아 침묵을 지키던 신랑이 급히 말에서 내려 경

찰을 막았다. 찌프차가 가버렸다. 이미 발광에 기운이 다 빠져버린 일천이는 사람들의 끌리는 대로 쓰러지면서도 계속 말했다.

“은실아! 가마에서 내려..”

그의 말소리는 이미 은실이도 알아 들을수 없었다.

“이분의 집의 어디 있는지 누가 아십니까?”

신랑이 물었다.

“내가 압니다. 누나가 도문 병원 의사입니니다.”

왕씨가 손에 채찍을 높이 쳐들며 류창한 조선말로 대답했다.

“그럼 수고스럽지만 집까지 보내 주십시요.”

왕씨가 일천이를 안아 마차에 실었다. 은실이는 가마안에서 갈팡

질팡하였다. 가마에서 내려 일천이 한테로 갈것이가 신랑을 따라 시

집을 들어 갈것인가?

이때 신랑이가 와서 범과부를 한쪽에 밀어 놓았다. 그리고 낮은

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은실이! 지금이래도 늦지 않으니 저 남자와 같이 살려면 가마

에서 내려 마차에 앉고 나와 같이 살려면 집으로 들어가오. ”

일천이를 따라 간다하여 일천이와 같이 살수 있다고 누가 감히

담보 할수 있다더냐?  일천이를 따라 간다고 하여 누나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거짓말이 끝났다고 누가 믿을수 있는가. 은실이는 일천 누 나의 미소가 몸서리 나고 무섭고 싫었다.

그때 남편이 일천이를 붙잡아 가느걸 보고 모르는척 하고 은실이

를 빨리 가마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 가라고 명령하거나 강박했으면

은실이는 결연코 일천의 마차에로 갔을 것이다. 신랑이 말을 들은

은실이는 가마에서 내려 머리를 돌려 마차쪽을 잠간 보고는 입술을 깨물며 시집문을 향해 걸었다. 그는 신랑의 바다같이 넓은 마음에 감동되고 일천이 한테 있어본적 없는 존경으로 우러러 보고 섬기고 싶었다.

  

14. 꽃가마에 앉은 어머니

삼일에 친정에 왔다. 은실이는 헛칸에 있는 크고 작은 항아리에 물을 골똑 채웠다.

“어머니! 제가 공일마다 와서 물을 길어 놓고 갈테니 너무 물을

아끼지 마세요. 그리고 애기 아버지가 두칸짜리 집을 바꾸어 달라고

조직에다 신청했는데 허락되면 어머니와 동생을 데레 가겠으니 그

때까지 참고 견디하고 했어요.”

“말만 들어도 감사하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혼자서 공밥먹는 4사

람을 먹여 살린다는것이 말이 아니다. ”

“어머니가 와서 애기를 봐주면 저도 공장 울안에서 나무껍집 바

르는 일을 할수 있어요.”

“나무껍질 바르는 일?! 오뉴월에 농민들이 콩밭매기 보다 더 힘든 일을 할께문 그 시집을 왜 가겠니. 내와 너 동생 근심은 말고 네나

편안히 잘 살아라.”

공일날 아침 은실이는 어머니 집에 물을 길어다 주고 오려고 길을 떠났다. 철길을 지나 강역에서 은실이는 머리에 보따리를 인 범과부

와 마주치였다.

“은실이구나. 내가 지금 너의 집으로 가는 길이다.”

은실이는 떠들썩 거리는 범과부가 싫었지만 남편의 두리뭉실한 먼 친척이라 랭대할수 없었다. 문뜩 범과부의 심상치 않는 얼굴에서 은

실이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였다.

“아주머니! 울 어머니와 동생이 다 무사해요?”

“그래. 무사하고 편안하지. 너무나 편안해서 걱정이지! ”

“예?! 너무나 편안하다니 ? 웬일세요? ”

은실이는 눈앞이 아찔하였다. 그땐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 죽

은 사람을 “편안히 잘 죽었다”고 하였다.

“너 듣고 절대 놀라지 말어라. 세상에! ”

은실이는 다리가 떨려 지탱할수 없어 길가에 쭈푸리고 앉았다. 범

과부는 머리우의 보따리를 내리워 헤치더니 입쌀을 튀여 붙인 가줄 한개를 꺼내 은실이를 주며 먹으라고 하였다. 피끗보니 보따리 안에

는 전부 제사상에서 물려놓은 음식이였다.

“이건 누구의 제사상이얘요? 아주머니!”

은실이는 범과부의 손을 활 밀어 버리며 울부짖었다.

“제사상이 아니고 잔치상이다. 바로 너 엄마 잔치상이다. ”

“어머니 잔치상이라구요? 그럼 어머니가 시집을 갔단 말이얘요?”

“그래. 시집을 갔어. 그것도 과부가 재가 하는것처럼 이불 보따리

를 머리에 이고 사람 안보이는 밤에 가만히 간것이 아니라 눈부시

게 햐얀 첫날옷을 곱게 입고 꽃너울을 쓰고 꽃가마에 앉아 시집을 갔다. 너 엄마 요구에 가마는 너 엄마을 태우고 앞마을 뒤마을 한고

패 돌았다. 너는 보지 못했구나. 화장하고 가마에 앉은 너 엄마가 얼마나 한고운지 가마안이 환하더라. 그리고 가마에서 내려 진짜 첫

날 각시처럼 폭신한 모본단 담요 우에 앉아서 풍성하게 차린 잔치

상까지 떳떳이 받았다.”

“울 어머니가 그럴수 없어요! 아주머니 나를 놀리지 마세요.”

“너 뿐이 아니라 온 마을 사람들이 아니 온 세상사람들도 너의

엄마가 그렇게 시집 갈줄 꿈에도 생각못했다. ”

“아..아주머니 울 어머니가 정말로 시집 갔어요?”

“정말이다. 이건 너 엄마 부탁으로 너를 주려고 가져 온거다.”

아버지가 돌아 가신 8년동안 어머니를 재가 하라고 권고하는 사람

도 많았고 청혼하는 자리도 있엇지만 어머니는 추호도 동요가 없이 은실이와 동생을 키웠다. 오늘 자기도 커서 시집을 갔고 어머니와

동생을 부담할수 있는 상황에서 시집을 갔다니 은실이는 너무나 뜻밖이고 리해가 되지 않았다.

“어머니가 누구 한테로 시집 갔어요?”

“왕씨다.”

“왕씨?! 그 토비같이 생긴 한족 왕씨 말이얘요?”

그땐 조선족 여자가 한족한테로 시집가는 일이 다른곳에는 있었는

지 모르나 우리 마을과 곁마을에도 력사이래 없었다. 아무리 망신 당하고 소문난 바람쟁이래도 병신한테는 가도 한족한테는 가지 않

았다. 그땐 앞에서는 한족이라 하고 뒤에서는 “돼놈”이라고 했고 “돼놈들은 깨끗하지 못하고 더럽다”고하였다. 구사회가 남겨놓은

민족차이가 아직 완전히 없어지지 못한 세월이였다.

“한족이면 괜찮지. 왕씨는 너 엄마보다 6섯살이나 아래다.”

“6섯살이나 어리다구요?”

은실이는 범뜯개 형이 3살 어린것도 남들이 여론이 무서워 감히

생각조차 못했다.

“너 엄마 나보다 6섯살 우이니 오십이고 왕씨는 마흔네살이다. 나와 왕씨는 동갑이다. 실지 오래전부테 왕씨가 나를 욕심나서 그렇

게 치근덕 거리는것도 한족이라구 남들이 웃을 까봐 감히 거래를 못했는데 너 엄마는 정말 대단하다. ”

불현간 은실이는 범과부의 말속에서 비웃음이 아니라 탄복하고 부

러워하고 후회하는 마음을 엿보았다.

“이봐! 은실아. 내 말이다. 범도 무서워 하지않는 내가 남들이 입

이 무서워 왕씨와 거래를 못했는데 너 엄마는 어디서 그렇게 큰 담

이 생겨 왕씨와 결혼한거냐?

“글쎄요. 그전부테 왕씨와 거래가 있었을까요?”

“너 엄마와 왕씨가? 절대 없었다. 왕씨 곁집에서 사는 내가 왕씨 방귀소리도 들을수 있는데 너 엄마 왕씨집에 온적이 한번도 없다. 아니 이제 가만 생각해보니 네가 시집가기 며칠전 저녁에 샘물까에

물길러 나온 왕씨와 무슨 말인지 하는걸 본적이 있다. 그때 약속했

을까?”

“은실아. 너와 마을 사람들도 실지 모두 모른다. 왕씨가 보기에는

토비같이 흉악하게 생기고 성질이 사납기를 개좆 같아도 조선 나그

네들 처럼 술주정을 안하고 여자를 기차게 잘 생각해 준다. 게다가 얼굴은 험상궂지만 신체가 전보대 같아서 일을 얼마나 잘한다구. 그

리구 머리가 꽤나 좋아 마차를 가지구 이리저리 뛰면서 돈도 잘 벌어. 너도 이젠 시름을 놓아라. 너 엄마는 왕씨처가 명이 짧아 채 

누리지 못한 복을 실컷 누리게 됐다. ”

이렇게 사람들의 눈에 허약하여 바람이 불면 담박 넘어 갈것 같고

마음이 약하고 담이 작아 남들이 입에 오를 일을 절대 할수 없다고 여겼던 어머니는 범아구리에서 아이를 빼앗아 내는 범과부가 할수 없는 일을 주저 없이 해냈다. 어느 하루 잘못하다간 하늘의 별이 땅

에 떨어 질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머니가 이렇게 왕씨한테 시집

갈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일주일 후 어머니 보려 갔을땐 왕씨는 전날에 어머니와 동생을 싣

고 어디론가 이사해 버렸다. 은실이는 문이 잠겨 있는 자기집 울안

에 오래동안 서 있었다. 어머니가 울안에서 돼지죽을 끊이고 동생이

어머니 주위를 돌면서 뛰놀고 있었다. 지붕우의 벼짚이 낡아 뿌연색

으로 변했고 이름 모를 풀들이 여기저기 자란 초라한 집이여도 20

년간 은실의 웃음과 눈물이 주었던 집이다. 이때 커다란 나무짐을

머리인 여인이 울안에 나타났고 그뒤에 열둬살 되여 보이는 여애가 머리에 나무단을 이고 따라왔다. 피끗 봐도 집에 아버지가 없는 모녀였다. 그모녀늘 보는 순간 은실이는 가슴이 섬쯕하였다. 은실이

도 이 여애처럼 나무단을 머리에 이고 어머니 뒤를 따랐다. 여인은

은실이를 보더니 급히 나무짐을 내려놓았다. 그사이 은실이는 여애

의 나무단을 받아서 내려 놓았다. 여인의 허약한 몸집과 영양부족으

로 얼굴이 창백한 여애를 보는 은실이 가슴은 괴롭고 쓸쓸하였다. 바로 그여인이 자기 어머니고 여애는 동녀시절의 자신이였다.

어머니는 모녀에게 집을 눅게 팔았다. 은실이가 시집갈때 모본단 이불과 첫날옷은 왕씨한테서 이백원을 꿨는데 가을 돼지를 팔면 물어 준다던 말은 거짓이였다. 어머는 복을 누리려고 왕씨한테 시집 간것은 아니였다. 은실이를 남보다 못지않게 시집을 보내려고. 은실

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 은실에 대한 살람들의 여론과 모욕을 자기한테 돌려 놓으려는 것이였다. 어머니의 시집은 자기 운명과 입

방아를 찧기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리없는 반항이였다. 그 반항

은 무지개 같이 아름답고 서리낀 칼날 같이 잔인하였다.

저녁 노을에 빨갛게 물든 구름이 아름답게 떠 있는 하늘아래에 은

실이는 어머니 주소와 집판돈 30원을 쥐고 샘물까에 서서 집을 올

려다 보며 오래도록 울었다.

은실이는 이렇게 고향을 떠났다. 마지막으로 두 손을 모아 샘물을

떠서 마시고 손등으로 입술을 씃고는 단연히 석현으로 나가는 논두

렁을 지났다. 사랑하는 일천이와 고향을 몸뒤에 던져 버리고 은실이

는 무정하게 떠났다.    



제 3 장

15.  무정한 세월

무정한 세월은 고향의 샘물과 함께 10년을 두고 흘렀다. 그사이

어머니도 세상뜨고 남동생이 군대에 나갔다. 은실이가 시집가서 얼

마 안되여 남편은 다른 먼곳으로 조동되였다. 은실이는 그 동안 남

편과 조용히 살면서 마음속 깊이 깊이 일천이를 넣고 있었다. 때론 꿈속에서 빨간 노을이 비끼는 샘물까에 새햐얀 물바가지로 물을 뜨는 자기를 보았고 시루떡을 먹으며 웃는 일천를 보았다. 남편은

일천이가 누구며 왜서 결혼식 날에 은실이 가마를 막았는가를 한번

도 묻지 않았다.

그후 또 이십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남편도 세상뜨고 은

실이도 늙었다. 은실이는 불현간 죽기전에 일천이를 못보더래도 어

머니와 함께 있던 고향을 보고 싶었고 샘물을 마셔보고 싶었다.

고향은 변했다. 택시에서 내려 마을을 둘러보던 은실이는 자기가

잘못 왔지 않았는가 의심하였다. 바로 인공으로 만들어진 커라단 검은 돌우에 “수남”이라는 붉은 두글자가 보였다. 인민공사 때 새

촌장이 “닭덩대” 이름이 너무 초라하다고 “수남”이라고 고쳤다.  

옛날 길에서 보면 닭덩대 처럼 높이 보이던 마을은 어디론가 사라

지고 본래 마을 남쪽에 냇물이 좔좔 흐르던 자리와 돌밭에 파란 지붕을 떠인 아름다운 집들이 줄을 지어 앉았다. 옛날에 석현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은 냇물 우에는 마차와 수레가 지나 다닐수 있던

나무다리도 종적을 감추고 넓은 콩크리트 대통로가 마을 앞으로 펼

쳐졌다. 이상하다. 그많은 물이 다 말라 버렸는가? 이때 어디선가 졸

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었다. 물소리를 따라보니 길량옆의 콩크리트

관속으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럼 샘물은? 은실이는 두리번 거리며 40년전 물동이를 이고 오

르던 언덕을 찿았다. 여기는 마을 서쪽이다. 본래 마을은 동쪽에 있

었고 샘물도 동쪽에 있었다. 마을 동쪽에는 넓은 고속도 공로가 왕

청으로 가는 방향으로 뻗쳤다. 아! 언덕우에 은실의 집이 보인다. 은실이는 격동되여 숨을 가쁘게 몰아 쉬며 려행가방을 끌고 샘물까

로 걸었다. 몇번이나 서서 숨을 돌려 쉬고야 샘물을 찿았다. 아! 샘

물은 여전히 30여년전 그 자리에서 퐁퐁 솟아서 아래로 졸졸 흘러 내렸다. 하지만 너게 내게 없이 놓고 먹던 짠지 단지는 한개도 없다.  은실이가 빨래하던 큰 돌도 그냥 제자리에 있다. 하지만 오래동안

쓰지 않은 탔으로 파란 이끼가 가득 끼여 있었다. 샘물까에서 웃고 떠들고 쌍소리를 하던 아주머니들은 다 어디로 가고 마을 뒤 범뜯개 누나가 자살하던 늪처럼 괴괴하였다.

아! 샘물은 여전히 맑고 얼음같이 차고 달콤하다. 은실이는 큰 숨 을 내쉬고 샘물까 둘러 보았다. 키들이 넘는 쑥꽃 향기가 바람에 코

를 찌렀다. 일천이와 마지막 키스를 하던 나무는 처참하게 그자리에 쓰려져 있었다. 은실이는 쑥꽃속에서 물지게 가지고 나오는 일천이

를 보았다. 언덕길로 물동이를 안고 넘어지던 일천이가 보인다. 은실

이는 옛날 일천이와 마주 앉았던 돌우에 고요히 앉아서 졸졸 흐르는 샘물 소리를 들으며 황금빛 노을이 비낀 서쪽 하늘을 바라 보았다. 아! 고향의 샘물까의 황혼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은실이는 그전의 은실이가 아니였다.

이때 배가 좀 뚱뚱하고 머리가 히스히슥한 로인이 물통이를 흔들

며 언덕길로 내려 오고 있었다. 로인은 물통에서 햐얀 바가지를 꺼내여 샘물을 골똑 담아 꿀떡꿀떡 마시고는 남은 바가지 물을 샘

물 주위의 쑥꽃에 뿌려 주었다. 그행동에 놀라 은실이는 눈을 크게

뜨고 로인을 보았다. 해볕에 타서 검붉은 둥그런 얼굴에 희고 검은 색이 섞인 수염이 꺼츨하였다.  탄력을 잃은 눈가죽이 내려 쳐져 작아진 눈이지만 그 눈길이 너무나 익숙하였다. 혹시 면목 아는 고

향 사람인가 하여 다시 여겨보던 은실이는 가슴이 섬뜩하였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볼수록 그 모양이 너무나 한사람과 흡사하였다.

일천인가? !

그럴수 없다. 일천이는 지금 꽃분이와 같이 도문이 아니면 연길시

내의 호화로운 아빠트에 로년을 편안히 지내고 있을거지 여기 와서 물지게를 지고 다닐수 없었다. 웬일인가? 물을 뜨려던 로인도 갑자

기 발이 땅에 붙은 듯이 굳어졌다. 

“이게 누...누구야! 은실이가 아닌가?!”

비록 거의 40년이 지났어도 호리한 몸매와 얼굴 모양은 은실이였

다. 변한 것이란 별로 화려한 옷은 아니지만 시골 여자들에게 찿아 

볼수 없는 큰 성시의 고귀한 부인의 태도였다.

일천이 목소리다. 비록 거칠지만 본 바탕은 변하지 않았다. 은실이

이는 일어서서 눈을 가늘게 뜨고 로인을 여겨 보다가 몸을 비츨거

렸다. 확실이 일천이다. 자기 죽기 전에 영원히 볼수 없다고 여겼던 일천이가 꿈같이 눈앞에 나타났다. 일천이는 물바가지를 던져 버리

고 은실의 손을 부여 잡았다. 크고 힘있고 부드러운 일천의 손이다. 작고 보드러운 은실의 손이다.

“은실아! 네가 옳구나! 내가 꿈을 꾸는것이 아닌가?”

로인은 은실이를 부축하여 돌우에 앉히였다.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여기로 온거냐? 나는 죽기전에 너를 못 볼

줄 알았더니…”

은실이는 숨이 차고 가슴이 뛰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은실아! 너 신체가 말이 아니구나. ”

일천이는 은실의 창백한 얼굴을 들여다 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아마 길에서 피곤한 모양이얘요.”

“그럼 어서 우리 집으로 가자.”

“우리 집이라니요?”

“저 언덕우에 네가 살던 집이 바로 우리 집이다.”

“예? 왜서 여기서 살아요?”

“우선 집에 가서 보자 ”

일천이는 은실이를 부축하여 언덕길을 올랐다. 언덕우에 올라서야

은실이는 본래 있던 마을에는 은실이가 살던 집 한채만 남은것을 발견하였다. 이웃집에 살던 범뜯개네 집은 지붕이 내려앉고 벽이 포

탄에 맞은것처럼 구멍이 뚫어져 있었다. 본래 범뜯개와 동생이 쇠구

루마를 돌리면 뛰던 길은 지금 키들이 쑥과 잡풀로 막혀있었다. 가

난하나 옹기종기 초가집 나무통 구새마다 몰몰 나던 연기도 없고

듣기 싫게 떠들썩 하던 범과부의 말소리도 나지 않았다.

“여기서 살던 사람들 거의 집을 팽개치고 한국을 갔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 시내에 아빠트에서 살고 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땅을 팔고 시내에 가고나니 본래 마을은 황페가 되고 말았다. 저 뒤 새 

마을엔 무슨 개발을 한다고 대부분은 외지에서 들어 온 사람이다.”

울타리 문을 열었다. 다른 집들의 울안은 이미 쑥밭이 되였으나

은실이 집 울안에는 옛날과 거의 다름 없었다. 어머니가 여름에 돼

지죽 끓이던 부엌도 고대로 있고 나무가리도 제자리에 있었다.

“이 쪽걸상은 어머니가 돼지죽을 끓일때 앉으라고 아버지가 만든 것인데요. 어쩌면 지금까지 있어요!”

“은실아! 나는 아무때던 네가 여기로 꼭 찿아 오리라고 믿고 집 

안팍의 모든것을 원래대로 보존하려고 애를 썼던거다.”

“정말 내가 올줄 믿었어요?”

“꼭 믿었다. 언덕아래 샘물이 마르지 않으면 은실이가 꼭 올것이

라 믿었다.”

은실이는 가늘게 떨고 있는 일천의 손을 꼭 부여 잡았다. 은실이는

집 문을 열었다.

“저건 나의 물동이가 옳치요? 어서 내려 주세요.”

일천이는 은실이를 부축하여 온돌에 앉히고 물동이를 내려 은실이 앞에 놓았다. 은실이는 물동이를 빙빙 돌리며 찬찬히 여겨 보았다.

“이건 진짜 내가 이고 다니던 물동이가 옳아요. 바가지도 그때 쓰던 바가지구요.”

“너의 물동이와 물바가지는 서로 떠날수 없다. 물동이는 나구 물

바가지는 너지. 이렇게 물동이 안에 바가지를 넣고 보면 너와 내가 함께 있는것 같은 감각으로 살아온 내다.”

은실이는 잃은 아이를 찿은 어머니 처럼 물동이를 가슴에 끌어

안고 환성을 올렸다. 두눈에서 샘물같은것이 반짝이고 있었다.

“물항아리와 식장도 크고 작은 솥도 모두 어머니와 이집에서 살때 쓰던거얘요. 그때 어머니가 옷과 이불외에 그냥 모녀를 주었다

는 말을 들었어도 지금까지 이렇게 남아 있을줄은 몰랐어요.”

“여기 헛칸을 들여다 봐라. ”

일천이가 물을 길어 넣었던 크고 작은 항아리가 그자리에 고대로 놓여 있고 아버지 옷과 신을 넣었던 나무 궤짝도 제자리에 있었다.

궤짝을 열어 보니 아버지 옷과 일천이가 신었던 가죽구두는 없었다.

“그때 내가 헛칸에 갇혀 있을라니 얼마나 목구멍이 마르는지.”

낡아서 붕대처럼 얇은 잠옷을 입고 헛칸문을 열고 일천이를 내

보내던 일이 어제 같건만 무정한 세월은 거의 40년을 흘렀다.

“일천이가 이 집으로 온지 몇년이나 됐어요? ”

“아마 삼십년 전이라 기억 되는데.”

“예? 30년 전? 그럼 우리 집을 샀던 모녀는 어디로 갔어요?”

“그냥 여기서 나와 함께 살았다.”

“예? 거 무슨 말씀이얘요. 갈피를 잡을수 없이.”



15. 나어린 은실이

왕씨의 마차에 실려온 일천이는 병원에서 3일 후에야 혼미상태

에서 깨여났다. 꽃분이가 침대에 엎디여 잠이 들었다. 일주일 후 퇴

원한 일천이는 누나 집으로 가지 않고 곧추 지질대로 갔다. 국경절

에도 설에도 야간 장막에서 지냈다. 이듬해 5.1절에 아버지가 몸이

편치않다고 해서야 장막에서 떠났다. 웬일인지 일천의 마음에는 은

실이가 샘물까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것 같았다.

금빛 황혼이 샘물까를 빨갛게 물들이고 있을때 일천이는 은실이

와 마주 앉았던 돌우에 앉아서 솟아나는 샘물은 하염 없이 들여다

보았다. 홀연 샘물속에서 은실이가 웃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언덕을 보니 은실이가 물동이를 안고 내려오고 있었다. 웬일인가 은실이는 

홀연 점점 작아지며 어린동년 시절로 돌아가고 있었다. 까만 몽당치

마에 흰배천 저고리를 입은 단발머리 은실이가 커다란 어른의 물동

이를 안고 조심히 언덕을 내려오고 있었다. 어린 은실이는 물동이 

안에서 햐얀 바가지를 꺼내여 샘물을 골똑떠서 꿀떡꿀떡 마시고는

남은 바가지 물을 주위의 쑥꽃에 뿌려 주었다. 그리고는 물이 절반

밖에 차지 않은 물동이를 이고 앞뒤로 휘청거리며 언덕을 오른다.

“은실아!”

일천이의 의식은 몽롱한 꿈속에서 구름처럼 뜨고 있었다.

“예? 저를 불러요? 저는 은실이가 아니고 은이얘요.”

어린 은실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아다 보며 샐쭉 웃

었다. 그웃음마저 너무나 은실이와 방불하다. 갸름하고 여윈 얼굴에

갸냘프나 천진하고 달콤한 미소는 분명 은실이다. 일천이는 언덕을 달려가 소녀의 머리에서 물동이를 내려 안으려고 하였다.

“은실아! 내가 안아다 줄테니 가서 문을 열어라.”

“오빠. 저는 은이지 은실이 아니라고 했는데요.”

소녀는 물동이를 꼭 틀어 쥐고 놓치 않고 일천이를 한손으로 밀어 놓으며 말했다. 그말속에는 어딘가 반항이 섞어 있었다. 그때에야 흠

칫 놀라며 소녀를 찬찬히 보던 일천이는 은실이가 아니라 완전히 다를 한 소녀인걸 발견하였다.

“그럼 너의 집은 어디에 있느냐?”

소녀는 말없이 언덕우에 있는 첫집을 가르켰다. 바로 원래 은실의 집이였다. 일천이는 저도 모르게 소녀의 뒤을 따랐다.

“절 따라 오지 마세요. 전 오빠가 무서워요.”

일천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출렁이는 물과 같이 앞뒤로 몸을 흔들

며 걸어가는 소녀의 뒤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문이 열리더니 소녀는 집안으로 사라진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일천이는 넑을 잃

은 사람처럼 오래동안 샘물까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야간 장막에 누운 일천의 눈앞에는 황혼이 비끼는 샘물까에 물동

이에 물을 펴담는 은실이와 소녀가 번갈아 나타나가가 나중엔 한

사람으로 변하였다. 그 소녀는 시간을 뒤로 물리치고 일천이가 보지 못한 은실의 동년과 시절을 이어 주었다. 어른의 커다란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앞뒤로 몸을 출렁거리며 간신히 걷고 있는 모양이 분명

동년 시절의 은실이라 생각되며 가슴 아프고 도와 주고 싶었다. 그

해 국경절에 일천이는 석현에서 물지게와 물통을 사서 메고 왔다. 

과연 저녁 노울이 빨갛게 물든 구름 아래 샘물까에 까만 몽당치마에

흰 배천 저고리를 입은 소녀와 커다란 물동이가 나타났다. 소녀는

바지로 물을 떠서 마시고는 남은 물을 주위의 쑥꽃속에 뿌렸다.

“은이야. 물바가지를 빌려 주렴.”

소녀는 조심에 가득찬 눈길로 일천이를 보면서 바가지를 주었다.

“은이야. 너는 빈 물동이만 가지고 앞에 가서 문을 열어 주렴.”

일천이는 바가지를 자기 물통이에 엎어 놓고 물지게를 지며서 말

했다.

  “싫어요. 오빤 우리집에 못들어가.”

은이는 물바가지를 빼앗아 쥐고 두팔을 벌리고 앞을 막았다. 일천

이는 웃으면서 소녀를 가볍게 밀어 버리고 언덕을 올랐다. 자기 힘

으로 막을수 없자 소녀는 조급히 일천의 곁을 지나 언덕을 뛰였다.

“엄마! 면목 모를 오빠가 우리 집에 물을 길어와요. 어떡하죠?”

바람이 불면 담박 넘어 갈듯이 허약한 부녀가 집안에서 나왔다. 순

간! 그모양이 너무나 은실이 어머니 같았다. 얼굴 모양은 완전히 다

르지만 집에 기둥같은 남편이 없이 간신히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환연히 나타나고 있었다.

“은이 어머니시죠? 저는 본래 이집에서 살던 은실이 중학 동창입

니다. 은이가 어린 나이에 어른의 물동이를 이고 다니는 것이 너무

나 불쌍해서 제가 물을 길어왔습니다.”

일천이는 물지게를 놓치 않고 말했다.

“아니. 이거…이거 너무 감사하오. 이왕 문앞까지 왔으니 어서 집

으로 들어 가시우.”

일천이는 아주 익숙하게 자기 집처럼 물항아리에 물을 부었다.

“은실이 엄마가 은실이는 우리 은이 보다 두살 어릴때 부터 물동

이를 이고 다녔다는 말을 들었네. 은실이처럼 물길러 갈때마다 쑥꽃

에 물을 뿌려 달라는 부탁도 하구.”

“그럼 은이는 지금 몇살입니까?”

“금년에 13살이우. 너무 머리에 무거운 것을 그냥 이고 다녀서 그

런지 키도 늘어 나지 않는구려.”

이렇게 일천이는 매달 휴가를 할때 마다 은이 집의 물동이와 헛칸

의 크고 작은 항아리에 물을 가득채워 주었다. 매번 물을 길어 주고 갈때마다 일천이는 은실이 집에 물을 길어 준거철럼 기쁘고 마음속

에 안위를 얻었다.

이렇게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아버지도 세상뜨고 꽃분이

도 시집을 갔다. 누님은 일천이 혼사에 대해 그만 기진맥진 하고 말

았다. 그사이 은이도 자라 19살의 쳐녀가 되였다.

“일천이. 우리 불쌍한 은이를 자네한테 맡기우.”

은이 어머니가 죽은 일년후  일천이는 자기보다 일곱살 어린 은이

와 결혼하였다. 은이를 사랑해세가 아니라 차마 은이 어머니 유언을 거역 할수 없었고 의지할곳이 없는 은실이 같은 은이를 던져 버릴

수 없었다. 이렇게 일천이는 끝내 시골 여자를 안해로 맞이했다. 누

나는 허기가 막혔는지 반대의 말 한마디 없이 결혼식을 해주었다. 

결혼후 일천이가 이집을 떠나기 싫다하자 은이도 일천이와 같이 이집에서 딸애 둘을 낳았다. 아이들은 도문에 있는 고모 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대학까지 갔다.

불쌍한 은이였다. 일천이와 결혼한 시간은 22년이지만 실지 일천 이와 함께 있은 시간을 따져 보면 5년도 못되였다. 일천이는 그냥 지질대 야간 장막에서 지냈으니깐. 그리고 그보다도 더 참혹한것은 은이는 일천의 진정한 사랑을 받아 본적이 없었다. 언제나 은이를 은실이라고 여겼고 부부 잠자리마저 은실이라 생각하고 격동을 느

끼였다.

“일천이는 아주 고약한 남편이얘요. 저의 남편이 나를 그렇게 생각했으면 저는 언녕 곁을 떠났을 거얘요.”



17. 황혼이 사라져 가는 샘물까

“아참! 은실이 아직 식사를 안했겠는데. 먼저 좀 편안히 눕소.”

일천이는 베개를 내려주며 말했다. 더는 지탱할수 없는 은실이는

자리에 누웠다. 낡은 신문종이로 바른 천정을 바라보며 은실이는 홀

연 신문지에 풀을 바르던 어머니 모습이 얼른 거렸다. 어머니가 풀

먹인 신문지를 주면 은실이는 비자루로 받아서 천정에 붙이였다. 지

금 아무리 가난한 시골집도 낡은 신문지를 붙이는 집이 없다. 은실

이는 마치 어머니가 곁에 있는것처럼 안온하여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잠결에 자기의 얼굴을 입을 맟추는 감각에 깨여니 일천이가

곁에 앉아 있었다. 일천의 눈에선 샘물같은 물이 번쩍이고 있었다.

“은실아! 무슨 큰 병이래도 걸린거 아니냐? 잠을 자면서도 그렇게 힘들어 하니?”

“아니얘요 . 그냥 길에서 피곤 했어요.”

“자, 그럼 일어나 밥이나 먹자. 내가 무얼 했는가 봐라.”

가마뚜껑을 열자 힌김에서 구수한 토장국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은실아. 그때 이렇게 내가 앉아서 토장국에 조밥을 먹던 생각이 나니? 그 토장국 맛과 같은가 맛봐라. 이 토장은 내절로 담근거다.”

장국에 밥을 말아 먹으려고 술을 든 은실이 눈에서 눈물이 줄 끊

어진 구슬처럼 흘러 내렸다. 은실이는 보던 일천이는 와락 은실이를  가슴에 꼐안았다. 은실이는 일천의 가슴속에서 흐느끼며 울고 일천

이도 킥킥꺼리며 울었다.

“은실아! 울지말아! 우린 아직 완전히 늙어 버리지 않았다. 아직 10년 20십년, 아니 30년도 같이 살수 있짢니.”

그말에 은실이는 더욱 슬프게 울었다.

“저는요. 시원히 샘물을 마시고 싶어요.”

“그럼 가자. 내가 업을께.”

“아니. 저절로 물동이에 길어서 마시겠어요.”

은실이는 물동이를 가슴에 끌어 안으며 말했다.

빠른 걸음으로 언덕을 내리는 일천이 모양은 환갑이지만 야외에서

단련된 신체는 오십이 갓 넘은 사나이 처럼 튼튼하였다. 은실이는  

옛날처럼 물동이를 안고 언덕을 내린다. 하지만 넘어 갈까봐 조심이 한걸음 한걸음 걷고 있었다. 이마엔 식은 땀이 방울 방울 맻혔다. 물

동이를 옛날 돌우에 놓고 물동이 안에서 새햐얀 물바가지를 꺼내여 샘물을 골똑 떴다. 한손으로 들수가 없어 두손으로 들고 마시고는   

남은 물을 쑥꽃에 뿌려주려 했으나 힘이 모조랐다. 일천이가 얼른

같이 손을 잡고 높이 들어 뿌렸다.

40년전 나비 같이 언덕을 오르 내리던 은실이는 어디가고, 골똑 한바가지 떠서 춤을 추듯이 가볍게 담던 은실이는 어디로 가고 , 지금은 절반 바가지 밖에 채우지 못하 물도 힘들게 꿈뜨게 담고 있

다.  이 모습을 보는 일천의 가슴은 쓰리고 아팠다.

  “저…미안하지만 물 좀 마시려구요.”

  은실이는 뒤를 돌아다 보지 않고 물바가지를 뒤에 내여 밀었다.

“야! 샘물이 시원하다. 과연 소문과 다름 없구나!”

일천이는 씨죽 웃으며 바가지를 주었다. 은실이는 샐쭉 웃으면

머리에 따발을 올려 놓고 물동이를 들려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

천이가 급히 물동이 안에 물을 샘물에 도루 쏟고 물을 약간만 남겼

다. 겨우 머리우에 올려 놓으려는데 머리우에서 떨어진 따발이 일천

의 발등 우에서 뒹굴었다. 일천이는 얼른 따발을 주어 은실이 머리

우에 올려 놓았다. 둘이 얼굴이 딱 마주치였다.

“야- ! 이게 장은실이가 아니야! 내가 우일천이다. 너 책가방 안에

서 누렁지를 훔쳐먹던 우일천이란 말이야.”

“참! 연극을 잘놀아요. 어디서 배웠죠?”

은실이는 물동이를 내려 놓으며 물었다. 일천이는 와락 은실이 허

리르 끌어 안고 부드러운 은실의 머리속에 입을 맟추었다.

“은실아! 이 40년 동안 너를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니?!”

은실이는 천천히 몸을 돌려 일천의 가슴속에 머리를 파 묻었다.

  “일천인 약속을 잊었어요. 다시 만나면 나를 업고 샘물까 주위를 열번 돌아 준다고 했지 않았어요.”

“옳다. 생각난다. 그럼 지금 업어 줄께.”

일천이는 은실이늘 업고 샘물 주위를 돈다.

“그 어떤 옛날에 어떤 남자가 어떤 여자를 업고 걸을 때 방치같

은 그것이 꺼뜰 꺼뜰 하더라.”

일천이는 몸을 좌우로 흔들며 노래 같지 않는 노래를 불렀다. 은실

이는 참다 못해 캐드득! 웃었다.

  “거의 40년만에 너의 웃음 소리를 듣는구나. 야! 내 가슴에서 샘

물이 솟아 난다. 은실아. 오늘부터 나는 매일 저녁마다 이렇게 너를 업고 돌아 줄께.”

그리고는 글자 마다 길게 빼며 목청을 돋구어 노래 불렀다.

“그어떤 옛날에 어떤 사나이가 어떤 여자를 업고 갈때 방치 같은 그것이 꺼뜰꺼뜰…”

“그만 하세요 . 누가 들으면 어쩌겠어요.”

“듣겠으면 들으라지. 무서울것 무어냐. 지금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 귀신도 없다. 아니.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은실이를 업은걸

세상사람들이 모두 봤으면 좋겠다.”

솜같이 뭉실뭉실한 힌구름이 어느사인가 점점 연분홍 색으로 변하

기 시작하였다. 넘어 가지 않으려고 구름을 붙잡고 놓치않는 태양의

발광에 구름은 빨갛게 물들었다. 오늘 저녁 황혼은 유별리 아름다웠

다. 붉고 붉은 구름사이로 비쳐오는 황혼의 해살은 샘물까에 가지런

히 앉아 있는 두 로인의 몸과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은실이는 샘물까에 쪼프리고 앉아서 두손을 모아 샘물을 마셨다. 아! 샘물은 여전히 그렇게 차고 시원하여 가슴이 확 열리는것 같다. 은실이는 다시 손을 모아 물을 떠서 일천의 입가에 대였다. 깨끗하고 보드라

운 은실의 손바닥 안에서 샘물이 찰랑찰랑 춤을 추고 있었다. 물을 마셔 버리고 일천이는 은실의 두손을 잡아서 자기 얼굴을 비비였다. 다음 여자를 가볍게 안고 쓰려진 나무우에 내려 놓았다.

“은실아. 이나무가 바로 우리 둘이 마지막으로 키스를 하던 나무

다. 집을 짓기에 미쳐난 사람이 이 나무를 찍는걸 발견하고 도끼를 빼앗을 때는 이미 늦었다. 너는 이 나무가 넘어가는 장면을 보지 못

했구나. 밑기둥이 도끼에 찍혀 몸이 허공에 들렸는데 넘어 가지 않

으려고 그 웅장한 몸을 비츨거리며 샘물까 주위를 거의 한번 돌다

가 천천히 천천히 쓰러졌다. 그못습이 얼마나 비장한지!”

그날 저녁 황혼무렵에 일천이는 쓰러진 나무를 끌어 안고 오래도

록 앉아 있었다. 마치 은실이가 이세상에서 사라지는것 같이 가슴

터지고 아팠다.

“괜찮아요. 지금 끊어진 나무 글거리에서 작은 나무들이 가득 자

라고 있어요.”

“그러니까 은실이가 돌아 왔지. 장래 우린 또 이나무 그늘 밑에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고 키스도 하고 ..”

“그만 하세요. 다 늙어가데 키스는 무슨 키스얘요.”

“왜? 늙은 사람은 사랑이 없다더니? ”

“은실아! 너 마침 잘 왔다. 3일후에 나의 생일인데 환갑을 쇤다고 연길 거 무슨 호털이라던가 동창들이 만단한 준비를 했다고 소식이 왔다. 은실아! 나와 같이 환갑상을 같이 받자. 아, 갑자기 생각난다. 우리 결혼식과 환갑을 같이 하자!”

은실이는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덖이였다. 일천이는 싫다고 밀어 버리는 은실이 손을 붙들고 은실의 입술에 힘껏 키스를 하였다.

순간! 창백하던 은실의 어굴에 노을 같은 홍조가 비꼤다. 은실이는 일천의 목을 끌어 안고 일천이 입술에 대고 오래도록 키스를 하였다. 일천의 몸은 불현간 총각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가자! 집으로 가자! ”

일천이는 은실이를 거뜩 안고 일어섰다.

“일천이 잠감만 더 있자요. 집안이 답답해요.”

“그럼 좀 더 있자. ”

“일천이는 왜 꽃분이와 결혼하지 않았어요. 약혼사진까지 찍고 혼

사날도 받아 놓고요.”

“그해 설에 은실이를 찿으니 세식가 언니집에 갔다고 이웃에서 알

려 주더라. 집에 가니 누나가 나를 위해 동창만회를 열어 주고 술이

얼근히 취했을 때 숱한 사진을 찍었다. 약혼사진은 누나가 애써 설

계한 작품이다. 누나도 림종시에 자기 한일에 대해 몹시 후하면서

너를 보고 싶다고 하더라.”

“기실 누나도 일천이를 위해서였어요.”

“웬일이야? 은실아! 왜 눈을 자꾸 감는거냐?”

“괜찮아요. 갑자기 졸음이 와요.”

“그럼 내 안아 꼭 안아 줄께. 한잠 자거라.”

“감사해요. 아니, 죄송해요. 페를 끼쳐서.”

“거 무슨 소리야! 우린 이제는 부부다.”

은실이는 아버지 품에 안긴 소녀처럼 행복하게 잠이 들었다. 잠간

후 일천이도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이때 저녁 강바람에 돌우에 놓였던 바가지가 샘물속에 떨어졌다. 바가지는 넘쳐 흐르는 샘물을 따라 동동 떠 내려갔다. 구름을 붙잡고 애를 쓰던 태양이 맥을 버리

자 아름다운 황혼이 사라지고 검푸른 장막이 샘물까에 드리웠다. 자

유로운 바가지는 샘물을 지나 골물을 지나서 둥둥 도문강으로 쪽으

로 떠내려 간다. 쌀쌀한 저녁 강바람에 잠에 깬 일천이는 아직도 곤히 잠들고 있는 은실이를 조용히 깨웠다.

“은실아! 이봐라. 나도 그만 잠들었구나. 날이 쌀쌀하다. 감기에 걸

리겠다. 어서 깨여나거라. 집으로 가자.”

은실이는 폭 잠이 들었는지 깨여나지 못하였다. 일천이는 자기 적

삼을 벗어 은실에게 씌워주고는 업으려고 은실의 두팔을 당겼다.

그순간에 일천이는 이상한 감촉을 느꼈다. 보드랍고 부드러운 은실

의 팔이 샘물같이 차거웠다. 불길한 예감에 가슴에 손을 넣어 만져

보던 일천이는 경황실색하였다. 은실의 몸도 싸늘이 식어져 있었다.

의사은 아니지만 급한 구급과 죽음에 대한 판단의 지식을 배웠고 

지질대의 야외 장막 생활에서 실지 경험이 많은 일천이였다. 신체

의 저락된 온도를 가늠하니 은실이 심장이 멎은지 한시간 넘었다.

아까 잠이 온다고 한것은 거짓 말이였다. 은실이는 조용히 일천의 품에서 죽고 싶었다. 이것이 은실이가 몇천리 밖에서 여기로 온 희

망과 소원이였다. 이때 바가지는 강물에 둥둥 떠서 샘물과 함께 영원히 돌아 올수 없는 아래로 떠 내려간다.

“은실아 ! 웬일이냐?  왜 내가 잠이 들었나. 왜 내가 이렇게 둔하

단 말이야! 은실아! 내가 너를 죽였구나! 이게 웬일이냐?”

일천이는 은실의 가슴을 치고 누르고 입에 대고 인공호읍을 거의 한시간 했었으나 아무런 반응도 없다.

“은실아! 우린 10년이고 20년이고 같이 살자고 약속했지 않았느

냐? 너는 왜 이렇게 무정하니? 40년 전에도 너는 나를 버리고 같고 40년 후에도 이렇게 나를 버리고 가버리면 나는 어떻게 살아 간단 말인냐!”

일천이는 은실이를 끌어안고 산이 허물어 지고 땅이 꺼지도록 통

곡하였다. 일천의 울음소리는 마귀의 검은 치마폭 같은 드리운 어둠

속에서 하늘에 꿰뚫고 땅속으로 스며 들었다. 일천의 흐느낌 소리에

샘물이 눈물을 흘리며 물바지와 함께 멀리 동해 바다로 흐른다.

한 남자가 한여자를 업고 담박 쓰러질듯이 비츨거리면서 언덕을

오른다. 어디선가 노래 같지 않는 노래소리가 들린다.

그 어떤 옛날에 어떤 남자가 어떤 여자를 업고 걸을때 방치같은 그것이 꺼뜰꺼뜰 하더라.



                     끝



2012년 12월 5일  5섯시 48분       장금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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